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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결은 서울, 부산 등 대도시에서 운영 중인 마이스 얼라이언스(협의체)를 벤치마킹해 도입한 ‘타운(Town) 마이스’ 프로그램. 공주사대부고를 중심으로 반경 300m 안에 있는 시설과 상점의 서비스를 하나의 패키지로 묶은 이 프로그램으로 제민천 일대는 행사장과 숙소, 식음, 관광 등 행사에 필요한 서비스를 ‘원스톱’으로 제공할 수 있게 됐다.
프로그램 도입을 주도한 퍼즐랩의 권오상 대표는 “식당, 카페, 책방, 갤러리, 여행사 등 타운 마이스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마을 내 시설, 상점만 70여 곳”이라며 “그동안 행사 경험이 쌓여 한 번에 숙박 인원이 150명이 넘는 행사도 문제없이 운영할 수 있는 팀워크를 갖춘 상태”라고 소개했다.
공주 제민천 마을 전국 최초 타운 마이스 도입
마이스(MICE)가 지방소멸의 난제를 풀 해법으로 떠오르고 있다. 공주 제민천 마을이 전국 최초로 도입한 ‘타운 마이스’ 프로그램이 체류형 방문객(생활인구) 유입을 늘리는 효과를 내면서다. 타운 마이스는 기존 도시 단위의 마이스 활성화 범위를 소규모 마을 단위로 좁힌 것으로 공공이 아닌 지역 주민·기업 등 민간이 주도하는 방식이다.
이화봉 한림국제대학원대 교수는 “정부·지자체 예산이 들어가는 공공 주도 방식의 마이스 활성화는 행사·단체 유치로 인한 직간접 효과가 중요하지만, 타운 마이스는 주체인 지역 주민과 기업의 안정적인 수익 등 실질적인 비즈니스 성과가 더 중요한 요소”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공주시는 도내 9개 인구감소지역 중 가장 많은 숫자의 생활인구가 유입됐다. 주말보다는 주중 평일, 당일치기보다 최소 하룻밤 이상 지역에 머무는 생활인구가 늘어난 영향이다. 2분기(4~6월)엔 전체 도시로 유입된 월평균 생활인구가 10만 명 내외인 등록인구(정주인구)의 7배인 70만 명까지 치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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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 대표는 “일반 관광객보다 1인당 소비액이 3배 이상 높은 행사 참가자가 주중 평일 빈 수요를 채워주면서 상권이 되살아났다”며 “불과 1~2년 전까지만 해도 즐비했던 빈집, 빈상가가 모두 채워져 제민천 주변은 공실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라고 말했다.
많은 숫자는 아니지만, 청년 인구 유입이 늘어나는 효과도 보고 있다. 행정안전부 지원을 받아 추진한 ‘청년마을 만들기 사업’의 성과로 지역 상권이 살아나 일자리가 늘면서 4년째 타 지역 출신 청년 40여 명이 마을에 터전을 잡고 생활하고 있다. “외부 유입 단체와 행사가 늘면서 식음료 판매 위주였던 기획, 서비스 분야로 일자리가 다양해지고 비즈니스 활동의 대상과 범위가 전국으로 확대되면서 정주 환경이 이전보다 나아졌기 때문”이라고 권 대표는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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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운 마이스로 늘어난 행사는 지역 상권의 서비스 마인드와 역량 등 방문객 수용태세를 끌어올리는 역할도 하고 있다. 예고 없이 찾아오는 일반 관광객과 달리 행사와 단체는 인원부터 일정, 동선 등을 사전에 파악할 수 있어 대비가 가능하기 때문. 이화봉 교수는 “타운 마이스로 지역에서 열리는 행사가 늘면 동반자 수요와 재방문을 늘리는 선순환 효과도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인구감소지역에서 마을 단위의 타운 마이스가 성과를 내려면 민간 기업 형태의 컨벤션뷰로(CVB)가 필요하다는 게 업계와 학계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민간 기업 형태이되 행사·단체를 유치하는 뷰로 기능에 방문객과 지역 관광·여행 서비스를 연결하는 목적지 관리회사(DMC) 기능을 모두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한 지역 CVB 관계자는 “과거 ‘시골형’ 마이스를 추진하던 군 단위 지자체에서 공공기관 형태의 CVB를 설립했다 대도시와의 경쟁에 밀려 결국 사업 자체를 접은 전례가 있다”며 “당장 소멸위기가 코앞에 닥친 지역에서 생활인구 유입과 도시 재생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으려면 뷰로가 자체 운영과 자립 기반을 갖춘 수익순환형 모델이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단기간 내에 유치 성과를 내기 위한 퍼주기식 비용 지원, 무분별한 홍보·마케팅보다 가용 시설과 서비스를 한 곳에 모아놓은 하우징 뷰로 서비스부터 시작하라는 조언도 나온다. 아무리 좋은 시설, 서비스도 정확한 기능과 콘센트를 메뉴화해 보여주지 못하면 무용지물이라는 이유에서다.
이 교수는 “산업 인프라, 대외 인지도가 부족한 마을 단위 소규모 지역에선 마이스 활성화의 접근 방식과 활용법을 대도시와 다르게 가져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지자체는 타운 마이스가 기존 지역 재생과 마이스 활성화 사업의 빈틈을 메우는 보완재가 될 수 있는 만큼 융자와 출자 확대, 규제 완화 등 행정적 지원을 확대하고, 기존 유니크 베뉴와 컨벤션센터, 지역 축제와의 연계하는 방식으로 지역 마이스 활성화의 새로운 성장 모델을 만들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