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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가 소통의 내용을 규정한다[리더의 소통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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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영 기자I 2025.06.16 05:00:00

중압감·정보과잉 시달리는 리더
조직원과 효율적 소통법 찾으려면
상호 존중 관계인지부터 돌아봐야

[문성후 원코칭 대표 코치] 리더에게 소통은 두 가지 측면에서 어렵다.

첫째는 리더라는 위치와 역할에서 오는 중압감이다. 리더라는 자리는 많은 조직인이 선망하고 도달하고 싶은 자리인 동시에 그 왕관의 무게로 인해 어쩔 수 없이 떠밀려 올라가지 않는 한 가고 싶지 않은 자리이기도 하다. 그러다 보니 리더 자신의 소통에도 무게감을 두게 되고 당연히 얼마만큼, 어떻게 얘기를 해야 하나부터 자신의 권위와 권한에 걸맞게 소통하려면 균형점을 어디에 둬야 할지 등 고심이 깊어진다.

둘째 리더에게 소통이 어려운 이유는 정보 과잉과 업무 과중이다. 리더의 자리에 오르면 정보는 넘치고 업무의 강도도 세진다. 그렇다 보니 소통에 있어서 효율을 따지지 않을 수 없다.

팀원일 때는 정보가 한정적이다. 그런데 위로 올라갈수록 리더에겐 정보와 지식이 폭발적으로 늘어난다. 거기에 리더는 사회 관계망까지 넓어지니 정보 부족이 아니라 정보 과잉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기 일쑤다. 결국 리더는 자신의 정보와 지식을 얼마나 정교한 깔때기에 넣어 걸러내야 효율적인 소통을 할 수 있을지 심긱한 고민에 빠진다. 아예 포기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소통’(疏通)이란 무엇일까. 한자로 해석해보면 ‘잘 흐르고 잘 통하는 것’이라고 돼 있다. 필자에게 소통이란 ‘제때 제대로 말하고 듣는 것’이다. 불통(不通)과 오통(誤通)은 아예 소통을 안 하거나, 소통이 잘못된 경우에 생긴다.

한 사례로 1977년 스페인 테네리페 공항에서 일어난 KLM 항공기와 팬암 항공기의 안타까운 추돌사고도 오통과 불통이 빚은 참사였다. 당시 KLM 항공기를 운항하던 기장이자 리더인 야콥 루이텐은 관제탑에서 “이륙을 대기하라”(Standby for Takeoff)는 지시를 받았으나 ‘이륙’만 듣고 ‘대기’라는 말을 못 듣고 만다. 관제탑의 지시를 잘못들은 루이텐 기장은 이륙을 시작했다. 그런데 여기서 또 한 번의 소통 사고가 발생한다. 바로 옆자리에 앉았던 부기장 클라우스 메이어는 “이륙을 대기하라”는 관제탑의 지시를 제대로 들었던 것. 하지만 루이텐 기장에게 그는 그 말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루이텐 기장은 KLM의 홍보 모델일 정도로 조직 안팎에서 유명했고 막강한 권한을 쥔 권력자였다. 특히 그의 평가에 따라 다음 운항을 계속할 수 있을지 없을지 여부가 결정되는 등 평가권을 쥔 루이텐 기장에게 반대의견을 말하기가 쉽지 않았던 것이다.

오통과 불통의 결과는 참혹했다. 무리하게 이륙을 시도하던 KLM 항공기와 지상에서 이동 중이던 팬암 항공기는 충돌했고 이 사고로 총 583명이 목숨을 잃었다. 제때, 바르게 소통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보여준 사례다.

‘메타 커뮤니케이션’(Metacommunication)이란 용어가 있다. 모든 소통에는 관계와 내용이 포함되고 관계가 내용을 규정한다는 뜻이다. 리더의 소통에는 수직적·수평적 관계는 물론 조직내 상호성이 모두 작동한다. 어떠한 관계를 맺고 있는가에 따라 리더의 소통은 그 내용이 달라진다. 그 소통이 보고일수도, 지시가 될 수도, 수용 또는 건의나 제안이 될 수도 있다. 그런데 소통에서 말하는 관계란 그저 조직도상의 위계질서가 아니라 상대를 리더 본인이 어떻게 규정하는가에 달려 있다. 리더가 상대를 무시하면 그 소통의 내용은 무엇이든 무시될 것이고 상대를 존중하면 그 내용 역시 존중받을 것이다.

앞서 언급한 사례에서 만약 기장이 부기장에게 존중의 의사를 가지고 관제탑의 내용을 교차확인했다면 그토록 참혹한 대형사고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인도 속담에 ‘눕기 전에 앉으라’라는 말이 있다. 단계적으로 일을 진행해야 한다는 의미다. 효과적인 소통을 원한다면 상대와의 관계부터 돌아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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