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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멱칼럼]'부자' 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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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영 기자I 2025.06.09 05:14:11

부자가 되라고 가르칠 것인가
아니면 부자의 것을 빼앗아 나누라고 할 것인가
바닥이 절망이 아닌 출발점 될 수 있어야

[박용후 관점 디자이너]부모라면 누구나 자식이 잘되길 바란다. 그런데 그 ‘잘됨’의 방향은 다를 수 있다. 누군가는 안정된 직장을 원하고 누군가는 명예를, 또 누군가는 돈을 바란다. 그렇다면 자식에게 ‘부자가 되라’고 가르치는 건 어떤 의미일까.

일단 이렇게 묻자. 당신은 자식에게 부자가 되라고 가르칠 것인가, 아니면 부자의 것을 빼앗아 나눠주는 사람이 되라고 가르칠 것인가.

이 질문은 단순한 선택지가 아니다. 이것은 가치관의 문제고 사회 철학의 문제이며 미래를 바라보는 관점의 문제다.

부자가 된다는 것은 돈을 많이 벌고 경제적 자유를 누리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 기회를 창출하고 영향을 미치며 자원을 어떻게 활용할지를 결정할 수 있는 위치에 선다는 뜻이다. 결국 ‘부자’는 단지 통장의 숫자가 많은 사람이 아니라 세상을 바꿀 수 있는 도구를 가진 사람이다.

그렇다면 어떤 부자가 많아야 세상이 긍정적으로 바뀔까. 결론은 ‘어떤 부자’가 많아야 하느냐다. 자기 재산을 과시하며 다른 이들을 무시하는 부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고가의 자동차와 시계를 올리며 “이건 노력의 결과”라며 경제적 우월감을 정당화하는 부자. 이런 모습은 우리 사회를 병들게 한다. 노력의 결과라고 말하지만 그 노력의 기회조차 갖지 못한 사람도 있다는 것을 모른 척한다. 그런 부자는 부자에 대한 증오만 키울 뿐이다. 우리에게 진짜 필요로 하는 부자는 자기 자산을 어떻게 사회와 나눌지를 고민하는 사람이다. 단순한 기부를 넘어 구조적인 변화를 만들어 내는 사람이다. 자신이 쌓은 것을 이용해 더 많은 사람이 기회를 갖도록 돕는 사람, 한 명의 성공이 수십·수백 명의 기회로 이어지도록 만드는 부자. 그렇게 세상을 바꾸는 부자가 필요하다.

그렇다면 어떻게 부자가 돼야 하는가. 가장 건강한 길은 창업이다. 창업은 단순히 돈을 버는 수단이 아니다. 창업은 문제 해결의 시작이다. 새로운 제품, 새로운 서비스, 새로운 시장을 통해 세상에 없던 가치를 만든다. 그것이 성공하면 고용을 만들고 산업을 발전시키고 국가 경쟁력을 높인다. 하지만 창업가들의 노력만으로는 부족하다. 정치가 도와야 한다. 정치는 무대다. 개인이 자신의 능력을 펼칠 수 있는 무대를 만드는 일이다. 불필요한 규제를 줄이고 창업자가 실패해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며 자본이 아이디어를 만날 수 있게 도와주는 것. 이것이 정치가 할 일이다. 좋은 정치란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부자가 되기 위해 바닥에서부터 시작할 수 있어야 하고 그 바닥이 절망이 아닌 출발선이 돼야 한다. 그런 사회, 그런 나라가 진짜 기회의 땅이다.

문제는 결국 여기에 있다. 부자가 돼 무엇을 할 것인가. 단지 좋은 집에 살고 비싼 차를 사고 자신만의 성을 쌓는 데 만족할 것인가. 아니면 자신이 올라온 그 사다리를 더 튼튼히 만들어 다음 사람을 끌어 올릴 것인가. 우리는 자식에게 이렇게 말해야 한다. “부자가 돼라. 그러나 네가 가진 것을 자랑하지 말고 그것으로 세상을 바꿔라.” 이 말은 이상주의가 아니다. 오히려 가장 실용적인 철학이다. 왜냐하면 사회는 함께 잘살아야 지속하고 성장하기 때문이다. 혼자만 잘사는 사회는 오래가지 않는다. 부자와 빈자의 격차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벌어지면 언젠가는 분열이 오고 그 분열은 모두를 삼킨다.

부자가 된 사람은 남을 도울 책임이 있다. 기회를 만들어주고 희망을 이야기하고 함께 앞으로 가자고 손을 내밀라는 말이다.

우리가 바라는 사회는 이런 사회다. 누구나 노력하면 부자가 될 수 있는 사회, 창업과 혁신이 존중받는 사회 그리고 정치는 국민이 잠재력을 펼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부자는 자신의 부를 통해 더 많은 사람의 꿈을 응원하는 사회다. 이것은 마냥 이상적인 꿈이 아니다. 실제로 만들 수 있는 현실이다. 이미 여러 나라가 그런 모델을 만들어 가고 있다. 우리도 할 수 있다.

앞서 던진 질문에 현명한 부모라면 이렇게 말할 것이다. “부자가 돼라. 그러나 그 부로 남을 짓밟지 말고 남의 꿈을 지켜줘라. 남의 것을 빼앗기 위해 싸우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이 만든 것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 돼라. 그렇게 세상을 바꾸는 사람이 돼라.” 그 말 속에는 힘이 있다.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희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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