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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점에서 이번 개편의 가장 주목할 만한 진전은 배당소득만 구별해 별도의 누진세율 체계를 시도한 것이다. 이중과세나 위험보상 면에서 이질적인 이자소득과 배당소득을 금융소득으로 동일하게 과세하는 것은 일본의 방식인데 과세 행정 편의 외에 경제적으로 설명할 길이 없다. 물론 배당소득이 분리과세냐 종합과세냐는 본질은 아니다. 핵심은 이중과세나 위험부담에 대한 보상을 고려해 누진세율을 일반소득세율보다 낮게 유지하는 것이다. 이 역시 배당 고소득자라고 예외가 될 수 없다. 외국에서도 배당소득세율을 낮추려는 흐름은 일관된다. 미국은 배당소득 종합과세를 유지한 채 별도의 낮은 누진세율 체계를 도입한 사례다. 일본은 조금 특이하게 배당소득 고소득자에게 사정에 따라 분리과세와 종합과세를 선택하도록 하고 있다.
그렇다면 배당소득 누진세율은 어느 수준이 적정한가. 2003년 조지 W 부시 정부가 도입해 정권과 관계없이 성공한 정책으로 평가받는 미국의 배당소득 누진세율은 소득수준에 따라 0%(부부합산 과세소득 약 1억 3000만원 이하), 15%, 20%로 차등화해 있다. 광범위한 비과세 구간이 인상적이고 최고세율은 종합소득세율(39.5%)보다 약 19.5%p 낮다. 우리도 미국처럼 배당소득 면세구간(0% 세율)을 두는 것은 어떤가. 소액 주식을 보유한 청년과 중저소득층 가계가 수혜를 보게 될 것이며 저축에서 투자로의 가계 자산 선택에 긍정적일 것이다. 세수 결손도 미미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소득 상위 30%가 배당소득세의 96%를 납부하고 있다.
배당소득 초고소득자와 구별해 중고소득자 세율을 이자소득세율(14%)보다 낮게 두는 방안도 중요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 배당소득 이중과세는 단순히 두 번 과세한다는 공정의 관점을 넘어 경제의 유인체계를 바꿔 놓는다. 이중 과세로 인해 기업은 주식보다 부채, 부채 중에서 조세감면이 많은 금융기관 차입을 선호하게 된다. 자본시장의 발전을 저해하고 혁신생태계의 성장을 늦추는 미시적 인센티브 왜곡을 가져올 수 있다고 한다. 가계 역시 사실상 무위험의 이자소득보다 위험이 따르는 주식의 배당소득에 대한 세금이 우호적이어야 저축에서 투자로의 전환에 관심을 둘 것이다. 미국 부시 정부의 배당소득세 개편을 담은 법안명은 ‘일자리와 성장을 위한 조세조정법’이었다. 법안명에서 알 수 있듯이 미국은 배당소득세 정책을 단순히 주식시장 활성화 전략을 넘어 고용과 혁신 성장을 위한 세제전략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배성 성향 35% 이상 적격 상장기업에만 분리과세 혜택을 주는 방안은 다소 위험해 보인다. 세수 결손을 고려한 대책으로 보이나 약간의 세수를 지키려다 정책 실효성을 약화시키거나 배당이 용이한 특정 산업, 성장주보다 가치주, 제조업보다 서비스업으로 자본시장의 수요 쏠림이 일어난다면 경제와 산업 경쟁력에 부정적 피드백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35%룰 같은 적격 요건을 과감히 거두고 미국처럼 모든 상장기업과 뮤추얼펀드에 적용해 상장기업의 배당 문화를 확산하는 것이 정책 목표가 되기를 바란다. 지난해 배당한 기업은 1700개 상장기업 중 약 70%다. 배당소득세율 인하가 배당 기업의 배당정책을 더 현실화하고 이익을 내고도 배당을 하지 않던 기업의 배당을 유도할 수 있다면 일시적인 세수 손실은 있겠으나 배당소득 장기 세수는 더 늘지 않을까. 참고로 작년 배당에 참여한 기업의 순이익은 약 90조원인데 상장기업의 전체 순이익은 140조원이었다. 모든 상장기업의 배당 참여를 목표로 안정적 세수와 주식시장 활성화, 부자 감세 논란이 불식되는 배당소득 누진세율 체계가 제시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