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역폭메모리(HBM) 경쟁력을 보유한 SK하이닉스(000660)는 한 달 새 20%가 넘는 상승률을 기록한 반면 대장주 삼성전자(005930)는 코스피 지수 수익률(12.0%)도 추종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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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서는 외국인의 반도체주 매수세가 단기적인 수급 흐름이 아니라 중장기 업황 회복 기대감과 맞물려 있다고 본다. 특히 고성능 메모리 수요 확대와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가 본격화되면서, 반도체 대형주 중에서도 차별화된 모멘텀을 갖춘 종목에 대한 선별적인 접근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반도체 섹터 랠리는 이어지고 있다. 미국에서는 AI 반도체 강자인 엔비디아 주가가 20일(현지시간) 기준 143.85달러로, 사상 최고치(149.41달러)에 육박했다. 이달 중 발표될 7월 매출 가이던스가 시장 컨센서스를 크게 상회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관련 종목 전반에 대한 기대감도 확산되는 분위기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러한 흐름의 중심에 HBM이 있다고 입을 모은다. 류형근 대신증권 연구원은 “2025년 HBM 공급과잉 우려가 축소된 가운데 시장의 시선은 2026년의 기회요소로 이동하고 있다”며 “AI 기술 진화에 기여할 수 있는 반도체 신제품에 대한 수요는 2026년에도 견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주가 흐름에서도 격차가 드러나고 있다. 최근 한 달간 SK하이닉스는 23.86% 오르며 강한 탄력을 보였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 수익률은 4.75% 상승에 그쳤다. 외국인의 순매수 규모 역시 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를 앞서며, 수급 측면에서도 흐름이 갈리는 모양새다.
이러한 차별화는 HBM 사업 역량의 차이에서 비롯된다는 분석이다. HBM4는 SK하이닉스가 지난 3월 세계 최초로 12단 샘플을 주요 고객사에 공급한 반면 아직 삼성전자의 샘플 공급 소식은 나오지 않은 상태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HBM 시장 점유율은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각각 52.5%, 42.4%를 차지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삼성전자에 대해서도 중장기 기대감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밸류에이션 매력과 함께 AMD에 HBM3e12단 제품 공급과 신규 파운드리 거래선이 추가되는 등 펀더맨탈에 대한 우려도 점진적으로 해소되고 있다”며 “올해 1월을 정점으로 중국 스마트폰 수요가 위축되고 있지만 하반기부터 신제품 출시 행렬을 감안할 때 3분기까지 모바일 D램 가격 상승세는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류형근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AI 시대에 대비해 공정 및 제품 개선에 나서고 있는 만큼 기존 공급업계의 생산 제약 효과도 지속되고 있다”며 “그만큼 범용 시장의 단기 수급 안정성은 강화될 것”이라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