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de:068h
device:
close_button
X

[목멱칼럼]저출생 극복 핵심은 ‘돌봄 친화 고용 문화’ 정착

이 기사 AI가 핵심만 딱!
애니메이션 이미지
최은영 기자I 2025.05.02 05:00:00

유재은 스페셜 스페이스 대표

[유재은 스페셜 스페이스 대표] 한국 사회는 인구절벽이라는 거대한 구조적 위기에 직면했다. 노동 인구는 급감하고 있으며 지역과 산업 전반의 지속 가능성이 통째로 흔들리고 있는 것이 현주소다. 이를 위해 선보인 다양한 출산 장려 정책들은 백가쟁명식, 백화점 나열식으로 한계에 봉착했다는 지적 또한 난무한다.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각종 캠페인도 이뤄지고 있지만 단순 캠페인과 일회성 혜택으로는 가속화해 가는 시급한 이 흐름을 더는 막을 수 없다.

즉 패러다임 자체를 전환해야 하는 시기가 도래했다. 이를 위한 핵심 과제는 ‘아이를 낳고 기를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그 출발점은 바로 ‘일터’다. 일과 돌봄이 양립할 수 있는 고용 환경, 출산과 양육이 개인의 희생으로 남지 않는 구조로의 전환이 해답이다.

물론 이를 위한 육아휴직 제도, 유연근무제, 가족친화인증제 등 다양한 제도들이 이미 다수 마련돼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 제도들이 ‘실제로 작동하고 있는가’이다. 정부는 이미 충분한 제도가 마련됐다는 이유로 정책적 책임을 다하고 있다고 평가하며 기업은 형식적으로 보고서를 제출하면서 제도적 요건을 충족하고 있다고 스스로 평가하고 있지는 않은가 질문을 던져볼 때다. 현장에서는 여전히 육아휴직 사용으로 인한 인사상 불이익에 대한 목소리, 유연근무 역시 눈치를 봐야만 쓸 수 있는 제도로 전락한 경우가 많다는 목소리 등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 지점에서 ‘적극적 고용개선조치’(Affirmative Action, 이하 AA제도)를 일례로 주목해 볼 수 있다. 그간 여성 고용 확대를 위한 정량적 조치로 운영한 AA제도는 여전히 ‘여성 혜택을 위한 제도’, ‘기업의 부담을 가중하는 제도’라는 인식에 갇혀 있다. 그러나 여성의 사회 진출이 활발해지고 고용 비중이 증가하는 현시점에서 AA제도는 단순 고용 통계를 넘어 우리 사회의 고용 문화와 조직 내 양성평등 문화를 진단하고 변화하는 중요한 기준점이 될 수 있다. 여성만을 위한 ‘특혜 제도’, 기업에 부담을 가중하는 ‘역차별적 제도’가 아닌 제도를 통해 전 구성원이 가족을 돌볼 수 있고 기업 내 돌봄 친화 문화를 구축하기 위한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 제도의 정합성 측면을 고민해 봐야 한다. 단순히 여성 고용률을 높이는 정량적 목표가 아니라 조직 내부의 문화와 시스템이 함께 돌봄을 공유하고 성별과 무관하게 누구나 일과 육아를 병행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진정한 목표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향후 AA제도는 이러한 변화를 유도할 수 있는 새로운 실험대이자 상징적 장치로의 변모를 꾀할 수 있는 도구로 작동해야 한다.

기업이 자발적으로 육아를 위한 제도에 참여할 수 있도록 기업 내 전 구성원이 특정 성별의 ‘우대’가 아닌 모든 성별의 ‘균형’과 ‘참여’를 통해 일과 육아를 병행할 수 있도록 노동시장, 기업문화, 고용정책 전반에서의 총체적 전환이 필요하다.

저출생·고령화 문제는 인구정책이나 복지정책으로만 접근해선 풀어내는 데 한계가 있다. 일·가정 양립을 위한 다양한 기존 제도들이 적극적 제도 이행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변화의 시작점에 서야 한다. 정량적 목표를 채워야 하는 기업의 부담이 되는 제도가 아닌 제도를 통해 바꾸고자 하는 사회적 가치와 문화에 집중해야 한다.

아이를 낳고 기를 수 있는 사회, 성별 및 세대와 무관하게 일과 육아의 가치가 병행하는 사회는 ‘육아를 벌처럼 감당해야 하는 의무 사회’가 아니라 ‘아이를 함께 돌보는 사회’일 때 비로소 가능해질 수 있다. 육아를 위한 제도가 숫자와 지표 달성이 아닌 우리 사회의 문화를 바꿔나가는 도구가 되길 바란다.

이 기사 AI가 핵심만 딱!
애니메이션 이미지지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Not Authoriz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