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삼풍참사위령탑 앞에서 최모(74)씨는 희생자들의 이름이 적힌 추모비를 연신 닦으며 이같이 말했다. 최씨는 30년 전 오늘,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 있던 삼풍백화점의 붕괴 사고로 대학생이던 맏딸을 잃었다. 주먹 쥔 손으로 가슴을 툭툭 치던 최씨는 “그날이 아직도 생생하다”며 “딸을 생각하면서 매년 오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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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들은 추모비 앞에서 묵념을 마치고 한참 동안 서서 희생자의 이름을 바라봤다. 이들이 두고 간 꽃바구니에는 ‘보고싶다’ ‘사랑한다’ 등 저마다 그리움을 담은 쪽지가 적혀 있었다. ‘그리움의 끝은 어디인가, 삼풍 30주기 못난 아빠’라고 적힌 쪽지와 꽃을 둔 한 70대 남성은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다 가족의 부축을 받으며 분향을 마쳤다.
삼풍백화점 참사로 대학생이던 아들을 잃었다는 정모(78)씨도 예년처럼 추모식을 찾았다. 당시 20살이던 정씨의 아들은 사고 현장에서 가장 마지막에 구조됐다. 고인을 자립심이 아주 강한 아들로 기억하던 정씨는 “30년이 되니 스스로도 많이 잊은 듯한 기분이 들어 아들에게 미안한 마음뿐이다”며 “국민에게 잊히고 다른 참사에 비해 정부에게 홀대를 받는 것 같다 아쉬울 따름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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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추모식에는 우원식 국회의장도 발걸음했다. 가족이 삼풍백화점에서 한복집 사업을 했었다는 우 의장은 “처와 제가 장모님을 비롯한 식구들을 찾으러 한나절을 뛰어다녔다”며 “그 자리에 (가족이) 있었다면 아마 저희도 참사를 겪지 않았을까, 저희가 네다섯 시간 겪은 트라우마를 생각하면 이 일이 남의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유족들은 지난 30년간 겪어온 고통을 공유하며 참사 책임자가 제대로 처벌받지 못했다는 원통함이 크다고 호소했다. 추모식에 앞서 공개된 ‘삼풍백화점 붕괴 참사 30주기 유가족 실태조사’에 따르면 조사에 참여한 180여 명의 유가족 중 63.3%는 PTED(외상 후 울분 장애) 임상 기준 이상에 해당하며 반복적 사고와 분노, 무기력 등에서 높은 점수를 보였다.
또 유족 86.7%는 삼풍백화점 붕괴 참사가 한국 사회에서 잊히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한 유가족은 “(위령탑이) 이렇게 곰팡이가 나도 누구 하나 관리해주는 사람이 없고 청소해주는 사람이 없다”며 “유가족의 힘만으로는 어렵다. 사회가 나서야 한다”고 관심을 촉구했다.
실태조사를 맡은 재난피해자권리센터 관계자는 “삼풍참사 유가족의 고통을 치유하기 위해 한국 사회의 사회적 정의와 책임을 요청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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