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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마다 회사마다 사람마다 다르다[최기훈의 외국기업 생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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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수 기자I 2026.10.10 08: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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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생활 경험없이 외국계 기업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국내 기업에서 10년 가까이 일한 뒤 30대 후반에 외국계 기업으로 옮겨 고위 임원까지 지낸 금융인은 흔치 않다. 저자가 들려주는 외국계 기업의 문화와 업무 방식, 그 안에서 부딪히고 배운 생생한 장면들은 외국계 기업 취업과 커리어 전환에 관심 있는 2030 독자들에게 현실적인 길잡이가 될 것이다. [편집자 주]

나라마다 회사마다 사람마다 다르다[최기훈의 외국기업 생존기]
[최기훈 아자스쿨 이사] 오래전 TV 광고 촬영을 위해 이탈리아에 간 적이 있다. 야외에서 촬영을 하는데 참여하는 스태프가 생각보다 훨씬 많았다. 가만 보니 한 사람이 한 가지 역할만 하고 있었다. 촬영, 조명, 음향 같은 전문 영역뿐만 아니라 운전, 소품 준비, 장비 이동, 주변 통제 등도 각자 자기가 맡은 일이 끝나면 다른 일을 하지 않고 쉬었다. 심지어 요리 담당이 따로 있어서 재료를 잔뜩 싣고 와서 촬영 내내 옆에서 여러 음식을 만들었고 남는 시간에는 함께 온 친구와 어울렸다. 나는 이 낯선 모습을 보며 ‘한국에서는 한 사람이 여러 일을 맡고 간단한 도시락으로 때우면 이 절반 인력이면 충분했을 텐데’라고 생각했다.

미국 보스턴으로 퇴직연금 사업 관련 출장을 갔을 때는 일요일 오전 비행기를 타고 오후 늦은 시간에 도착했다. 시차 적응이 전혀 안된 상태에서 다음날 월요일 오전 7시에 호텔 로비에서 차량 기사를 만나 1시간 정도 달려 외딴 곳에 있는 회사 회의실에 도착했다. 그리고 아침 식사를 받았는데 빵 몇 조각, 우유와 시리얼, 잼, 햄 정도였다. 그 뒤로는 한 시간 정도 간격으로 계속 교육과 토론이 이어졌다. 점심시간에는 좀 쉬나 했는데 그 자리에서 샌드위치를 나눠 먹으며 회의하는 워킹런치(Working Lunch)였고 오후에도 마찬가지였다. 이렇게 갇혀 있다가 6시쯤에 보스턴 시내에 내려주면 차이나타운에 있는 한국식당으로 달려가 감자탕을 들이켰다. 이렇게 한 주를 보냈는데 그나마 금요일은 오후 3시쯤 좀 일찍 끝나 몇 시간 시내를 둘러 보고 토요일 귀국 비행기를 탔다.

프랑스계 합자회사에서 일하며 파리에 출장을 갔을 때는 토요일에 출발하는 비행기라 여유가 있었고 일요일에 시내 구경도 좀 했다. 월요일 회의 시작도 오전 10시였고 12시쯤에 현지 직원들과 함께 외부로 점심 식사를 갔다. 식당에 가서 줄을 서서 기다리고 와인도 한 병 시켜 나눠 먹고 하니 꽤 긴 점심이었다. 다들 시간에 쫓기지 않고 여유 있는 모습이었다. 오후에도 4시 정도에 일정이 끝났다. 금요일 오후와 토요일에는 파리 외곽까지 다녀올 수도 있었다.

나의 이런 경험들은 아주 단편적인 것들이어서 그 나라 문화를 대변한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출장 목적이 다르고 상황이 달랐다. 광고 촬영 스태프들은 한 회사 소속이 아니라 업무별로 파트타임으로 모집한 것이라 다른 일을 시키기 어려워서 그럴 수 있다. 보스턴 출장은 중요한 비즈니스 론칭을 앞두고 실무적으로 배우고 논의해야 할 내용이 많았기 때문에 일정이 빡빡할 수밖에 없었고 파리 출장은 서로 일상적으로 교류하는 목적이었기 때문에 긴장이 덜했다.

개별 기업의 특성도 다양하다. 내가 근무했던 미국계 자산운용사는 상장돼 있지 않고 오너 개인 지분율이 매우 높아 장기근속을 아주 중요시하는 등 그 기업만의 전통을 지키는 경향이 아주 강했다. 같은 미국 금융회사라도 상장되었거나 투자은행(IB)이라면 성과주의 문화가 훨씬 강할 것이다.

한국에 와서 근무하는 외국인들의 성향도 개인마다 다르다. 본국에서는 중간 관리자 이상으로 올라가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니 아시아 국가의 작은 지사에서 근무하면서 경영진으로 빠르게 올라가고 싶은 야망이 있는 사람도 있다. 반대로 큰 욕심 없이 아시아 여러 나라에서 근무하며 그냥 새로운 인생 경험을 쌓고 싶어 하는 경우도 있다. 어떤 사람은 현지 문화를 존중하고 배우려고 하고 어떤 사람은 본국의 제도를 그대로 도입하려고 한다.

지금 일하고 있는 벤처기업은 내가 지금까지 경험했던 것과 또 많이 다르다. 큰 회사에서는 이미 만들어진 시스템과 문화에 적응하는 것이라면 여기서는 내가 만들어간다는 느낌이 강하다. 아직 굳어지지 않은 것들이 많고 어떤 상황에 함께 대응하는 방식과 각자의 태도가 모여 우리만의 방식과 관습, 즉 밈(Meme)이 형성돼 가고 있다. 숫자가 작다 보니 각자의 개성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고 그 만큼 영향력도 크다는 것은 장점이기도 하고 조심스러운 면이기도 하다.

■최기훈 이사 = 서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하나은행, 미래에셋증권, 피델리티자산운용,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SC제일은행 등 금융권에서 30여 년을 근무하고 지금은 국내 최대 체험학습 플랫폼 아자스쿨에서 최고전략책임자(CSO)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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