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오후 도쿄 시부야구 하라주쿠의 대표 쇼핑거리 캣스트리트 중심. 약 1800명의 일본인 여성들이 한 자리에 몰렸다. 이날부터 열리는 김치 팝업스토어 ‘김치 블라스트 도쿄 2025’를 보기 위해서다. 인기 K팝 아이돌 ‘세븐틴’의 멤버 호시가 이미지와 영상으로 한국의 김치 문화를 소개하는 행사인 만큼 20~30대 여성 고객들로 북적였다.
국내 패션·식품 브랜드들이 최근 K문화 확산에 힘입어 일본 시장에 하나둘 침투하고 있다. 아직은 K팝이나 K뷰티(화장품)처럼 확실한 위치에 오르진 않았지만, 최근 한국 문화에 대한 우호적인 인식을 기반으로 업체들의 마케팅과 영업도 한층 속도가 붙은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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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마뗑킴 시부야점은 지난달 24일 오픈 이후 7일간(지난달 30일까지) 총 매출액 4억 3000만원을 기록했다. 방문자 수는 같은 기간 총 7700여명으로 집계됐다. 특히 오픈 초기 4일간은 방문자 수가 4000여명을 기록하는 등 성공적인 데뷔전을 치뤘다는 평가다.
마뗑킴은 2015년 김다인 대표가 네이버 블로그 마켓에서 처음 시작하였으며, 2021년 하고하우스가 투자한 브랜드로 20~30대 여성들 사이에서 강력한 팬덤을 확보하며 빠르게 성장했다. 일본 시장은 2022년 무신사 글로벌 스토어 입점을 시작으로 호응을 얻어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마뗑킴 시부야점도 무신사가 현지 영업, 마케팅, 홍보 등을 전담하고 있다. 실제 지난달 25일 방문한 시부야에서도 마뗑킴 관련 대형 광고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시부야의 대표 관광지 중 하나인 스크램블 교차로에도 인근 대형전광판에 마뗑킴 홍보 영상이 반복적으로 노출됐다. 또 다른 관광 명소인 시부야 요코초 부근에도 대형 부착광고를 게재하는 등 마케팅에 드라이브를 거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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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신사 관계자는 “그간 무신사 글로벌 스토어와 팝업을 통해 축적한 노하우와 타깃 고객의 수요를 바탕으로 현지화 전략을 세운 것이 오프라인에서도 좋은 반응으로 이어졌다”며 “더 많은 현지 고객이 브랜드를 경험할 수 있도록 오프라인 접점 확대에 속도를 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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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업계에도 의미 있는 움직임들이 일어나고 있다. 대상이 대표적이다. 대상은 이번 김치 블라스트 도쿄를 통해 일본에서 김치 관련 팝업스토어를 처음으로 열었다. 특히 젊은 층에 인기 있는 하라주쿠 캣스트리트에서 대규모 팝업을 연 건, 대(對)일 김치 수출에서 대상 종가의 점유율이 매년 늘어나는 등 현지 수요가 확대되고 있어서다. 대상은 지난해 국내 대(對)일 김치 수출액 736억원 중 42%의 점유율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방문한 대상의 김치 팝업스토어는 각 층별로 감각적이고 차별화된 테마를 구성해 눈길을 끌었다. 각 테마를 호시가 영상으로 소개했는데 그때마다 일본 여성들의 카메라 촬영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팝업은 지그재그 형태의 동선을 따라 윗층으로 올라가는 방식인데 감각적인 디자인으로 꾸며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곳에서 만난 20대 일본인 여성 사토 아오이씨는 “세븐틴의 팬이어서 이번 팝업스토어 소식을 듣고 김치 팝업 행사에 찾아왔다”며 “호시가 한국 김치 문화 등을 상세히 알려주고 콘텐츠별로 호시와 여러 이미지가 그려진 기념품을 가져갈 수 있어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특히 종가의 발효 노하우를 담은 종가 제법 기술을 다양한 재료로 시각화한 아트워크가 백미였다. 또한 종가 레시피를 만화 형식으로 재구성한 공간도 이목을 끌었는데, 만화(망가)와 애니메이션에 친숙한 일본의 문화적 특성을 잘 활용한 방식이다.
대상 관계자는 “일본이 한국의 최대 김치 수출국이긴 하지만, 여전히 현지 기준에서 한국 김치 점유율은 10% 남짓에 불과하다”며 “현지의 한국 김치 시장 확대 잠재력이 그만큼 크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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