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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법조계에 따르면 파기환송은 대법원이 원심 판결에 법률적 오류가 있다고 판단해 해당 판결을 깨뜨리고(파기), 사건을 다시 하급심 법원으로 돌려보내(환송) 재심리하도록 하는 절차다.
반면 파기자판은 대법원이 원심 판결을 파기한 후 사건을 하급심으로 돌려보내지 않고 직접 최종 판결을 내리는 절차를 말한다. 대법원이 소송 기록과 1·2심 법원에서 조사한 증거에 의해 판결하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인정될 때 이뤄진다.
이는 형사소송법에 근거를 두고 있다. 형소법 제391조(원심판결의 파기)에 따르면 상고이유가 있는 때에는 판결로써 원심판결을 파기해야 한다. 이처럼 원심판결을 파기하는 경우에는 원심법원에 환송해야 한다. 다만 같은 법 제396조(파기자판)에 따라 그 소송기록과 원심법원이 조사한 증거에 의해 판결하기 충분하다고 인정한 때에는 상고법원이 피고사건에 대해 직접판결을 할 수 있다.
우리나라 사법제도에서는 1심과 2심은 사실 관계와 법률 문제를 모두 다루는 ‘사실심’인 반면, 대법원은 법률적 위법 여부만을 심사하는 ‘법률심’이다. 따라서 대법원이 2심 판결을 뒤집을 때는 일반적으로 파기환송이 원칙이며, 파기자판은 예외적인 경우에 해당한다.
대법원이 파기자판을 결정하는 경우는 주로 법령 적용의 오류가 명백해 사실관계를 재조사할 필요가 없는 경우다. 또한 이미 1·2심을 통해 충분한 심리가 이뤄져 추가 심리 없이 판결이 가능하다고 판단될 때도 파기자판이 가능하다. 때로는 사건이 법원의 권한에 속하지 않아 판결을 파기해야 할 때도 대법원이 직접 판결을 내리는 경우가 있다. 이처럼 파기자판은 특정 조건이 충족될 때 예외적으로 적용되는 절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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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항소심 무죄 판결에 대해 △법리오해 △채증법칙위반 등을 이유로 상고를 제기했다고 설명했다. 법리오해는 법령 해석이나 적용의 잘못을, 채증법칙위반은 법관이 경험칙에 반해 합리성을 잃은 판단을 했다는 주장이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대법원이 이 사건에 대해 파기자판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김기현 의원은 “대통령 선거 출마 자격과 관련된 사회적 논란이 매우 큰 만큼 대법원이 파기자판을 하는 것이 원칙에 부합한다”고 주장했다. 나경원 의원은 “법리 오해에 관한 판단이 이번 사건의 상고 이유이므로 대법원이 직접 판결할 만한 조건을 갖췄다”고 말했다.
그러나 통계적으로 볼 때 대법원에서 파기자판 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사법연감에 따르면 2023년 기준 대법원 상고심 사건(2만419명) 중에서 파기자판(15명) 사례는 0.073%에 불과하다. 파기자판은 명백한 증거와 법리적 오류가 있을 때만 가능한 예외적 절차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럼에도 국민의힘 내부에서 파기자판 요청이 나오는 것은 이재명 대표의 향후 대선 출마를 저지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분석이다. 파기자판을 통해 신속하게 유죄 확정과 함께 피선거권 박탈형을 이끌어내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김기현 의원은 “최종심인 대법원만이 이번 항소심의 법리적 오류를 시정할 수 있다”며 파기자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나경원 의원은 “사건을 관행대로 원심인 고등법원에 되돌려보낸다면 재판 기간이 더욱 지연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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