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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지난 27일 금융당국이 수도권·규제지역 내 다주택자 추가 주택 구입 목적 주택담보대출을 금지하고, 대출한도를 최대 6억원으로 규제하는 내용의 ‘6·27 대책’을 발표한 후 은행 영업점은 문전성시를 이뤘다. 하반기 대출 신청을 앞두고 불안해진 수요자들의 문의로 전화벨도 끊이지 않았다.
부동산 커뮤니티의 대출 게시판도 문의가 쇄도했다. “세입자 전세계약 만료시 주담대 받을 경우 6억원 초과는 안 되나요”, “토허제 때문에 다음주에 본계약 진행 예정인데 어떻게 되나요”, “기존 2주택도 생활안정자금이 불가한가요” 등 대출 수요자들이 서로 의견을 주고받았다.
당장 대책을 시행해야 하는 은행들에서는 고객 응대부터 전산 시스템 구축까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특히 수도권·규제지역 주택보유자들의 불만이 은행에 몰리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수도권 주택보유자들의 대출 여력이 줄어 실질적으로 유동성 확보가 어려워질 수 있다”며 “긴급하게 자금이 필요한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당장 다주택자의 생활안정자금 주담대·신용대출 한도가 달라져 은행은 전산 개발에도 부랴부랴 나섰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은 당장 영업점·플랫폼 전산을 바꿔야 한다. 당장 절차에 돌입했지만 완료되지 않으면, 고객의 민원이 늘고 실랑이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며 실행주체로서 부담이 크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안 그래도 최근 규제지역 주택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고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3단계 규제 직전 대출을 신청하는 고객의 수요가 많았다”며 며칠 사이 대출접수량이 급증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규제 설계는 당국이, 실제 실행은 은행이 하는 구조에서 은행들은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본다. 예컨대 주택구입자금목적 대출을 받은 경우 6개월 내 전입의무가 생기는데 은행이 전입의무를 어떻게 검증할 것이지, 의무 위반시 기한이익상실(EOD) 처리를 할 것인지 등 세부시행 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6개월 내 전입의무 검증에 대한 심사방법은 추가로 논의 후 진행해야 한다”며 “실거주 중심의 대출이라는 취지는 이해하나 특정 상황에 대한 예외조건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당국의 방향성에는 공감하지만 각 은행에 예외적용 사례 등 어느 정도 재량을 줄 필요가 있다는 취지다.
연간 계획을 세워 대출물량을 조정하고 있던 은행들은 이번 6·27 대책에 따라 하반기 대출을 당초 절반밖에 공급하지 못하게 됐다. 일례로 A은행은 상반기에는 자산을 최소한으로 늘리고 하반기부터 대출자산을 점차 늘릴 계획이었는데 차질을 빚게 됐다.
은행은 올 초 금융당국에 제출한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치에 따라 월별, 분기별 계획을 세워놨다. 상환금액과 신규취급액을 합쳐서 연말까지의 순증가분을 월별·분기별로 정해놨는데 갑작스러운 규제 변화로 계획을 수정해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은행 입장에서도 가계대출 관리 예측 가능성이 낮아져 이에 대한 검토와 고민이 필요하다”며 “올해 계획했던 목표 자산성장률이나 이익을 달성하는 데 어려움을 예상한다”고 했다.
은행들에서도 주택매입 수요가 전·월세 시장으로 이동해 전·월세 상승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총량 조정과 한도 제한으로 대출이 어려워진 실수요자들이 전·월세 시장으로 이동하면서 규제지역 전·월세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