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나주 벽돌공장에서 이주 노동자를 상대로 벌어진 ‘지게차 괴롭힘’이 공분을 사고 있다. 지난주 광주전남이주노동자인권네트워크가 공개한 영상을 보면 비닐 랩으로 벽돌더미에 꽁꽁 묶인 스리랑카 출신 30대 이주 노동자가 지게차로 들어올려진 채 허공에서 버둥대고 있었다. 이재명 대통령은 영상을 페이스북에 공유한 뒤 “소수자, 약자에 대한 용납할 수 없는 폭력이자 명백한 인권유린”이라며 “영상을 보고 눈을 의심했다”고 말했다.
관계 당국은 즉각 반응했다. 전남경찰청은 한국인 지게차 운전자를 특수감금, 특수폭행 등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광주지방고용노동청은 근로감독관을 파견해 해당 공장과 가해 근로자를 상대로 조사를 벌였다. 김영록 전남도지사는 스리랑카 근로자를 만나 위로하고 새 직장을 구해주겠다고 약속했다.
이번 사건은 이주 노동자들이 일상적으로 겪는 고통에 비하면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는 게 인권 단체들의 시각이다. 고용허가제(비전문취업 E-9 비자)는 취업기간을 3년으로 제한한다. 기간 만료 후 사용자가 재고용을 원하면 최대 4년 10개월까지 일할 수 있다. 사업장 변경은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이러니 이주 노동자들은 불이익을 당해도 속수무책 당할 수밖에 없다. 국가 이미지에 먹칠을 하는 인권유린 행위를 엄벌에 처하는 것과 별도로 제도적인 개선책도 마련해야 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외국인 취업자는 지난해 사상 처음 100만 명을 넘어섰다. 이 중 고용허가제로 들어온 외국인이 30만 명을 웃돈다. 이들은 내국인이 기피하는 제조·건설업 등 저임·고위험 업종에 집중 배치돼 있다. 이 대통령은 “각 부처가 외국인 노동자 등의 인권침해 실태를 파악하고 재발을 막을 현실적 방안을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무엇보다 2004년 도입된 고용허가제부터 손질할 필요가 있다. 21년 전과 지금은 여건이 크게 달라졌다. 인구절벽 시대에 내국인 일자리 보호를 목적으로 체류 기간을 3년으로 제한하는 것이 타당한지 의문이다. 이번 기회에 외국인 숙련 근로자에 대해선 체류 기간을 대폭 늘리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또 사업장 변경 금지는 인권침해 소지가 크다. 직업선택의 자유가 내·외국인에게 차별 적용돼선 곤란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