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태 “국힘, 개혁 늦었다…혁신 점수 0점 아닌 마이너스” [만났습니다]①

[이데일리 김한영 기자] “혁신 점수요? 0점이 아니라 마이너스입니다. 한 달 동안 공전하며 개혁 시기만 뺏겼습니다. 이쯤 되면 당 지도부가 혁신 의지가 없는 거라고 봐도 무방하지 않겠습니까”

김용태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사진 = 이데일리DB)

김용태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22일 이데일리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당내 혁신 과정에 대해 이같이 평가했다. 혁신 1호 과제인 윤석열 전 대통령과 극우 세력과의 단절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자신이 당 혁신와 관련해 전권을 가지게 된다면 1순위 과제를 ‘윤 어게인 세력과의 결별’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전 강사 등 아스팔트 세력이 대해 ‘더 이상 진지하게 다룰 필요조차 없는 그룹’으로 규정하며 “이분들을 포용하자거나, 생각이 다르기 때문에 대화해야한다는 생각을 하는 순간 당의 미래는 없다”고 지적했다.

극우 세력과의 절연이 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선 대통령 본인과 당의 책임을 짚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물리적으론 절연이 됐지만, 윤 전 대통령과 전한길 강사 등 일부 인사들은 여전히 당원들을 선동하는 극우 포퓰리즘을 펼치고 있다”며 “그래서 나는 윤 전 대통령을 나쁜 대통령이라고 본다”고 직격했다. 특히 윤 전 대통령이 최근 옥중에서 낸 메시지에 대해선 “아직도 혼자만의 착각 속에 빠져 사시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그는 윤 전 대통령과 가까운 정치인들이 쇄신 대상임에도 여전히 정리되고 있지 않다는 점도 문제 삼았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 눈에는 여전히 윤 전 대통령의 계엄을 옹호하는 인사들이 떠오른다”며 “그분들이 어떤 말을 해도 이미 신뢰를 잃었다. 정치인으로서 소구력은 끝났고, 이제는 윤 전 대통령의 계엄과 함께 역사의 한 장면으로 사라져야 할 사람들”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제 당내 세대교체는 순리”라고도 했다.

윤 어게인 행사에 참석한 지도부를 향해서도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지도부는 “의전 실수였고, 사전에 그런 행사인 줄 몰랐다”는 해명을 내놨지만, 김 전 비대위원장은 “의전 실패가 아니라 정무적 판단의 실패”라며 수위를 높였다. 그는 “그 정도 정무적 판단도 하지 못하면서 무슨 대여 투쟁을 할 수 있겠나”고 질타했다.

이어 “전한길 씨를 보고도 호들갑 떨지 말자고 하다가 여론이 나빠지자 입장을 바꾸는 모습을 보면 국민 상식과는 괴리돼 있다”며, 당 차원의 징계 조치 필요성도 언급했다. “당원자격심사위가 어렵다면 윤리위나 당무감사위 등 가능한 모든 기구를 활용해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대여투쟁을 한다고 해도 국민에게 소구력이 있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과 이재명 정부를 향한 비판이 설득력을 갖기 위해서라도 윤 전 대통령과의 선 긋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여당을 향해 아무리 좋은 메시지를 내더라도 국민에게서 쓴소리와 비아냥이 돌아오는 상황”이라며 “당 지도부가 전한길 씨에 대해 모호한 태도만 유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통합을 외친다 한들 정신승리에 그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김용태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사진 = 이데일리DB)

다음은 김 비대위원장과의 일문 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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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내 혁신 과정은 어떻게 보고 있나.

△변한 게 없다. 내가 나간 이후로 한 달이 됐는데 그동안 공전만 했다. 오히려 개혁의 시간을 허비했으니, 0점도 아니라 마이너스 점수를 줄 수밖에 없겠다. 이쯤 되면 당 지도부는 혁신 의지가 없는 것 같다.

-윤희숙 혁신위원장은 윤 전 대통령과의 사과를 당헌에 새긴다 했다.

△내가 주장했던 탄핵 당론 반대 무효화도 의원총회를 열어서 의원들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과정이 어렵다보니 회피를 한 것 아닌가. 탄핵 반대 당론이 유지 중인 상황에서 당헌·당규에 사과를 넣는다는 건 서로 충돌할 수 있지 않겠나.

-혁신에 전권을 부여받는다면.

△윤 어게인과의 결별부터 하겠다. 이미 헌법에서 위헌이라고 판단한 것을 옹호하는 사람들과 무슨 대화를 할 수 있겠나. 윤 어게인과 전한길 씨는 당의 다양성 밖에 있는 사람이다. 포용하고 대화하려 하는 순간 당의 미래는 없다.

-당 지도부가 절연에 적극적이어야 하나

△전한길 씨를 보고도 호들갑 떨지 말라고 하다가 여론 추이가 좋지 않으니 스탠스가 바뀌었다. 계엄을 옹호하는 발언을 한 전 씨가 입당한다면, 지도부가 윤리위원회나 당무감사위원회를 통해 조치를 취해야 한다. 그런 것조차 하지 못하는 태도가 국민 상식과 굉장히 동떨어져 있다.

-지도부는 윤 어게인 토론회 참석에 대해 ‘의전 실수’라고 한다.

△정무적 판단의 실패다. 나도 비대위원장을 했지만, 모든 의원의 행사에 참석하진 않는다. 참석하는 것도 당직자들과 함께 정무적 판단을 통해 이뤄진다. 이 정도의 정무적 판단도 하지 못하고서 무슨 대여 투쟁을 하나.

-지도부의 스탠스가 대여 투쟁에 방해되나

△야당의 역할은 이재명 정부가 잘못하는 부분들에 대해 지적을 해야 한다. 문제는 지도부가 이러한 애매한 스탠스를 취한 다음에 대여 투쟁을 하려 하면 국민의 반응은 쓴소리와 비아냥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메시지가 아무리 좋더라도 메신저에 대한 조롱이 되돌아온다. 그래놓고 의원과 당원들에게 통합을 이야기해본들, 정신승리에 불과하다.

-국민의힘은 윤 전 대통령과 절연을 하지 못했나

△물리적으론 분리됐다. 탄핵 당시 당의 지지층 분들은 단순히 윤 전 대통령을 지키기 위해서만 추운 겨울날 집회에 나선 게 아니다. 절차적인 문제를 지적하며 계엄엔 반대하나 탄핵에도 반대한 것이다. 그런데 윤 전 대통령과 전 강사 등 이런 분들이 이분들을 극우 포퓰리즘을 통해 이용하고 있다고 본다. 그래서 나는 윤 전 대통령에 대해 ‘나쁜 대통령’이라고 한다. 당내 정치인들이 당원들의 감정을 자극하고 선동하는 정치와 극우적 인사들에 대해서 선을 그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절연을 위해 당내 세대교체는 필요한가

△국민 뇌리 속에 윤 전 대통령의 계엄을 옹호하는 것처럼 비치는 인사가 있다. 특히 정치인 중에 그런 사람은 대여 투쟁을 한다고 해서 국민께 신뢰를 받을 수 없다. 사실상 정치인으로서 소구력이 다한 것과 다름없다. 그런 분들은 윤 전 대통령의 계엄과 함께 역사의 한 장면으로 넘어가야 할 분들이다.

-영남권 정치인들의 세대교체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친윤(親윤석열)과 영남은 다르다는 것부터 짚고 싶다. 영남 의원들도 본인들이 친윤으로 묶이는 것에 대한 불쾌감이 있으면서 개혁에 대한 목소리를 내기는 주저하는 분들이 많다. 그렇기 때문에 그분들이 가감 없이 개혁의 목소리를 내줬으면 한다. 과거 영남은 그렇지 않았다. 개혁적인 목소리를 내는 분들이 많았다. 영남 의원들이 개혁의 깃발을 들어주셨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