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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속 떴다" 사라지더니…또 병원 앞 `길막`, 약국 셔틀 활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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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지 기자I 2025.06.22 14:29:00

고객 유치하려 ‘셔틀’ 운행하는 아산병원 문전 약국
병원 사방으로 승합차 5~6대 늘어서…호객 행위도
‘불법 주정차’ 민원 많은데 단속 차량만 나타나면 ‘쌩’
法, 2022년 약사법 위반 판결했지만 수년 째 공전

[이데일리 정윤지 기자 성가현 수습기자] 지난 10일 오후 1시쯤 서울 송파구 아산병원 서문 앞. 승합차 5~6대가 늘어서 1차로를 메우고 서 있었다. 이 차들은 쉴 새 없이 병원에서 나오는 사람들을 태우고 떠나고를 반복했다. 그 앞에서 빨간색, 연두색 형광 조끼를 입은 중년 남성들은 처방전을 들고 병원을 나오는 환자들에게 “약국 어디 가세요?”라고 물었다. 차 한 대가 겨우 지나가는 도로가 승합차들로 가득 차자 뒤따라 선 시내버스는 출발을 못 해 경적을 울리기도 했다.

10일 오후 서울 송파구 아산병원 앞 도로에 환자를 태우기 위한 약국 차량들이 줄지어 대기하고 있다. (사진=정윤지 기자)
‘약국 셔틀’에 꽉 막힌 도로…단속 뜨면 `후다닥`

서울 아산병원 앞이 문전(門前) 약국 차량들의 불법 주정차로 몸살을 앓고 있다. 자녀를 태우기 위해 차량으로 붐비는 학원가처럼, 환자를 태우기 위해 대기하는 약국 차량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은근히 불법인 호객 행위까지 벌어지지만 일부 환자의 편리함 등 관행을 이유로 수년째 문제가 해소되지 않고 있다. 그 사이 불법 주정차 신고와 민원도 끊이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22일 이데일리 취재를 종합하면 아산병원 앞 중년 남성들의 정체는 병원으로부터 800m쯤 떨어진 문전 약국 직원들이다. 이들은 환자를 고객으로 유치해 차에 태우는 일종의 ‘셔틀’ 역할을 하고 있었다. 병원과 인근 약국 14여 개가 모인 곳은 걸어서 15분가량 걸린다. 버스를 타더라도 배차 간격이 최대 45분으로 오래 걸려 교통 편이 좋지 않다. 이 때문에 약국 직원들이 병원 앞까지 와서 손님을 유치하는 것이다. 이들의 차량을 타면 5분 이내로 약국 앞에 도착한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불법 주정차가 판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관할 구청인 송파구청에는 하루에 10건 이상씩 관련 민원이 접수된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도 “강동대로 6차로에 한 줄로 줄지어 있어서 신고가 잦다”며 “아침, 저녁으로 순찰을 자주 돌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실제 단속은 어렵다. 단속 차량만 나타나면 약국 차량들이 재빠르게 사라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9일과 10일 이데일리가 병원과 약국 앞을 지켜보니 아산병원 사방으로 5~6대씩 주차돼 있던 차량 앞으로 구청 단속 차량이 나타나자 운전자들이 재빨리 차를 몰고 자리를 뜨는 모습이었다. 구청 관계자는 “CCTV도 달아놨지만 우리가 단속을 가면 그 차들은 나갔다가 다시 돌아오며 뺑뺑이를 돈다”며 “이동하면 우리는 단속하지 못 한다”고 토로했다.

지난 9일 오후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안 도로에 송파구청의 불법 주정차 단속 차량이 나타나자 약국 차량들이 하나둘 씩 자리를 피하고 있다. (사진=성가현 수습기자)
불법 행위에 피해는 주민과 환자 몫

고객을 유치하는 과정에서 호객행위도 버젓이 일어난다. 처방전을 들고 나오던 20대 여성은 한 안내원의 ‘어디 약국 가느냐’는 질문에 “안 정했다”고 답했다. 그러자 안내원은 특정 약국의 상호를 불렀고, 이어 해당 약국의 차량이 여성을 태워갔다. 이곳의 안내원인 A씨는 “5년 전까지만 해도 약국끼리 고객 유치 때문에 싸웠는데, 순번을 정해서 고객을 나눠서 데려가고 있다”며 “차례대로 데려가는 시스템이다”고 귀띔했다.

하지만 이 같은 행위는 엄연한 약사법 위반으로 불법이다. 앞서 2018년에는 아산병원 문전약국 직원들의 호객으로 상호 폭행과 업무방해 등 시비가 잦았다고 한다. 이 때문에 당시 안내 도우미를 고용했던 약사들은 형사사건에 휘말렸다. 이 사건은 2022년 대법원에서 최종적으로 약사법 위반 판결을 받았다. 당시 재판부는 “일부 지역의 약국이 영리 목적으로 담합해 비지정 환자에게 자신들의 약국으로만 안내한 것으로 ‘공동 호객행위’ 한 형태로 볼 수 있다”고 판시했다.

불법 행위가 이어지는 동안 피해는 고스란히 인근 주민과 환자들의 몫이었다. 아산병원에 자주 온다는 40대 여성 이모씨는 “올 때마다 차들이 줄지어 서 있거나 빵빵거리는데 사고 날 수도 있어 불편하다”고 했다. 주변 아파트 경비원은 “약국 픽업 차 때문에 주차장 출구 앞까지 차들이 밀려 주민들이 피해를 보고 실랑이도 생긴다”고 전했다. 일부 환자들은 호객 행위에 대해서도 불편함을 호소했다. 약국 차를 타라는 안내원의 말에도 거절하던 70대 장모씨는 “내가 가고 싶은 약국을 가는 거지 왜 사람한테 와서 여기 가라 저기 가라 하느냐”고 비판했다.

이 같은 상황은 수년째 공전하고 있다. 이 병원을 관리·감독하는 송파보건소는 호객 행위에 대해서는 전혀 모른다는 입장이다. 보건소 관계자는 “지금까지 원하는 희망자에 희망하는 약국 데려다 주도록 지원해 주는 것만 알고 있다”며 “만약 정말 그러면 이제 정말 사실인 건지 조사해 봐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병원 측도 병원 외부에서 일어나는 일은 자신들의 소관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병원 관계자는 “자연적으로 발생한 일이고 관리는 보건소에서 하고 있어 우리 쪽에서는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교통불편 있어서 우리가 약국 차량들 공간을 조금 마련하려고 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10일 오후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동관 앞에서 인근 약국 직원들이 환자들을 차량에 태우고 있다. (사진=정윤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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