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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 위주 아동학대 사건에 문제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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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로봇 공학과 인공 자궁 연구가 발달한 가까운 미래를 배경으로 한다. 공공임대 주택에서 끔찍한 아동학대 사건이 벌어지고, 주거환경관리과 소속 조사관 ‘무정형’이 사건 이후 건물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이야기가 중심에 있다. 여기에 해외 입양인 ‘표’와 ‘관’이 자신들의 부모가 멀쩡히 살아있음에도 불구하고 누군가에 의해 자신들이 입양됐다는 사실을 알고 진실을 추적해가는 이야기가 함께 펼쳐진다.
정 작가는 노동·여성·퀴어·생태 등 다양한 사회적 이슈에 목소리를 내면서 이를 소설로 담아왔다. 그래서 정 작가에겐 ‘사회파 SF 작가’란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아이들의 집’에서도 그는 ‘작가의 말’을 통해 △장애인 탈시설 활동가들의 고공농성 △영유아 해외 입양 문제 △형제복지원 사건 △아동학대 사망 사건 등을 언급했다. 정 작가는 “아동청소년 강제수용소의 문제, 해외 입양이라는 이름의 아동 인신매매 모두 국가적으로 용인된 체계적인 아동학대라는 관점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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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정 작가는 이번 신간을 통해 “모든 아이에게 언제나 갈 곳이 있는 사회, 언제나 지낼 집이 있고 언제나 반갑게 맞이해 주고 돌봐 주는 존재들이 있는 사회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정 작가는 “한국 사회 전체가 거대한 착각 속에서 전속력으로 달려가고 있다. 사람들이 자기 자신도 타인도 돌볼 여유가 없다. 1인당 소득이 3만 달러를 넘어도 아이가 태어나지 않고 노인은 빈곤하며 장애인은 수용시설에 갇혀 죽어가는 사회가 됐다”며 “좀 더 안전하고 평온한 사회를 상상하고 싶다”고 전했다.
해외 시상식서 故 변희수 하사 언급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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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여름에는 번역 작업에 더 매진할 계획이다. 최근 폴란드 작가 브루노 야시엔스키의 소설 ‘나는 파리를 불태운다’(김영사)를 번역해 출간했다. 정 작가의 소설집 ‘저주토끼’를 영어로 번역해 부커상 인터내셔널 최종 후보에 함께 올랐던 안톤 허의 소설 데뷔작 ‘영원을 향하여’도 번역을 마쳐 출간을 앞두고 있다.
새 정부가 들어선 지금, 정 작가가 바라는 안전하고 평온한 사회는 찾아올 수 있을까.
“지금 당장 여성과 소수자, 고통받는 사람들을 위한 정책이 필요합니다. 나중은 늦습니다. 고공의 노동자들이 땅에 내려올 수 있어야 합니다. 소수자와 약자들이 더 이상 죽지 않는 나라를 지금 당장 만들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