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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12일(현지시간), 유럽인들의 미국행 여행이 눈에 띄게 줄었다고 보도했다. 실제 미국 국제무역청(ITA)에 따르면 올해 3월 미국에서 1박 이상 머문 서유럽 방문객은 전년 동기보다 17% 감소했다.
감소 폭은 국적별로 더 뚜렷하다. 덴마크·아이슬란드는 30% 이상, 독일·아일랜드·스페인·노르웨이는 20% 이상 줄었다. 전체 해외 방문객도 12% 감소해, 이는 2021년 팬데믹 회복기 이후 가장 큰 낙폭이다.
유럽 최대 여행 예약 플랫폼 오미오(Omio)의 나렌 샴 CEO는 “올해 1분기 미국행 예약 취소율이 전년보다 16%포인트 높았다”며 “특히 영국, 독일, 프랑스 여행객의 취소 비율은 그 이상이었다”고 밝혔다.
여행업계는 미국행 감소 주요 원인으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등장과 국경 정책을 지목한다. 트럼프의 국경 강화 발언이 이어지면서, 미국 입국 심사 과정에서 불편을 겪는 사례가 급증했다는 보도도 이어졌다.
프랑스 호텔 대기업 아코르의 세바스티앙 바쟁 CEO는 “미국 국경에서 유럽 방문자가 구금됐다는 보도가 퍼지면서 ‘나쁜 소문’이 현실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아코르는 올 여름 미국행 유럽 여행 예약이 25% 감소했다고 밝혔다.
여행 리서치 기업 투어리즘 이코노믹스의 애덤 색스 대표도 “올해 부활절 시점 차이 외에도, 공항·국경 데이터 상 분명한 흐름이 있다”며 “이는 트럼프에 대한 유럽의 반응”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최근 미국 방문 외국인 증가율 전망치를 9% 증가에서 9.4% 감소로 하향 조정했다. 이유는 명확하다. “트럼프의 공격적 외교 언사가 유럽연합(EU)과 캐나다, 그린란드 등 미국 우방국 방문자의 감정을 해쳤다”는 분석이다.
여행 웹사이트 카약(Kayak) 창업자인 폴 잉글리시는 “단 두 달 만에 미국의 이미지가 추락했다”며 “이는 단순한 경제 타격을 넘어 세대가 걸릴 평판 손상”이라고 경고했다.
항공 업계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에어프랑스·KLM의 벤 스미스 CEO는 “수요 둔화로 대서양 노선 요금을 인하해야 했다”고 밝혔다. 버진 애틀랜틱도 “대서양 횡단 수요가 약화될 조짐”이라고 전했다.
문제는 경제다. 관광은 미국 GDP의 2.5%를 차지한다. ITA에 따르면, 지난해 외국인 관광객이 미국에서 쓴 관광 소비액은 2530억 달러(약 360조 원)에 달한다.
관광객 감소는 단순한 통계가 아니다. 미국의 개방성, 이미지, 글로벌 매력도가 시험대에 올랐다는 뜻이다. 트럼프 재등장이 불러온 긴장감이, 고스란히 비행기 예약률과 GDP에 반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