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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요금은 전기 판매를 도맡은 공기업 한국전력(015760)공사가 매 3·6·9·12월 조정안을 만들어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에 신청하면 산업부가 전기위원회 심의와 함께 물가 당국인 기획재정부와 협의 후 이를 인가하는 방식으로 결정된다. 한국가스공사(036460) 역시 통상 매 짝수달 말 비슷한 형태의 논의를 거쳐 도시가스 요금 조정 여부를 결정한다.
이달 논의에선 에너지 요금 조정이 어려우리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재명 정부가 이제 막 출범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에너지 요금은 공공성이 큰 만큼 역대 모든 정부가 정권 초 요금 현실화 논의에는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더욱이 이 대통령이 지난 9일 2차 비상경제점검 대책반(TF) 회의에선 “라면 한 개에 2000원도 한다는데 진짜냐”라며 민생물가 대책을 주문한 만큼 이번 에너지 요금 인상 논의는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대통령도 대선 기간 에너지 요금 인상 불가피론을 언급한 바 있지만, 당장은 손대기 어렵다는 전제를 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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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상황이 이어진다면 이재명 정부의 핵심 공약인 재생에너지 발전설비 중심의 ‘에너지 고속도로’ 이행에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 한전은 2038년까지 현재 계획된 전력망 구축에만 72조 8000억원을 투입해야 하는데, 이 대통령의 공약인 동·서·남해를 ‘U’자 형태로 잇는 에너지 고속도로를 현실화하려면 이보다 더 큰 비용 투입이 불가피하다. 발전 단가가 낮은 석탄·가스화력발전 전력을 2~3배 비싼 재생에너지 발전 전력으로 대체하는 것도 전기요금 인상 압력이 될 수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경기를 부양하면서 동시에 물가를 잡으려는 현 정부의 경제정책에 모순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물가 통제를 이유로 정부가 공공요금에 개입하는 것에 대한 우려도 있다.
정연제 서울과학기술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경기 진작을 이유로 추가경정예산안(추경) 편성을 추진하는 동시에 물가 안정을 추진하는 건 모순”이라며 “한전은 (한전법에 따라) 채권 한도 발행이 제한돼 있고 2027년이면 한시적으로 늘려놓은 한도도 다시 줄어드는 만큼 그 이전까지 한전 누적적자를 어떻게 해소할 지 구체적 방안이 나와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