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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액 자체는 작지 않지만 예년과 비교하면 투자에 소극적인 모습이다. LG디스플레이의 시설투자액은 지난 2022년 5조2000억원을 기록한 뒤 2023년 3조5000억원, 지난해 2조2000억원 등 꾸준히 감소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터지기 전인 2019년과 2018년에는 각각 7조원, 7조9000억원을 썼다.
2022년 이후부터 지난해까지 투자액이 감소한 데에는 적자 영향이 있었다. 2022년 당시 LG디스플레이는 연간 2조85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2023년에는 2조5102억원으로 더 불었다. 지난해 손실 규모가 대폭 줄긴 했지만 여전히 5000억원대 적자를 봤다.
다만 지난해 4분기와 올해 1분기 연속으로 분기 흑자를 올린 데 이어 하반기 흑자 확대가 예상되며 올해는 연간으로도 적자를 벗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럼에도 LG디스플레이가 투자에 크게 힘을 싣지 않는 건 경제 불확실성의 영향이 크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전쟁을 시작하면서 글로벌 경제는 안갯속에 놓인 상황이다. 국책연구기관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을 2.7%로 예상하며 기존 전망치보다 0.3%포인트 낮췄는데, 그 원인으로 통상 마찰을 지목했다. 무역 갈등으로 세계 소비 심리가 위축되며 스마트폰과 TV 등 디스플레이를 탑재하는 제품의 수요가 감소할 수 있는 것이다.
정원석 iM증권 연구원은 “미국 관세 정책으로 주요 TV, 스마트폰 세트 고객사의 수요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재무 건전성을 높이는 작업도 시급하다. 올해 1분기 기준 LG디스플레이의 부채비율은 308%다. 빚이 자기자본의 3배를 넘는다는 의미다. 이에 따른 이자 역시 적지 않다. 1분기 이자비용은 2010억원으로 같은 분기 영업이익 335억원을 크게 웃돈다. 광저우 공장 매각대금 2조2466억원이 연내 들어오더라도 차입 상환과 이자 납부, 기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사업 운영 자금 등에 써야할 돈이 많아 새로운 시설투자를 할 여유가 많지 않다.
시설투자를 늘릴 경우 다시 적자 고리에 빠질 수 있다는 점도 의식하는 것으로 보인다. LG디스플레이의 흑자 전환 배경에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사업 구조 고도화뿐 아니라 OLED 시설의 감가상각 축소도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투자를 늘릴 경우 감가상각비가 다시 늘어 흑자 달성이 어려워질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LG디스플레이의 IT용 8.6세대 투자 등에 시장 관심이 많지만 아직은 수익구조를 안정화하는 작업에 무게를 싣는 모습”이라며 “하반기 경기 불확실성이 상당한 점도 간과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