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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락거지 될 판”…현금 없는 청년·신혼 부부들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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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국배 기자I 2025.06.29 15:41:19

정부, 가계대출 관리 방안…전문가 7인 진단
'패닉 바잉' 멈추겠지만 노도강, 금관구 등 풍선 효과
전세 불안 가중…현금 부자 '저가 매수' 기회될 수도
세금, 은행 자본규제 등 후속 대책 나와야

[이데일리 김국배 송주오 김나경 이수빈 기자] 정부가 지난 27일 수도권과 규제지역에선 주택담보대출을 6억원으로 제한하는 등의 초강력 가계부채 관리 방안을 내놓자 부동산·금융 전문가들은 “집값 상승세는 진정되겠지만 전세시장 불안을 야기할 수 있다”며 “당장 현금이 없는 청년층이나 신혼부부들은 집 사기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강력한 대출 수요 억제책으로 주택 수요자의 구매력이 떨어지면서 매수세가 줄고 집값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하지만 대출 규제 충격이 젊은 층과 실수요자에 타격을 입히고, 전세시장 불안이 가중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서울 송파구 일대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연합뉴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집도 안 보고 계약금을 보내고, 서울 마포·성동구 등 ‘한강 벨트’를 중심으로 과열 양상을 보였던 집값 상승세는 좀 진정될 것 같다”고 말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전문위원은 “똘똘한 한 채, 상급지 갈아타기 수요가 몰리며 가격이 급등한 강남권과 한강변 아파트들이 큰 영향을 받으면서 거래가 감소하고 가격 상승에 제동이 걸릴 것”이라고 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도 “이번 조치로 갭 투자 등이 거의 원천 차단된 상태고 실수요자도 대출 가능 금액이 제한되면서 전반적으로 주택 거래량이 감소할 수 있다”고 했다. 이번 규제는 ‘토지거래허가구역’에 버금가는 규제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다만 집값 자체를 잡기는 어려운 데다 ‘풍선 효과’가 나타날 수 있고, 전세시장 불안이 가중될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함영진 랩장은 “지금 한강변 지역 움직임이 6억~8억원대에 살 수 있는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 금관구(금천·관악·구로구) 등 서울 외곽 지역으로 일부 전이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박원갑 전문위원은 “주담대를 받으면 6개월 내 의무적으로 전입을 해야하기 때문에 전·월세 물량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며 “가뜩이나 아파트 입주 물량이 줄어든 데다 빌라 전세 사기 여파로 전세 수요가 아파트로 이동하는 상황이라 아파트 전세시장이 불안해질 수 있다”고 했다.

대출 규제 강화로 생애 최초 대출, 서민과 청년층 대출 등 정책 대출 규모까지 축소되면서 사회 초년생이나 신혼부부 등 젊은 무주택자들의 ‘주거 사다리’가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정책 대출은 생애 최초, 신혼 부부 등이 6억원 이하 주택을 살 때 대출해주는 것인데 이를 줄이면 세입자로 전락하라는 것”이라며 “저소득층 주거 안정은 지원 대상이지 규제 대상이 아니다”라고 했다. 또 “요즘처럼 경기가 불황일 때는 돈을 풀어 침체된 경기를 살려야 하는데 대출 한도를 대폭 축소해 경제 활동의 근간인 유동성을 차단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금이 많은 사람들한테 유리한 규제이고 현금이 없는 청년, 신혼부부들은 집을 살 수 없게 된다”며 “현재 ‘패닉바잉’의 근본 원인은 내년부터 신규 주택 공급 절벽이 오기 때문인데, 공급 확대 신호는 주지 않고 무자비하게 대출 규제를 하면 서민들만 ‘벼락거지’가 되거나 현금 부자들은 오히려 더 싼 가격에 집을 살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대출 규제로 급한 불은 끄겠지만 공급, 세제, 은행 자본 규제 등의 후속 대책이 나와야 한다고 봤다. 한재준 인하대 파이낸스경영학과 교수는 “이재명 대통령이 세금은 안 건드리겠다고 했으나 시장을 정상화시키는 차원에서 필요하다”며 “종합부동산세 중과까진 아니더라도 보유세를 올리고, 외국인의 보유세·취득세도 중과세할 수 있다면 해야한다”고 했다. 그는 “부동산 공급도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사업장이 막혀 있어 잘 안 된 측면이 있다”며 “PF 구조 조정을 서두르고 서울·수도권 공급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했다. 박합수 교수도 “윤석열 정부에서 종부세를 무장 해제 수준으로 완화해서 다주택자들이 갭 투자하기 쉬워졌다”며 “이걸 막아야 하는데 대출 규제로 실수요자까지 제거해 현금 부자들은 경쟁자가 사라졌다. 다주택자 취득세를 중과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라고 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당초 계획의 50% 수준으로 감축하는) 총량 규제는 급한 상황에서 활용할 수 있겠지만 항구적이지 않다”며 “주담대 위험가중치 하한을 올리는 등 은행 스스로 대출을 줄이게끔 하는 자본 규제가 더 효과적이다”라고 했다. 김효선 위원은 “임대차 시장이 영향을 받는 만큼 추가 보완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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