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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시민권 취득 후 韓국적회복 '병역기피'?…法 "단정못해"

최오현 기자I 2025.04.07 08:43:15

法 "병역기피 목적 강한 의심 사정 있어야"

[이데일리 최오현 기자] 대한민국 국적의 남성이 미국 시민권을 취득한 뒤 국적회복을 신청한 것을 법무부가 ‘병역기피 의도’라며 불허한 처분을 취소하라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사진=백주아 기자)
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부장판사 강재원)는 고모씨가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국적회복 불허 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고씨는 1986년생 한국인으로 만 35세이던 2022년 미국 입국 시 겪는 2차 심사 문제를 해결하고자 미국 시민권을 취득했다. 이로 인해 국적법 제15조 제1항에 의거해 한국 국적을 상실하게 됐고 미국 시민권 취득 직후 국적회복을 신청했다.

그러나 법무부는 2023년 10월 그가 국적회복 요건을 갖추지 못했고 병역기피 의도가 있다며 신청을 불허했다. 이에 고씨는 같은 해 11월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불허 처분의 취소를 요청했지만 2024년 1월 기각되자 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원고가 대한민국 국적을 상실할 당시 원고에게 병역의무 이행 자체를 거부하고자 하는 적극적인 의도가 있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며 고씨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그가 병역법상 입영 의무가 면제되는 36세를 초과한 시점에 국외여행 허가를 받았고 허가 취소 대상자도 아니라는 점에서 병역을 기피할 목적이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단 것이다.

재판부는 또 고씨가 16세이던 2002년부터 미국에서 교육을 받았으며 이후 계속 외국에서 학위 취득과 연구 과정을 마쳤다는 점을 고려했다. 아울러 고씨가 미국 시민권 취득 시점이 병역의무가 면제되는 36세 이후였다는 점, 입국심사에서 전자 여행 허가신청서 오기재로 입국이 두 차례 거부된 적이 있는 점, 그리고 전문연구요원으로 편입해 병역 이행 의사를 밝힌 점 등을 근거로 병역기피 의도를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단순히 병역의무가 있는 남성이 국적을 상실함으로써 결과적으로 병역의무를 면하게 된 사실관계에서 추단되는 막연한 의심만으로는 부족하다”면서 “국적회복을 신청한 사람(대한민국의 국민이었던 외국인)에 대해 병역 기피 목적으로 국적회복을 불허하려면 외국에 체류한 목적, 외국 국적 취득과 대한민국 국적 상실의 각 시기 및 목적과 경위, 외국 국적 취득 후의 정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볼 때 병역을 기피할 목적이 있었다고 강하게 의심할 만한 사정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원고가 시민권을 취득할 무렵에는 굳이 대한민국 국적을 상실하지 않더라도 사실상 병역의무를 면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병역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하기 위한 수단 내지 방법으로서 시민권을 신청하는 것이 보다 합리적이라고 볼만한 특별한 사정은 찾을 수 없다”고 밝혔다.

다만 “원고가 국외여행허가기간 중인데도 실제 국내에 체재한 기간이 상당하다는 점은, 같은 기간 원고에게 병역의무를 성실히 이행할 의사가 있었는지 의심스러운 사정에 해당하기는 하지만, 병역을 기피할 목적으로 시민권을 취득했다고 추단할 만한 객관적인 정황으로 평가할 수는 없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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