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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대통령에 바란다] 국민 통합ㆍ 경제 회복, 최우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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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득 기자I 2025.06.04 05:00:00
12·3 비상계엄과 4·4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으로 이어진 6개월간의 정국 혼란에 마침표를 찍는 제 21대 대통령 선거가 어제 치러졌다. 헌정 사상 두 번째의 대통령 보궐 선거다. 79.4%의 높은 투표율을 기록했을 만큼 전국민이 비상한 관심을 보인 이번 선거에선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후보가 사실상 당선됐다. 투표 마감 직후 발표된 방송 3사의 공동 출구조사에서 이 후보는 51.7%의 득표율로 39.3%에 그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를 누를 것으로 예측됐다. 21.62%의 개표가 이뤄진 오후 10시 50분 현재 이 후보는 47.73%의 득표율로 김 후보를 앞서고 있다.

내란 종식을 강조한 이 후보는 2일 마지막 유세에서도 “내란 극복을 위해 하는 선거”라고 말했다. 이에 맞선 김 후보는 “거짓과 부패 없는 깨끗한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국민이 먹고살 먹거리와 기업 생존을 위한 미래 비전과 정책 대신 정치 공방과 네거티브가 선거판을 압도한 것이다. 3차례의 후보간 TV토론은 상대를 공개 비난하는 자리가 됐고 귀를 의심해도 좋을 성적 표현까지 쏟아졌다. 후보들의 포부와 약속을 담은 공약집도 투표일 직전에야 나왔다. 후보와 소속 정당이 모두 유권자들 앞에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다.

인수위원회를 통한 준비 시간도 없이 바로 직무 수행에 들어가는 새 대통령에게 주어진 여건은 엄혹하다. 경제, 안보, 외교 등 거의 모든 부문에서 나라 안팎에 가시밭길이 수두룩하다. 5168만명 국민이 몸을 실은 대한민국호를 세계가 부러워할 강국의 자리까지 이끌고 가는 책무가 주어졌지만 영광보다는 고난과 희생이 더 클 가능성이 높다. 우선 나라를 먹여 살리는 수출 전선에 비상벨이 요란하다. 미국발 관세 태풍과 중국의 추격으로 타격이 심해지면서 대미, 대중 수출은 5월 들어 전년 동기보다 각각 8.1%와 8.4% 감소했다. 특히 최대 자동차 시장인 미국으로의 자동차 수출은 32%나 급감했다. 석유화학, 철강 등 수출 한국을 떠받쳤던 주력 업종들엔 중국산 저가 공세가 몰고 온 위기의 그림자가 짙어진 지 오래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29일 올해 우리 성장률 전망을 1.5%에서 0.8%로 확 낮췄지만 해외 시선은 더 싸늘하다. 국내외 경제 전망기관 41곳 중 21곳(51%)이 올해 한국의 성장률 전망을 0%대로 내다보고 있으며 특히 해외투자은행 36곳 중 11곳은 0.3~0.7%를 제시했다. 1954년 통계 집계 이래 우리 경제가 1% 미만으로 성장한 적은 6·25전쟁 후나 오일 쇼크, 외환 위기 등 초대형 위기 시의 다섯 번뿐이었다. 따라서 우리 경제를 보는 외부 시각이 얼마나 비판적으로 변했는지를 쉽게 알 수 있다. 얼어붙은 내수, 빚더미 나라 곳간, 중국의 ‘제조 굴기’ 앞에 상당수가 경쟁력을 잃은 제조업 등 새 대통령 앞에 놓인 우리 경제의 다른 증상 중 만만한 것은 하나도 없다. 정확한 진단과 해법, 그리고 강력한 리더십 없이는 치유가 쉽지 않은 중병들이다.

경제 회생 못지않게 새 대통령에게 주어진 막중한 책무 중 단연 으뜸은 국민 통합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보수·진보의 이념 대립과 진영 갈등이 첨예할 대로 첨예해진 이번 선거를 치르면서 대다수 국민은 분열, 갈등을 조장한 구태 정치를 원망했을 게 분명하다. 때문에 새 대통령은 의연한 자세로 마음을 열고, 몸을 낮춰 국민 모두를 끌어안아야 한다. 자신의 지지자는 물론 지지하지 않은 모든 이를 포용하면서 하나 된 힘으로 변모시킨다면 국민 통합에 앞장선 지도자로 두고두고 더 큰 존경을 받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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