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상 2분기는 디스플레이 기업들이 1분기보다 생산량을 늘리는 시기다. 9월부터 시작하는 다수의 하반기 쇼핑 이벤트에 대비해 세트 고객사들이 원자재 비축에 나서면서, 디스플레이 기업들도 선제적으로 생산 확대를 준비한다. 실제 지난해 디스플레이 공장 가동률은 1분기 74%에서 2분기 81%로 7%포인트 상승했고, 2023년에는 1분기 67%에서 2분기 79%로 12%포인트 뛰었다.
올해 이례적인 감산은 LCD 시장을 장악한 중국 업체들이 적극적인 생산 조절에 나서는 결과로 읽힌다. 중국 디스플레이 3대 기업인 BOE와 CSOT, HKC는 이달 평균 가동률만 6~9%포인트가량 낮출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의 3대 명절로 꼽히는 노동절 기간(5월1일~5일)에 공장 가동을 중단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LCD 패널 생산을 조절하는 배경에는 미국발(發) 관세 리스크가 있다. 미국은 지난달 세계 각국을 대상으로 상호관세를 발표했고 오는 7월 8일까지 유예기간을 설정했다. 중국을 대상으로는 145%에 달하는 관세를 매겼지만 지난 12일 관세 인하 및 90일간 관세 유예를 약속한 제네바 합의를 이뤘다. 유예 기간 동안 중국을 비롯한 각국은 미국과 관세 협상에 나서고 있는데, 진전이 없을 경우 각국 기업들은 관세를 그대로 떠안을 수밖에 없다. 거대 시장인 미국에서 소비 심리가 가라앉을 수 있다는 불안감이 여전한 것이다.
강정두 옴디아 수석연구원은 “올해 하반기 최종 수요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패널 업체들이 2분기 생산에 보수적인 접근을 취하고 있다”며 “패널 업체들은 하반기에도 재고 수준을 신중하게 관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
|
이는 실제 삼성전자와 LG전자 원재료 매입액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TV·모니터용 패널을 구입하는 데에 7조5825억원을 썼다. 전년 대비 29.3% 뛴 금액이다. 주로 중국 기업 CSOT와 대만 기업 AUO에서 공급받는데 대부분 LCD 패널로 풀이된다. 올해 1분기에도 전년 동기 대비 8.5% 상승한 2조729억원을 패널 구입에 사용했다.
LG전자 역시 비슷하다. LG전자는 지난해 TV담당 사업본부가 LCD 모듈 조달에 전년 대비 14% 증가한 3조9539억원을 투입했다. 올해 1분기에는 9868억원을 지출했다. 지난해 1분기보다 7.8% 늘었다.
업계 관계자는 “TV 세트 업체들의 가격 협상력이 약해질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며 “현재로선 TV 수익성을 높이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