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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영중 대동 개발부문장 “농업은 안보산업…소버린AI에 농업초지능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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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환 기자I 2025.06.25 05:50:00

나영중 대동 개발부문장 인터뷰
자율작업 4단계 트랙터 12월 개발 완료
“피지컬AI 시대…글로벌 선두기업과 경쟁 가능”
온디바이스AI 반도체 개발 시급

[이데일리 김영환 기자] 네덜란드는 대한민국 영토의 40% 수준에 불과한 작은 나라지만 농업 수출액은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인 농업선진국이다. 경지 면적은 180만㏊로 우리나라(150만㏊)와 유사하지만 농가는 5만 가구안팎으로 한국의 2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이같은 환경이지만 네덜란드가 세계적 수준의 농업 경쟁력을 보유한 배경에는 ‘정밀농업’이 있다.

대동(000490)이 연말 개발을 완료하고 내년 3월께 현장 도입을 노리고 있는 자율작업 4단계 ‘HX트랙터’는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이한 새로운 ‘정밀농업’의 시발점이 될 전망이다. 농기계가 AI 연산을 할 수 있도록 ‘온디바이스 AI반도체’ 개발에 대동이 참여하는 것도 ‘정밀농업’이라는 지향점이 있어서다. 미래에는 ‘트랙터’가 농기계 중 하나가 아닌 ‘로봇’이 되는 셈이다.

나영중 대동 P&Biz 개발부문장(사진=대동)
이 프로젝트 최일선에 있는 나영중 대동 P&BIZ 개발부문장(전무)은 24일 서울 서초구 대동 서울사무소에서 이데일리와 만나 “농장주의 평균 연령이 향후 5년 후가 되면 73~74세에 이른다”며 “농업은 기업들이 맡게 될 텐데 데이터를 확보해 수익성을 키울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이어 “데이터를 확보하는 핵심이 자율작업 트랙터”라고 단언했다.

현재의 농업은 농부들의 ‘감’에 기댄다. 밭을 갈고 씨와 비료를 뿌리고 방제, 수확하는 과정이 관행적으로 이뤄졌다. 자율작업 트랙터는 이 업무를 인간 대신 수행하면서 동시에 데이터 확보에도 나선다. 가령 3305㎡(약 1000평)의 농지라도 3.3㎡(1평) 단위로 세분화 해 필요한 비료의 양을 파악할 수 있다. 전주기에 걸쳐 수집한 데이터를 활용하면 7~8% 가량 투입하는 자원을 줄이면서도 수확량을 10% 늘릴 수 있다는 게 대동측 설명이다.

세계 1위 농기계 기업인 미국의 존디어 등은 이같은 연구를 20년 전부터 진행했다. 실제 존디어는 지난 2022년 1월 세계 최대규모 가전 전시회 ‘CES’에서 AI기반 4단계 자율주행 트랙터를 선보였다. 대동을 비롯한 한국기업들보다 기술이 3년이나 빠른 상황이다.

나 부문장은 같은해 11월 발표한 ‘챗GPT’를 통해 새 가능성을 봤다. 대규모 언어 모델(LLM)을 가능케 했던 머신러닝을 넘어 물리 세계의 추론이 가능한 피지컬AI 개념이 그것이다. 피지컬AI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한 출발선은 선도기업이나 대동이나 같은 상황이다.

나 부문장은 “트랙터 뒤에 다양한 작업기를 설치한다. 피지컬AI로 물리적 데이터를 확보하면 소프트웨어 탑재만으로 더 많은 작업기를 활용할 수 있다”며 “SDV(소프트웨어로 하드웨어를 제어하고 관리하는 자동차)처럼 소프트웨어 성능 개선으로 트랙터의 가치를 높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서는 온디바이스AI 개발이 필수다. 대동이 지난달 20일 산업통상자원부를 비롯한 주요 협회 및 제조기업들과 ‘K-온디바이스 AI 반도체 기술개발’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배경이다. 미국 농업 특성상 대형 트랙터 생산에 주력하는 존디어와 달리 100마력 이하 소형 트랙터 시장을 주로 공략하는 대동은 더 적은 비용으로 더 많은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나 부문장은 “미국은 200만 농가 중 10%의 농가가 전체 경작면적의 70%를 차지하는 대농(大農)이다.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존디어의 300~500마력 트랙터에 들어가는 온디바이스AI 시스템은 4만달러 가량”이라며 “대동은 100마력대 소형 트랙터에 5000달러 수준 온디바이스AI를 탑자해 나머지 90%의 농가를 공략할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 과정에서 정부의 지원이 필수적이라는 게 대동의 요구다. 농업은 단순히 농작물을 생산하는 업(業)이 아니라 국가 존립과 직결된 안보산업으로 부각되고 있어서다.

농업선진국인 네덜란드에도 최근에 농업을 담당하는 부처가 생겼지만 이전까지 수 십년간 농업을 관장하는 부처를 산업부가 맡아온 것과 유사한 맥락이다. 농업을 보호해야 할 산업이 아닌 안보차원에서 전략산업으로 키워야 한다는 게 나 부문장의 생각이다.

나영중 대동 P&Biz 개발부문장(사진=대동)
그는 “사실 농업은 후진국에서 하기 어려운 굉장한 선진국형 산업”이라며 “정부가 추진하는 소버린AI 전략 안에 피지컬AI를 포함해 ‘농업 초지능’(Agri-Superintelligence)의 발전까지 이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나라 방산이 잘 나가는 것처럼 농업안보를 지키기 위해 기술력을 축적하면 농업 역시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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