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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분명 처방이란 의사가 약의 성분명으로 처방하면 약사는 같은 성분의 다양한 제약사 제품 중에서 선택해 약을 지을 수 있는(조제하는) 제도다. 현재 국내에서는 제품명으로 약을 처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엄밀히 말하면 이 후보가 내건 정책 제안은 ‘수급불안 필수의약품에 대해 제한적 성분명 처방’이다. 이는 같은 당 김윤 의원이 발의한 약사법 개정안 내용과 흡사하다.
이에 대해 대한의사협회 등 의료계 단체는 성분명 처방을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김성근 의협 대변인은 “성분명 처방 제도화는 과학적 진료행위에 대한 침해”라며 “진단과 처방의 주체는 어디까지나 환자의 질병을 직접 진료한 의사에게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기본 원칙이 무너지면 환자의 치료 결과에 대한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지고 오히려 약물 오남용이나 부작용 발생 시 환자 피해가 증가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 김 대변인의 설명이다.
이를 바라보는 제약업계와 보건의료 전문가들은 아직 처방권이 가진 유 ·무형적 이익이 크기 때문에 서로 물러설 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수급불안 필수의약품에 한정된 정책이긴 하지만 성분명 처방이 전면 도입되는 기폭제가 될 수 있어서다. 성분명 처방이 이뤄지면 약사가 수많은 동일 성분 의약품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을 쥐게 된다. 제약사가 의사를 대상으로 시행하던 의약품 마케팅을 약사로 대상을 바꿔야 한다는 의미다. 이런 이유로 성분명 처방은 약사들의 오랜 숙원 중 하나다. 권영희 대한약사회장 또한 성분명 처방을 강력하게 주장하는 강경파 중 하나다.
이에 맞서는 의료계는 상황이 그리 좋진 않다. 의료계가 다른 직역 혹은 정부와 대립하고 있는 접점이 많아서다. 의대 정원 확대로 촉발된 정부와의 갈등 속에서 의사 수 늘리기 정책을 막고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을 막는데도 힘써야 한다. 간호법으로 진료지원간호사의 역할을 결정하는데에도 간호계와 갈등을 빚고 있다. 윤석열 정부에서 진행된 비급여 제한 정책도 막아야 한다. 이 모든 현안을 의료계가 유리한 쪽으로 끌고 가긴 어렵다는 것이 보건의료 관계자들의 전망이다.
그 중 성분명 처방 도입은 의사들의 대규모 집단행동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가장 큰 뇌관’으로 분류된다. 실제로 제약업계는 모든 내과 의사가 처방권 상실에 반대하며 파업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의과대학 교수는 “의대 정원 이슈는 미래의 문제지만 성분명 처방 도입은 발등에 떨어지는 불”이라며 “전국의 개원 의사들이 다 거리로 뛰쳐나올 것”이라고 예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