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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디에서 연재 중인 웹툰 ‘유괴의 날’은 동명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기반으로 한 작품이다. 그간 소설을 웹툰화한 작품들은 대부분 원작을 얼마나 세심하게 구현하느냐에 초점을 맞춰왔다. 원작이 지닌 스토리의 힘이 큰만큼 이를 웹툰으로 제대로 그려내기만해도 ‘노블코믹스’는 성공이나 다름없는 것으로 평가돼 왔다. 하지만 ‘유괴의 날’은 다르다. 원작에서 접할 수 없던 색다른 시선으로 작품을 재해석했다.
원작에선 주요 빌런으로 등장하는 ‘혜은’이 웹툰에선 주인공으로 그려진다. 왜 그녀가 악마가 됐는지, 과거를 그려내며 입체적인 혜은의 내러티브를 만들어냈다. 혜은의 시각으로 전개되는만큼 원작에서 왜 그녀가 빌런이 될 수 밖에 없었는지를 천천히, 그러면서도 세심하게 그려낸다.
혜은은 보육원 출신으로, 9살의 나이에도 머리가 좋아 돈이 많은 부잣집으로의 입양을 꿈꾼다. 하지만 어렵게 찾은 두 번째 양부모는 비인간적인 인간 개조 실험을 진행 중이었던 의사였다. 불의의 사고로 혜은이 더 이상 실험을 이어가지 못하게 되자 바로 파양된다. 이후 혜은의 삶은 피폐해진다
혜은의 유일한 빛은 보육원 오빠였던 ‘명준’이었다. 17살 이후 명준을 우연히 만난 혜은은 그와 빠르게 사랑에 빠지고 결혼까지 하게 된다. 하지만 결혼생활은 기대보다 길지 못했다. 혜은은 결혼 후 불행이 닥쳐 오자 결국 원작에서 나타난 ‘유괴’라는 선택을 하게 된다. 왜 그녀가 타락하게 됐는지 긴 과정을 급하지 않게 그려나감으로써 독자들에게 몰입감을 전달한다.
혜은은 명준과 함께 천재소녀 로희를 유괴한다. 자신이 과거에 당했던 것처럼 로희가 기억을 잃자 명준을 내세워 ‘아빠’로 위장한다. 완벽 범죄를 노렸던 혜은과 명준은 예상치 못한 일들이 벌저지면서 조금씩 어긋나기 시작한다. 이 과정에서 캐릭터들의 심리 묘사를 탁월하게 그려내 몰입도를 높였다.
원작 자체가 탄탄한데다, 원작을 본 독자들에겐 새로운 시선을 던져주는만큼 작품 자체가 참신하다. 이런 장르의 경우 캐릭터간 심리와 감정 변화를 잘 그려내야 하는데 이 부분이 작화와 어우러져 잘 표현됐다. 전반적으로 납득이 되는 서사가 펼쳐져 무리 없이 읽힌다. 내용이 다소 자극적이긴 하지만, 그만큼의 매력을 지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