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스는 이제 금융앱이라는 정체성을 뛰어넘어 ‘초(超) 개인화 쇼핑까지 담아내는 이커머스 플랫폼’으로 진화 중이다. 금융이라는 틀에 머물지 않고 수천만명의 사용자가 매일 드나드는 앱이라는 강점을 바탕으로 커머스 시장에서도 새로운 길을 열겠다는 구상이다. 실제로 2023년 토스 앱 내 토스페이 탭에서 공동구매로 운영되던 쇼핑 서비스는 지난해말 토스쇼핑으로 분리돼 메인 탭으로 급부상 중이다. 올해 1월 토스의 MAU(월간활성화이용자)는 2480만명을 기록한 가운데 토스쇼핑도 800만명에 달했다.
과거 ‘토스가 이커머스에 뛰어든다’는 사실은 다소 조심스러운 메시지였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충분한 사업 경쟁력을 확인한 토스는 2025년을 ‘이커머스 사업 원년’으로 선언하고 쿠팡과 네이버로 양분된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 ‘제3의 축’이 되겠다는 포부를 본격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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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총괄은 최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토스쇼핑은 이제 시작 단계에 불과하다”면서도 “기존 이커머스 플랫폼과는 다른 길, 사용자와 판매자 모두가 이득을 얻는 방식으로 서비스를 설계 중”이라고 했다. 특히 결제데이터 기반의 강력한 추천 기술, 광고 중심의 수익 모델 전환, 판매자 정산주기 단축과 수수료 면제 등도 기존 이커머스와 구별되는 차별화 전략으로 꼽았다.
이달 토스쇼핑 대규모 서비스 개편도 이커머스 본격화를 위한 신호탄이다. 사용자 관심사와 소비 패턴에 기반해 메인 화면 전면에 맞춤 상품을 노출한다. 상품 성과형(CPC) 광고를 통해 발생한 거래는 판매자 수수료 없이 운영하는 정책도 시행한다. 공화(共和)가 그 밑바탕이다. 박 총괄은 “궁극적으로 판매자는 수수료 없이 물건을 팔고, 소비자는 더 싸고 잘 맞는 상품을 만날 수 있는 구조를 만들 것”이라며 “초개인화 경험과 효율적 광고 시스템을 통해 모두가 만족하는 모델을 지향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박웅도 총괄과의 일문일답이다.
△금융앱 토스가 커머스를 시작한 이유는 무엇인가.
-처음부터 이커머스를 하겠다는 확고한 계획이 있었던 건 아니다. 다만 2480만명이 넘는 토스의 유저들이 매일 앱을 드나들고 있다는 사실을 무시할 수 없었다. 자연스럽게 ‘이 트래픽을 어떻게 하면 더 잘 활용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으로 이어졌고 공동구매 형태의 실험을 시작했다. 반응이 좋았고, 내부에서도 ‘우리가 이 시장에서 의미 있는 성장을 만들 수 있겠다’는 가능성을 봤다. 이후 본격적으로 커머스를 하나의 축으로 키우기 위한 조직 개편과 기술 투자를 시작했고, 이제는 메인 탭으로 자리 잡았다. 금융 DNA 위에 커머스를 더하는 일, 토스만이 할 수 있는 도전이라고 생각한다.
△토스쇼핑 확대는 이승건 대표의 의지인가.
-최근 커머스 조직이 대규모 채용을 시작했는데, 이를 홍보하기 위한 영상에도 직접 출연할 만큼 관심이 크다. 토스쇼핑 팀은 아예 이 대표가 있는 층에서 함께 일한다. 그만큼 커머스를 중요한 전략 사업으로 보고 있다는 방증이다. 단순 관심을 넘어서 사업 방향성, UX(사용자 경험) 설계, AI(인공지능) 적용 방식까지 함께 논의할 정도다. 최근에도 같이 이야기를 나눴다. 창업자이자 제품 중심적인 리더로서 어떻게 하면 이 비즈니스가 사용자 중심으로 진화할 수 있을지 묻고 또 고민하는 분이다.
△‘이틀내 정산’ 등 판매자 친화 서비스도 강점인 것 같다. 수수료 부담도 더 줄이나.
-이달 가장 큰 변화 중 하나가 바로 수수료 정책 개편이다. 기존 이커머스는 광고도 받고, 거기서 발생한 매출에 대해서도 수수료를 이중으로 받는 구조다. 우리는 이를 불합리하다 보고, CPC 광고로 유입한 거래에 대한 판매 수수료를 없애기로 했다. 장기적으로 거래 수수료와 정산금 부담 자체를 줄이는 것이 목표다. 토스는 이미 흑자를 기록 중이다. 타 이커머스처럼 정산금을 오래 쥐고 있을 이유도, 수수료를 많이 받을 필요도 없다. 현재 리테일 미디어(구매시점 노출 광고) 비즈니스 이익을 높이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것이 바로 토스쇼핑이 판매자 친화 서비스를 할 수 있는 근간이다.
△티몬·위메프 시대 이후, 국내 커머스 시장은 어떻게 변할 것으로 보는가.
-그동안 일부 이커머스 플랫폼은 사용자에게 쿠폰을 무리하게 제공하고, 판매자에게는 늦은 정산이나 높은 수수료를 요구해왔다. 이런 구조가 한계에 다다른 것을 보여주는 일련의 사건이 최근 판매자 미정산 사태다. 반대로 우리는 판매자 정산 주기를 국내 최고 수준으로 단축했다. 판매자 온보딩(onboarding)을 위한 교육·기술 지원 서비스도 대거 확장 중이다. 시장 무게 중심이 ‘판매자 정책 중심의 쇼핑 플랫폼’으로 이동할 수밖에 없는 시점이라고 분석해서다. 결국 판매자와 소비자, 양측 모두의 신뢰를 얻는 플랫폼이 살아 남을거다. 우리는 이것을 아주 단단하게 설계하고 있다.
△쿠팡 네이버로 양분된 이커머스 시장, 토스쇼핑만의 경쟁력은 뭔가.
-이커머스의 성패는 결국 ‘내가 찾는 상품을 얼마나 편하게, 잘 보여주느냐’에 달렸다. 쿠팡은 빠른 배송, 네이버는 검색 기반 쇼핑이라는 강점을 갖고 있다. 토스는 매일 수차례 앱에 접속하는 사용자들과 그 안에서 발생하는 결제 데이터를 바탕으로 아주 정교한 ‘개인화 추천’을 할 수 있다. 고객이 무엇을 사고 싶은지 몰라도 먼저 제안할 수 있는 구조, 우리의 지향점이다. 특히 결제 데이터를 활용해, 소비자 최근 소비 행태나 관심 카테고리에 따라 전면 화면을 자동으로 바꾸는 기능을 준비 중이다. 단순 배너 최적화가 아니라 ‘쇼핑 전체를 개인에게 맞추는 구조’다.
□박웅도 총괄은…
△1990년생 △성균관대학교 빅테이터 석사 △롯데쇼핑(2015년~2020년) △컬리(2020년~2021년)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 운영사) 커머스 헤드 (2021년~2024년) △비바리퍼블리카 토스 커머스 사업 총괄(202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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