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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무휴업 더 강력해질까"…이재명 대망론, 숨죽이는 유통가

한전진 기자I 2025.04.06 15:03:58

윤 전 대통령 파면에 정권 교체 가능성↑
유통가 "불확실성 여전…정당 공약·정책 예의주시"
이재명 대표 지지율 1위…'新 규제 국면' 가능성 우려
의무휴업 확대·온플법…마트부터 플랫폼까지 '덜덜'
커지는 유통법 혁신 요구…민주당 변화 가능성도

[이데일리 한전진 기자]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정국이 격변하면서 국내 유통업계에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중심으로 한 정권 교체 가능성이 가시화하자 유통업계는 새로운 규제 국면이 올 수 있다며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조기 대선을 치르게 되면 유력 후보인 이 대표의 정책 방향성이 산업 전반에 적잖은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일 종로구 광화문 천막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 4일 오전 헌법재판소가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인용한 이후 주요 유통 기업들은 정당별 공약과 정책 방향을 주시하며 대응 시나리오를 가다듬고 있다. 조기 대선 결과에 따라 중장기 투자 계획이나 마케팅 전략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정권 교체 등 불확실성이 여전하다”며 “전략 수립에 신중한 접근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됨에 따라 차기 대선은 60일 이내에 치러질 예정이다. 현재 가장 유력한 대선 후보는 이 대표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이 탄핵 선고 직전인 4월 첫째 주(1~3일) 진행한 여론 조사에 따르면 이 대표의 지지율이 34%로 가장 높았다. 이어 김문수 고용부 장관(9%),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5%), 홍준표 대구시장(4%), 오세훈 서울시장(2%) 순으로 나타났다.

이 대표는 성남시장, 경기도지사 재임 시절부터 유통·플랫폼 산업의 공정화, 대기업 규제, 노동자 보호 등을 강하게 주장해 온 인물이다. 업계에서는 윤석열 정부 들어 다소 유연하게 다뤄졌던 유통 규제 사안들이 이 대표의 당선 시기를 기점으로 다시 본격 논의될 수 있다는 우려가 감지된다.

유통업계가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대목은 대형마트 의무휴업 규제 강화 가능성이다. 현재 대형마트 의무휴업은 일부 지역에서 지자체 재량으로 완화하는 추세다. 다만 민주당은 줄곧 이 제도의 필요성을 주장해오고 있다. 지난해에도 민주당 의원들은 “의무휴업 해제는 소상공인을 벼랑 끝으로 몰고 가는 결정”이라며 반발했고 그동안 이 대표 역시 “골목상권 보호는 국가의 책무”라고 강조해왔다.

대형마트 업계 관계자는 “의무휴업일 확대나 평일 지정 전환 논의가 다시 불거질 수 있어 대안을 강구 중”이라며 “정권이 교체되면 현장의 자율조정 기조가 유지될지 미지수”라고 내다봤다.

자유통일당 등 보수단체 회원들이 서울 중구 세종대로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밖에도 유통업계는 △복합쇼핑몰 규제 확대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 강화 △납품단가 연동제 전면 적용 △새벽배송·주말배송 제한 등 다양한 규제 이슈를 경계하고 있다. 특히 이재명 대표는 플랫폼 독점 해소와 사용자·소상공인 보호를 위한 강한 개입형 정책을 선호해 왔다. 이 때문에 쿠팡, 컬리, 네이버쇼핑 등 이커머스 기반 유통사업자들도 대응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정치 성향에 따른 노동 정책 변화도 주요 변수다. 민주당의 경우 탄력근로제 축소, 근로시간 상한 강화, 비정규직 정규직화 등의 기조를 강조해왔다. 이는 대형 물류센터나 배송 조직을 운영하는 유통업체들의 인건비와 운영 부담으로 직결된다. 실제로 민주당 ‘을(乙)지키는 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는 최근 택배 노동자 문제뿐 아니라 배달앱 수수료·라이더 인건비 등에 대해서도 들여다보고 있다.

또 따른 유통업계 관계자는 “현재 미국·중국 등 해외는 자국 플랫폼을 적극 지원하고 밀어주는데 국내만 규제를 늘리는 등 반대로 가는 상황”이라며 “국내 업계가 알리·테무·구글 등 해외 플랫폼의 공습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칼날을 잘못 쓰면 아군의 손발만 묶는 셈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물론 민주당이 기존 규제 기조 완화에 나설 수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대권 후보 지지율과 달리 정당별 지지율은 5% 내외로 첨예하기 때문이다. 시대 변화를 이유로 대형마트 의무휴업 등 규제 폐지를 원하는 요구가 많다. 실제로 이 대표는 최근 한 민생의제 발표회에서 “사람이 왼쪽을 보기도 했다가 오른쪽을 보기도 했다가 하는 것 아닌가”라며 “한쪽만 보는 것은 고집불통”이라고 언급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이제는 유통법 혁신 없이는 서민의 삶이 더 힘들게 된다는 시대적 공감대가 생긴 상황”이라며 “민주당도 선거에 이기기 위해서는 변화의 모습을 보여줄 필요성이 있다는 점을 알고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이번 탄핵 선고로 유통 업계의 불확실성이 다소 줄어들었다는 점은 의미가 있다”면서 “초당적으로 위기 돌파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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