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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가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탄핵 결정을 내린 지 한 달여, 시간은 흘러 6·3 조기 대선으로 향하고 있다. 국민은 평온한 일상을 보내고 있지만, 지난해 연말로 시간을 돌려보면 ‘내란의 밤’을 기억하며 불안과 공포로 밤을 지새우는 등 고충을 겪었다.
법무법인 이공의 김선휴(42) 변호사는 윤 전 대통령의 탄핵 결정을 이끌어내는 데 조력한 국회 측 탄핵소추 대리인 중 한 명이다. 헌법재판소 헌법연구관 출신으로 시민단체 참여연대 공익법센터에서 변호사로 활약한 그는 탄핵 심판정에서 귀에 꽂히는 언변으로 주목받았다.
심판정에서 대통령 탄핵을 직접 본 변호사 심경은 어땠을까. 이데일리는 지난달 23일 서울 서초구 법무법인 이공 사무실에서 김 변호사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날 인터뷰에는 정치 평론가 최요한씨도 함께했다.
김 변호사는 “탄핵 결정이 과거의 먼 일로 느껴지는 것은 국민들이 헌재의 결정을 빠르게 수용하고 흡수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면서 “국민들이 헌법이 사회적 안전과 평화를 유지하는 힘이 크다는 것을 느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한강 작가의 통찰이었던 ‘과거가 현재를 도울 수 있는가, 죽은 자가 산자를 구할 수 있는가’라는 것에 동의했다. 그는 “이번 일을 겪으며 (광주 5·18 민주화 운동)을 겪었던 그분들에 대한 고마움을 현실적으로 뼈저리게 느꼈다”면서 “그때 고마움과 미안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윤석열 전 대통령이 계엄선포를 한 당일 국회에 나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심판정에서 바라본 윤 전 대통령은 다른 시대를 사는 사람처럼 느껴졌다고 했다. 김 변호사는 “사람 간의 서로 다른 주장을 할 수 있지만, 최소한 헌법에 대한 신뢰가 있다고 생각했다”면서도 “윤 전 대통령과는 보이지 않는 벽이 있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시대 어울리지 않는 아주 이질적인 사람이 대통령 자리에 있었던 것”이라면서 “선출된 대통령이었다는 게 사실은 비극”이라고 말했다.
그는 헌법재판소 재판관 만장일치로 탄핵 결정이 내려졌을 당시 “담담했다”고 회상했다. 김 변호사는 “처음에는 3월 중하순까지 탄핵 결정이 내려질 것이라 생각했는데, 시간이 길어지면서 조금은 불안했었다”면서도 “헌재가 결정을 내린 그 순간에는 다행이라는 생각뿐이었다”고 기억했다. 이어 “국가를 위해서 대리인단으로서 역사의 죄인으로 남지 않았다”면서 “저에게 주어진 과업이라면 과업이었고, 그것이 크게 잘못되지 않은 결론으로 마무리돼 안도의 마음이 컸다”고 했다.
헌재 헌법연구관 출신인 그는 최근 정치권에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개헌과 관련해 기본권이 강화되는 방향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치권에서 개헌 이야기를 하면 권력구조에 대한 부분에 중점을 두고 논의하는데, 그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도 “1987년 헌법 개정 후 30년이 지난 현실 속에서 기후 위기나 아동, 청소년 등의 권리는 부족해 기본권 조항을 풍부하게 만드는 것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김 변호사는 “탄핵이 결정날 때까지 광장에서 다양한 입장을 표명하는 시민들이 아니었다면 이런 결과는 장담할 수 없었다”면서 “시민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어 “사람들이 연대의 경험을 탄핵이 끝났다고 놓지 않고 계속 이어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김 변호사와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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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한가운데 있다고 생각한다. 변호사로서 의뢰인 중에 5·18 유공자가 있다. 이 사건 이전에는 막연하게 참 이런 분들 고생해서 지금까지도 참 고통받고 계시는구나로 생각했다. 그런데 이 분이 이번 계엄 선포 후 트라우마가 너무 많이 되살아나 계엄 당일 짐을 싸서 도망가려고 했다고 하더라. 한편으로 이번 일 겪으면서 진짜로 고마워 해야 될 분이구나 느꼈다. 이번 일을 겪으며 진짜 민주화 운동 당시 그분들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뼈저리게 느꼈다. 우리는 과거에 대한 고마움과 미안함을 계속 간직하고 있어야 더 나은 미래를 가져올 수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했다.
-국회 소추대리인단에 어떻게 뽑히게 됐는지 궁금하다
△김진한 변호사가 국회로부터 대리인단 구성을 총괄해달라는 의뢰를 받은 것으로 안다. 저와 개인적인 인연으로는 제가 헌법재판소 입사했을 때 첫 지도연구관이었다. 2년 동안 지도를 받았고, 각자 헌재를 떠났지만 지금도 연락하면서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제가 3년 전 법관 탄핵 사건을 해서 탄핵심판 절차를 수행해본 경험이 있다는 것과 헌법연구관 출신의 일반 변호사라는 점으로 저를 좀 생각해주지 않았을까 한다.
-현장에서 본 윤석열 전 대통령은 어떤 사람인가.
△분명히 동시대 같은 시공간에 있지만 다른 세계 있는 사람이란 느낌을 받았다. 보통 같은 시공간에 있는 사람은 가치관과 생각이 다를 수 있어도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공유하는 최소한의 공감대가 있는데, 내가 말을 섞은 것도 아니고 들을 뿐이지만 시대착오적인 사람(으로 느껴졌다). 마치 지금은 2025년 대한민국 민주화된 이 사회에 본인이 시대와 가치관이 80년대 머물러 있는 사람 같았다. 한편으로는 보이지 않는 벽이 있다고 느꼈고 선출된 대통이었다는 것이 사실은 비극이라고 생각한다.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파면 결정 전까지 온 국민이 마음을 졸였다. 느낌은 어땠나.
△선고 기일 잡히고는 확신하고 들어갔다. 심판정에 앉아 있을 때 문형배 대행의 표정이 밝아서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중에 결정문을 읽고 나서는 여러가지 좋은 문장들을 보면서 울림이 있었다. 현장 선고 요지는 압축돼 있었다. 압축된 내용들이 지극히 정당한 내용들이었다. 그런 내용들이 결정문에 담기지 않았다면 이상했을 내용이라, 들으면서 수긍의 마음이 들었다. 그런 마음으로 덤덤하게 들었다. 한편으로 4월 4일 대리인단 선고기일 직전 주에 불안한 마음도 있었다. 선고됐을 때 다행이라 생각했다. 국가를 위해서 대리인단으로서 역사의 죄인으로 남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크게 잘못되지 않은 결론으로 마무리 돼 안도의 마음이 컸다.
-헌법 연구관 출신이다. 헌법은 어떤 식으로 개정돼야 한다고 보나
△정치권에서는 개헌 이야기를 하면 권력구조에 대한 부분에 중점을 두고 개헌 이야기를 한다. 아무래도 대통령의 제왕적 권력을 어떻게 분배하거나 견제할 것인가를 놓고 이야기한다. 물론 그 폐해를 겪어와서 그런 부분에 대한 개헌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저는 기본권 관련 활동이나 헌법소원을 하는 사람으로서 기본권 관련 개헌이 좀 많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30년 현실 속에서 기후위기 환경, 생명, 안전, 디지털 정부, 인권, 헌법, 아동, 청소년 권리 등이 부족하다. 헌법재판소 구성에 관한 조항도 바뀔 필요가 있다고 본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시민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 탄핵 결정날 때까지 광장에서 다양한 입장을 표명하는 시민들이 아니었다면 이런 결과는 장담할 수 없었다. 연대의 경험을 사람들이 탄핵이 끝났다고 놓지 않고 계속 이어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