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산업부에 따르면 여 본부장은 이날 출국해 닷새간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 등 트럼프 정부 장관급 면담을 진행한다. 또 오는 24~26일엔 대미 협상 대책반(TF)을 중심으로 USTR과 제3차 한미 기술(실무)협의를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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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정부는 올 1월 출범 후 철강·자동차·가전 등에 대한 25~50%의 관세 부과와 함께 국가별 상호관세 부과를 예고하며 한국 등 주요 교역국에 대한 압력을 강화하고 있다. 또 바이든 전 정부가 추진한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 외국 기업의 자국 투자에 대한 혜택도 축소하며 우리 대미 투자기업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중이다.
여 본부장은 출국길 기자들과 만나 “새 정부 들어 첫 번째로 양국 통상수장이 만나는 자리”라며 “국익 중심의 실용주의에 방점을 두고 적극적으로 협상해 상호호혜적 협상 결과를 만들겠다는 선의를 형성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앞선 계획대로라면 시간은 촉박하다. 양국은 4월 말 협상 개시와 함께 7월8일까지 이른바 ‘줄라이 패키지’를 마련해 합의를 이끌어내기로 했다. 7월8일은 미국의 25% 대(對)한국 상호관세 부과 유예 종료 전날이다. 여 본부장은 그러나 기존 ‘타임 라인’에는 구애받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그는 “이제 ‘줄라이 패키지’란 말은 쓸 필요가 없을 것 같다”며 “미국 내 상황도 정치·경제적으로 가변적이어서 7월 초 상황을 예단하긴 어려우므로 새 정부 출범 모멘텀으로 우리가 할 수 있는 부분을 최대한 하는 게 중요할 것”이라고 전했다.
여 본부장은 통상장관 간 만남에 더해 미국 백악관 인사와 상·하원 의원 등 주요 인사와 만나 미국 내 우군 확보에 나선다. 트럼프 대통령의 뜻대로 대미 투자기업에 대한 지원 축소를 담은 예산조정법안 추진 시 우리 기업의 대미 투자에도 불확실성이 커진다는 점을, 우리 기업의 투자가 예정된 주요 주 의원을 중심으로 강조한다.
여 본부장은 “양국 산업·경제는 긴밀히 연계돼 있다”며 “미국 측과의 심도 있는 협의로 양국이 ‘윈윈’할 수 있는 해결책을 도출하고자 노력하는 동시에 우리 기업의 원활한 비즈니스 활동을 위한 미국 내 우군을 최대한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정부는 최근 삼성전자(005930), SK하이닉스(000660) 등 한국 반도체 기업의 중국 내 공장에 대한 미국산 장비 공급을 제한한다는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여 본부장은 이와 관련해 “우리 업계의 우려를 전달하고 건설적으로 협의해 나갈 부분이 있을지 최대한 신경 쓸 것”이라고 말했다.
장관급 협상과 맞물려 실무급 기술협의도 이뤄질 예정이다. 여 본부장은 취임 직후 대미 협상 TF를 꾸리고 국장급이던 한국 대표를 1급(실장급)으로 격상하는 등 관련 준비를 해 왔다.
여 본부장은 “새 체제 아래 모든 이슈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할 예정”이라며 “우리에게 민감한 부분들도 최대한 미국 측에 설명하고 설득하겠다”고 말했다. 실무대표를 맡은 박정성 산업부 무역투자실장도 “국익 중심의 실용주의적 결과를 도출할 수 있도록 대응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