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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기술 유출 사각지대 여전…M&A 심사대상 '외국인 범위' 확대해야

하지나 기자I 2025.04.11 05:30:01

■전문가와 함께 쓰는 스페셜리포트②
국가핵심기술 유출 처벌 강화됐지만
''외국인 지배'' 정의 허술..보완 필요
美·독일·중국도 기술 유출 적극 대응

[강원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이데일리 하지나 기자] 정부가 산업기술 유출방지를 위한 제도 정비에 나섰지만 전문가들은 여전히 미흡하다고 지적한다. 시장의 최대 관심 중 하나였던 외국인 지배 국내 사모펀드에 대한 규제 강화 부문이 빠진 탓이다.

현행 산업기술보호법상 외국인이 실질적으로 지배하더라도 국내에 등록된 법인이면 인수 합병 시 별도의 신고나 승인 절차가 필요 없어 허점이 많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기술 유출 처벌 강화했지만…“미흡”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1일부터 내달 12일까지 산업기술보호법 시행령 등 일부 개정안에 대해 입법 예고했다. 이번 개정안은 지난해 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산업기술보호법 개정안의 후속 조치로, 산업기술 침해행위의 성립 요건을 완화해 침해 행위를 확대하고 국외로의 국가핵심기술 및 산업기술 유출 범죄에 대한 벌금형을 강화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구체적으로 국가핵심기술을 해외로 유출할 경우 기존 최대 15억원이었던 벌금이 최대 65억원까지 확대됐고, 손해배상 한도 역시 기존 3배에서 5배로 상향했다.

특히 그동안 기업 등의 신청이 있어야 기능했던 국가핵심기술 판정을 앞으로는 기술 유출 우려가 크고 보호 필요성이 높은 경우 국가가 직권으로 기업에 국가핵심기술 판정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또 불법적인 해외 인수·합병(M&A)에 대해서도 제재가 강화됐다. 국가핵심기술을 보유한 기업이 정부 승인 없이 인수될 경우,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정보수사기관의 조사나 산업기술보호위원회의 심의 없이도 즉각 중지·금지·원상회복 등의 조치를 명령할 수 있다. 해당 조치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1일 1000만원 이내의 이행강제금도 부과된다.

◇M&A 규제대상 외국인 범위 확대해야

하지만 이 같은 규제 강화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사각지대는 존재한다. 핵심 쟁점이었던 ‘외국인 지배 국내 사모펀드’에 대한 규제가 이번 개정안에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외국인 범위 조정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최종 개정안에는 반영되지 않았다.

대표적으로 MBK파트너스와 경영권 분쟁을 겪고 있는 고려아연의 경우 리튬 2차전지 핵심 소재인 ‘하이 니켈 전구제’ 제조 관련 국가핵심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나 이번 개정안대로라면 MBK의 경영권 인수는 규제 대상이 아니다. MBK는 국내에 등록된 사모펀드지만 미국 국적인 김병주 회장이 실질적 권한을 갖고 있으며, 주요 출자자 중 하나가 중국 국부펀드인 중국투자공사(CIC)다. CIC는 중국의 산업 정책을 대변하는 국부펀드로 평가받으며, 전 세계 2차전지 소재 기업에 활발히 투자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인수합병에 대한 심사 및 승인의 대상이 되는 외국인의 범위를 좀 더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미국의 연방규정(CFR)에서 ‘외국인에 의해 통제되거나 통제될 수 있는 모든 단체’를 외국인으로 간주하고 있다.

강원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자본은 국적이 없다”며 “실질적인 지배가 중요한데 현재 개정안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술 유출 방지 적극적으로 나서야

전문가들은 정부가 산업 기술 유출 방지를 위해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미국의 경우 미국의 재무부를 중심으로 법무부, 국방부 등 주요 부처와 백악관 및 정보기구까지 포함하는 범부처 기구인 외국인투자위원회(CFIUS)를 운영하고 있다. 독일은 2016년 중국기업이 자국의 로봇제조사 인수 사례를 계기로 외국인 투자 관련 규정(AWV)을 강화하고 국방 외 분야까지 적용 분야를 확대했다. 이후 자국의 반도체장비업체, 항공우주 부품업체, 전력망 운영사에 대한 중국 자본의 인수 및 지분 매입을 금지하는 사례들이 줄지어 발생했다.

중국 역시 수출통제법, 기술수출허가제, 데이터 보안법, 개인정보 보호법 등 다양한 제도를 활용해 기술 유출을 강력히 통제하고 있으며, 심지어 국영기업과 연구소의 폐쇄적인 운영, 학술교류 및 인재 이동까지도 철저히 감시하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 컨설팅 회사에 대한 압수수색과 일본 제약회사 직원 구속까지 가능하게 한 스파이법(간첩방지법)을 통해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보호막을 쳐 놓았다.

강 교수는 “우리나라의 경우 외국의 총체적이고 적극적인 보호체계에 비하면 시행령이 개정돼도 기타 관련 법률의 보완 및 유기적인 연계가 없는 한 아직도 갈 길이 멀다”며 “기술 유출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서는 산업스파이방지법과 같은 별도의 법 제정도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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