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상호관세 유예 종료를 앞둔 무역 협상, 한국은행 기준금리 결정 등이 환율 방향성을 틀 변수로 지목되는 가운데, 환율 하락세가 6월에도 이어질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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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엠피닥터에 따르면 전날 정규장에서 환율은 1364.4원에서 거래를 마쳤다. 이는 종가 기준으로 지난해 10월 16일(1362.6원) 이후 약 7개월 만에 최저치다. 지난해 11월 미국 대선과 12월 비상계엄 여파로 급등하기 전 수준으로 돌아간 것이다.
4월 말 1420~1430원대에서 움직이던 환율은 이달 초 대만달러 급락으로 인해 단숨에 1400원을 하회했다. 이후에도 한미, 미일 환율 협상 소식에 환율은 1370원대로 낮아졌다. 이후에도 무디스의 미국 신용등급 강등, 미국 20년물 국채 입찰 부진, 유럽연합(EU) 추가 관세 예고 등 충격이 더해지면서 환율은 1360원까지 떨어졌다. 한 달도 되지 않아 환율이 60원가량 급락한 것이다.
원화는 이달 들어 26일까지 달러화 대비 4.1% 급등했다. 20여개 주요국 통화 대비 낙폭이 가장 컸다. 미국 자산에 대한 신뢰도가 흔들리면서 달러인덱스가 이달 0.6% 하락하긴 했으나, 달러가 하락한 것에 비해서도 원화 가치가 훨씬 더 크게 오른 것이다. 원화와 상관관계가 높은 엔화(0.1%), 위안화(1.3%)와 비교해서도 원화 절상 폭은 압도적으로 컸다.
5대 은행 전문가, 6월에도 환율 하락
그렇다면 다음달에도 환율 하락세가 이어질 수 있을까. 주요 5대 시중은행 외환 전문가들은 6월에도 ‘추가 하락’을 전망했다. 이들 중에는 환율 하단을 최대 1330원까지 낮춰 보기도 했다. 또 공통적으로 ‘관세 합의’ 가능성을 환율 하락 요인으로 꼽았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미 달러 자산을 덜어내는 추세가 계속 이어질 것 같다”며 “7월 초 관세 유예 종료 전인 6월에 한국을 비롯해 일본, 인도 등에서 합의 소식이 들려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한 미국 감세안 통과 등 재정 적자 문제가 쉽사리 해결되지 않으면서 달러 약세에 따른 환율 하락이 지지될 것이라 봤다. 공화당은 오는 7월 4일까지 감세안 통과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민혁 KB국민은행 연구원은 “6월에도 환율 변동성이 클 수는 있지만 방향은 아래쪽”이라며 “감세안 통과도 있어서 미국 재정에 대한 우려가 쉽게 사그라들 것 같지 않고, 미국 경기 데이터도 둔화될 가능성이 높아 달러도 지금보다 낮아질 듯 하다”고 내다봤다.
반면 현 수준(1360원)에서 하락이 제한될 것이란 의견도 있다. 이낙원 NH농협은행 FX파생전문위원은 “단기간 환율이 많이 빠진 만큼 6월 추가 하락은 제한적일 것이고, 이미 하단에 근접했다”며 “최근 원화 강세를 이끌었던 재료 소멸에 따른 기술적반등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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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미국과의 관세 협상 과정에서 환율이 반등할 가능성도 동시에 존재한다. 특히 미국이 중국, 유럽과의 협상 과정에서 이들 통화가 변동성이 커질 수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
민경원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6월까지는 달러 약세 연장하는 흐름일 것이고, 중국이 인위적인 통화 절하보다는 내수 활성화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에 위안화 강세로 인해 환율 1360원 레벨이 유지될 것”이라면서도 “다만 독일 제조업이 좋지 않아 유로화가 약세를 나타내며 달러 강세가 지지될 수도 있다”고 했다.
또한 6·3 대선 이후 2차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이 늦어진다면 국내 경기가 위축되면서 환율 반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이 연구원은 “제일 걱정되는 부분은 우리나라 경기 상황”이라며 “이미 1분기 역성장이 나왔고 대선 이후에도 추경 진행이 더디다면 국내 측면에서 원화 강세가 제약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는 29일 한국은행의 금리 결정은 환율 하락세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란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한은은 이번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미 금리 인하가 이미 시장에 선반영 돼 있는 데다, ‘경기 부양’에 방점을 둔 인하일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환율이 급하게 하락한 만큼 ‘적정 환율’을 진단해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환율이 1300원 중반대까지 내려와 국내 수출업체들에게는 부담이 될 수 있다.
서정훈 하나은행 수석연구위원은 “이쯤에선 환율이 더 떨어지는 게 우리 경제에 좋을 것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며 “관세로 인해 세계 교역량이 줄어드는 와중에 환율이 더 하락하면 우리 수출도 더 줄어들고, 경상흑자가 나오더라도 불황형이 될 가능성이 크다. 1350원 밑으로 하락하면 수출에 부정적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