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쌀·소고기 등 개방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어, 일부 양보가 불가피하다는 분위기가 우세하다. 이에 따라 정부가 국내 농업계를 어떻게 설득하고, 피해를 최소화할 대책을 마련할지 관심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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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5일 한미 2+2 재무·통상 협의가 돌연 취소된 후 통상현안 긴급회의를 열어 “협상 품목 안에 농산물도 포함됐다”고 처음 공식화 하기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쌀·소고기 등을 ‘바관세 장벽’ 폐지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이미 미국과 협상을 마무리한 국가들이 일정 수준의 농축산물 개방을 수용한 점을 감안하면, 한국도 예외가 되기 어렵다는 관측이다. 일본은 쌀, 호주는 소고기 등 한국의 협상 품목으로 거론되는 품목들이 잇달아 개방된 사례도 있다.
대통령실의 발표 이후 농축산업계는 물론 정치권에서도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27일 “한·미 통상 협상에서 농업을 협상 ‘제물’로 삼지 말라”는 입장을 냈다. 한국농축산연합회와 한국종합농업단체협의회, 축산관련단체협의회, 농민의길 등 농축산업 단체들도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연이어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의 농업계 설득 방안 및 피해 대책 마련에 관심이 쏠린다. 그간 농림축산식품부는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등 농업 시장 개방에 따른 국내보완대책을 마련해 왔다.
대표적으로 지난 2007년 한·미 FTA 타결 이후 2008~2017년까지 11년간 23조원 규모의 농업계 지원 대책을 마련한 바 있다. 저금리 융자 지원은 물론 소고기 수입 개방에 따른 △축산분야 시설 현대화 △조사료 생산기반 확충 △농가단위 소득안정직불 도입 등 생산성을 끌어올리고 생산비를 절감할 수 있도록 하는 종합 지원대책이 담겼다.
재정 지원 외에도 △도축세 폐지 △축산소득 비과세 △수입사료 무관세 품목 확대 △면세유 대상기종 추가 △농지보전 부담금 면제 등 각종 세제지원도 담겼다.
하지만 대부분의 농업대책은 이미 종료되거나, 축소된 상태다. 잇단 FTA 체결로 도입된 ‘FTA 피해보전직불제’와 ‘농어촌상생협력기금’도 각각 올해와 내년 일몰을 앞두고 있다. 또 이번 협상에 포함될 수 있는 사과 농가에 대한 지원 대책은 전무한 상황이다. 아직 수입이 개방된 사례가 없기 때문이다.
정부에서는 관세 협상이 타결된 이후 농축산물 포함 여부에 따라 농업계 피해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관세 협상 결과에 따라 경제성 평가를 거친 뒤 농업계 피해 대책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한호 서울대 농경제학과 교수는 “일부 농업 개방이 불가피하다면, 정부에서 관련 업계를 설득하고 공감대를 이끌어야 한다”며 “피해 대책 마련에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경쟁력 강화 대책 등을 선제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