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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이데일리가 만난 시민들은 가정의 달을 맞아 최대한 효율적으로 돈을 쓸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었다. 어버이날 대표 외식 메뉴인 소고기나 고급 한식당보다 비교적 저렴한 샤브샤브 등 가성비가 좋은 메뉴가 인기가 많았다. 서울 마포구 공덕의 한 고급 식당 관계자는 “코로나 이전에는 이맘때쯤 5월 예약이 꽉 찼는데 지금은 아직 예약 가능한 시간대가 많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1인당 2만7900원(주말 저녁 기준)으로 식사에 후식까지 제공하는 한 샤브샤브 매장은 이미 황금시간대 예약이 꽉 찬 상황이었다.
어버이날이나 어린이날 선물 가격을 줄이기 위한 노력도 잇따랐다. 각종 지역 커뮤니티에는 이른바 ‘공구’ 제안이 이어졌다. 홍삼·공진단 등 건강식품부터 마사지 기계, 장난감까지 다양한 물품들이 공동구매 목록에 올라가 있었다. 정가 8만원에 판매하는 한 홍삼은 공동구매를 통해 7만원으로 구매할 수 있었다. 해외 유명 브랜드의 장난감은 17만원 상당이었는데 공동구매를 통해서는 15만원으로 구매할 수 있다는 글도 올라왔다.
공동구매를 통해 양가 부모님께 드릴 선물을 구입한 이모(38)씨는 “5월엔 어버이날부터 어린이날, 식구들 기념일까지 몰려서 금전적으로 부담이 큰 상황”이라며 “어린이날, 어버이날 외식을 합치고 선물도 공구로 조금 싸게 구매했다”고 말했다.
업체들도 잇따라 가성비가 좋은 제품을 내놓고 있었다. 한 유명 떡 가게는 기존 32개 이상만 선물세트로 판매했으나 올해부터는 16개구로 구성된 상품도 선물세트로 구성했다. 개수는 줄었지만 보자기 포장 등으로 구색은 큰 차이가 없었다. 업체 관계자는 “16개 짜리도 선물포장으로 판매했으면 하는 분들이 많아 상품을 구성했다”며 “작은 선물세트가 더 인기가 많다”고 귀띔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3.8을 기록했다. CCSI는 소비자동향지수(CSI)를 구성하는 6개 주요 지수를 종합한 심리지표로 100을 기준으로 이를 넘으면 낙관적, 밑돌면 비관적으로 해석된다. 지난해 11월까지 100을 웃돌던 CCSI는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이후 88.2까지 급락했다가 90선에 머물고 있다. 즉 소비자들의 소비심리가 크게 위축돼 있는 상황이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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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상황 탓에 꽃 시장에도 ‘가성비’ 열풍이 불고 있다. 서울 최대 규모 꽃시장인 양재 꽃시장에는 많은 곳이 국내산 카네이션이 아닌 중국산 카네이션을 전면에 내놓고 있었다. 한국산 카네이션의 경우 한 단에 1만5000원 정도인데 중국산은 한 단에 1만원 정도라 가성비 좋은 꽃바구니를 많이 만들 수 있다는 게 상인들의 설명이다. 경기가 좋지 않아 주문이 자체가 줄어든 상황에서 가성비 좋은 상품을 만들어 매출을 높이겠다는 의도다.
대목에도 특수를 누리지 못하는 자영업자들은 울상을 지었다. 양재 꽃시장에서 만난 60대 여성 A씨는 “작년 이맘때는 바구니 주문이 들어왔던 것을 준비했는데 올해는 주문 자체가 거의 없다”며 “가격을 싸게 하려 해도 바구니 등 재료나 생화 가격이 50% 가량 오른 것을 생각하면 (싸게 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종로구에서 한정식 집을 운영 중인 이모(58)씨는 “예약 전화가 들어오더라도 가격을 듣고 끊는 사람들이 많다”며 “옛날처럼 장사가 안 돼 걱정”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흐름이 계속해서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코로나를 거치며 물가는 계속 올랐는데 경제 성장률은 미미했기 때문에 당연한 현상이다. 구조적 흐름을 바꾸지 않는 한 소비 심리가 회복되기 어렵다”며 “저성장이라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업들이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