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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가루 집안’된 국민의힘…요원해진 ‘보수 재건’[현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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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 기자I 2025.06.09 06:10:00

차기 지도부 체제 놓고 계파간 갈등 분출
친한계 ‘당대표 선출’ vs 친윤계 ‘비대위 유지’
당권 투쟁에 친한·친윤에 친김계도 가세 전망
선거 참패에도 계속된 내분에 사분오열 우려

[이데일리 박민 기자] 국민의힘이 ‘콩가루 집안’을 방불케 하고 있다. 대통령 선거 참패로 3년 만에 여당에서 야당으로 밀려난 충격 속에서도 패배 책임 공방 등 내부 분열이 여전하고, 차기 지도부 체제를 놓고도 계파 간 충돌 조짐까지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탄핵 찬성파와 반대파로 나뉘어 갈등이 지속해온 국민의힘은 이후 대선 과정에선 ‘한밤중 후보자 기습 교체’ 등 내분을 거듭한 바 있다. 선거 참패 이후에도 보수 재건을 위한 ‘원팀’으로 뭉치기는커녕 새 지도부 체제를 놓고 당내 주류 세력인 친윤(親윤석열)계와 이에 맞서는 친한(親한동훈) 계파간 입장 차로 또 다시 내분이 일고 있다는 지적이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사퇴 의사를 표명한 뒤 고개숙여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차기 지도부는 거대 여당과 새 정부를 견제하는 동시에 107석 야당을 이끄는 자리로서 권한은 적고 책임질 일은 많아 이른바 ‘독이 든 성배’라는 평가가 많다. 그럼에도 새 지도부엔 당을 재정비하는 권한이 주어진 데다 내년 6월 지방선거 ‘공천권’이라는 막강한 권력도 따라온다. 이에 따라 차기 당권을 노리는 각 계파 입장에선 자신들에게 우호적인 인물을 내세워 지도부를 점령하는데 사활을 걸 수밖에 없는 상황인 셈이다. 이번 대선에서 ‘정권 교체’ 심판을 받은 만큼 그 어느 때보다 보수 재건을 위한 ‘반성과 쇄신’에 나서야 함에도 잇속을 챙기기 위한 ‘권력 투쟁’으로만 비화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친한계는 지난 5일 사퇴한 권성동 원내대표에 이어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도 대선 패배 책임을 지고 사퇴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어 오는 7~8월 전당대회를 열어 비대위 체제를 끝내고 새로운 당 대표를 뽑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새 당대표가 당의 개혁과 쇄신을 주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이달 말 임기기 끝나는 김 비대위원장에 이어 차기 비대위를 구성하더라도 전당대회 준비를 위한 ‘관리형 비대위’로 그 기능을 한정해야 한다는 게 친한계의 주장이다. 정치권에서는 사실상 한동훈 전 대표의 당권 도전을 염두에 둔 움직임으로 보고 있다.

반면 친윤계는 사실상 한 전 대표를 견제하며 당분간 비대위 체제가 유지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여당의 ‘입법 강행’에 맞서기 위해 급하게 지도부를 바꾸기보다 현행 체제를 안정적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이지만, 사실상 ‘기득권 지키기’라는 해석도 많다. 특히 친윤계는 한 전 대표 출마가 점쳐지는 상황에서 당장 전당대회를 치르게 되면 계파 갈등을 넘어 지지층 세 대결 양상으로 비화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혁신형 비대위’로 선거 패인 등을 분석하고 당 안팎에서 제기되는 여러 문제점을 성찰한 후 새 지도부를 꾸리자는 게 친윤계의 주장이다.

김문수 국민의힘 전 대선후보가 6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참배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일각에선 김문수 전 대선 후보가 ‘탄핵 정당’이라는 불리한 조건 속에서 득표율 40%를 넘기는 등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는 만큼 김 전 후보를 주축으로 한 친김(親김문수)계가 새로운 당권 경쟁 도전자로 나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김 전 후보 측은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단일화 과정에서 친윤계로부터 ‘한밤중 후보 기습 교체’도 당했던 만큼 친윤계와 감정도 좋지 않다. 김 전 후보가 선대위 해단식에서 당의 과오를 짚고 쇄신을 강조한 것도 당대표 출마를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이 많다. 특히 지난 6일 현충일에는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 대선 캠프 참모들과 함께 국립현충원을 찾아 참배하는 등 공개 일정을 소화하면서 이러한 전망에 무게를 실었다.

김 전 후보는 “대표(직)에 아무 욕심이 없다”고 일단 선을 긋고 있지만, 대선 기간 보였던 ‘단일화 입장 변화’ 전력에 비춰볼 때 당권에 도전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는 해석도 많다.

이처럼 국민의힘이 자중지란(自中之亂)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내분이 계속되자 일각에서는 ‘윤석열 신당’ 또는 ‘홍준표 신당’이 창당하며 107석 야당이 쪼개질 수 있다는 정계 개편 시나리오도 꾸준히 언급될 정도다.

특히 지난 3일 대선 출구조사 발표 이후 안철수 의원 홀로 개표 상황실 자리를 지킨 것도 ‘사분오열’에 빠진 국민의힘을 보여주는 한 단면으로 꼽힌다. 당시 출구조사에 이재명 대통령의 득표율이 김 전 대선후보보다 높게 나오자 대다수 의원들이 10여분 만에 개표 상황실을 떠났고, 선대위 핵심 인사 중 안 의원만 혼자 남아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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