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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덜미 타도 새끼지켜”…뜬장서 타죽은 불법농장 개들[댕냥구조대]

박지애 기자I 2025.03.29 09:00:54

루시의친구들·동물자유연대 의성·산청 동물구조 활동
화마 속 ‘의성군 불법 개농장’ 100마리 개 방치
불법농장 방치 의성군 "사람 우선" 동물구조 비협조
재난시 동물도 대피할 실효성 높은 가이드라인 필요

[이데일리 박지애 기자] “뜬장 속에서 새까맣게 타죽은 개를 옆에 두고 살아남은 개들은 공포에 질린 눈이었다.”(루시의 친구들)

“쇠목줄이 불길에 달궈져 목이 다 타들어가는데도 새끼를 지키고 있더라. 화마에 노출된 만삭의 어미개들과 이미 심각한 화상을 입은 개와 강아지들을 구조해 돌아왔다.”(동물자유연대)

화마가 휩쓸고 간 경북 의성군의 한 불법 개농장에 쇠목줄에 목이 묶인 어미개가 목덜미가 불에 탄 채 새끼를 지키고 있던 모습. (사진=루시의 친구들)


경남권을 휩쓴 대규모 화마 속 간신히 살아남은 동물들을 구조하러 간 손길들이 있었습니다.

목줄에 묶이거나 철장에 갇혀 오도가도 못한 채 불에 타죽은 동족을 목도하고, 자신은 타더라도 새끼를 지키며 온 몸에 화상을 입은 채 간신히 살아남은 개들이 가까스로 구조됐습니다.

특히 이번 화마로 음식물 쓰레기를 급여하며 전염병 위험 등에 노출돼 있던 불법개농장이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화마가 휩쓸고 간 경북 의성군의 한 불법 개농장 모습(사진=루시의 친구들)
동물자유연대는 지난 22일 위기동물대응팀을 중심으로 한 1차 선발대를 경남 산청군에 급파해 2박 3일간 현장 대응을 펼쳤습니다. 또 다른 동물보호단체 루시의 친구들 4개 단체 선발대는 피해가 가장 심각한 경북 의성군의 동물피해 상황을 조사하고 현장 구호 활동을 펼치기 위해 의성군으로 향했습니다.

단, 동물 구조를 펼치는 활동가들의 안전에도 만전을 기했습니다. 동물자유연대는 산불이 인근 지역으로 확산하고 산불 단계가 격상되면서 활동가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일시적으로 현장 활동을 중단하기도 했으며 이후 안정화된 장소를 중심으로 다시 현장 투입하여 동물구호, 반려동물 쉼터 설치 등 후속 대응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입니다.

화마가 휩쓸고 간 경북 의성군의 한 불법 개농장에서 화상입은 개를 활동가가 구조하고 있다. 한편 해당 불법 개농장은 아프리가돼지열병(ASF)의 주요 원인으로도 지적되면서 법으로 금지된 음식물쓰레기를 개에게 급여하고 있기도 했다. (사진=루시의 친구들)
◇화마 속 방치된 불법개농장…유기견 절반 죽어가는데도 용인한 의성군

지난 23일 루시의친구들(동물보호단체 라이프·코리안독스·코리아 케이나인 레스큐(KK9R)·유엄빠·3677 동물구조대·더휴 24시 동물메디컬센터) 활동가들이 산불 피해가 심각한 경북 의성군으로 향했습니다.

당시 현장에서 발견된 의성군 산속의 한 불법 개농장에는 100마리가 넘는 개들이 매캐한 연기속에 방치되어 있었습니다.

모든 개들이 산불 위험에 처해 있었지만 개농장주가 소유권을 포기하지 않아 수의사의 의료적 판단으로 화상을 입은 일부 동물들만 겨우 구조할 수 있었다,

구조 현장의 한 활동가는 “화마가 지난 산속 불법 개농장에 100마리가 넘는 개들이 공포에 질릴 눈으로 매캐한 연기속에 방치돼 있더라. 불법개농장의 모든 개들이 산불 위험에 처해 있었지만 개농장주가 가져가지 말라고 해 심각하게 화상을 입은 일부 동물들만 겨우 구조할 수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게다가 해당 개농장은 마을 교회 인근에 있는 데다 대형 음식쓰레기차가 폐기물을 운반해 온 현장도 목격되었습니다. 음식물 쓰레기는 아프리가돼지열병(ASF)의 주요 원인으로도 지적되면서 법으로 동물에게 음식물쓰레기를 급여하는 것은 금지돼 있습니다. 특히 지난 1월과 2월 의성군은 ASF에 감염된 멧돼지가 발견된 지역이기도 했습니다.

화마에 불법개농장에 갇혀 타 죽은 개의 상태를 수의사와 활동가들이 살피고 있다. (사진=루시의 친구들)
불법 개농장을 제대로 단속하지 않고 유지하도록 한 의성군수는 이미 사람이 모두 대피한 후 동물을 구조하러 간 활동가들에게 “사람 우선 아닌가”라며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이기도 했습니다. 유기되는 동물이 많은데도 불법 개농장에서는 하루에가 멀다하고 개들이 계속 생성되는 실정입니다.

정부 통계자료에 의하면 2024년 1월부터 2025년 3월 현재까지 15개월간 의성군 구조 유기동물 241마리 중 116마리가 안락사 또는 폐사되기도 했습니다.

활동가들은 “재난시 사람의 안전이 최우선이라는 점은 당연한 소리”라면서 “다만 동물도 함께 살 권리가 있는 만큼 2022년 행정안전부도 재난시 반려동물 가족을 위한 재난 대응 가이드라인을 제정 발표했으며 이를 준수하기 위한 노력이 절실하다”는 입장입니다.

심인섭 라이프 대표는 “산속 불법 개농장 개들 다수가 현재 임신 중으로 추정된다. 의성군은 축사 주변으로 불이 번지지 않도록 선제적 소방 방제를 당장 시행해야 하며 산불 진화 후 불법 개농장에 대한 고발과 지자체의 개입에 의한 전원 구조와 폐쇄를 추진해 한다”며 산속 불법 개농장에 대한 후속대책에 나설 것임을 알렸다.

동물권행동 카라의 김영환 정책국장은 산불 재난 위기가 방역 위기로 이어져선 안됨을 지적하며 “이번 산불로 ASF에 감염된 멧돼지가 어디로 어떻게 이동해 갔을지 알 수 없고 먹이가 부족해진 상황에서 ASF 발생 지역인 의성 산지에 불법 개농장과 다량의 음식쓰레기가 노출 방치되어 있는 극도의 방역 사각지대가 노출된 만큼 즉각 폐쇄와 관련자 엄중 문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경남 산청에서 화마에 화상을 입은 채 묶여 있던 개 누렁이가 구조 돼 치료 받은 모습. (사진=동물자유연대)
◇“우리 노랑이 구해달라”…구조후 임시보호

한편 좀 더 아래 지역인 산청으로 향한 동물자유연대는 22일 위기동물대응팀을 중심으로 한 1차 선발대를 경남 산청군에 급파해 2박 3일간 현장 대응을 펼쳤습니다. 1차 선발대는 대피소 입소가 제한되어 반려견을 집에 두고 떠날 수밖에 없었던 어르신의 사연을 접수하고, 해당 반려견 ‘노랑이’의 위치를 확인한 후 구조에 성공했습니다. 동물자유연대는 “노랑이는 산불 영향권 내 마당에 묶여 홀로 남겨진 채 위태로운 상황이었으며, 구조 당시 겁에 질린 모습이었다”며 “노랑이를 무사히 구조한 뒤 현재 치료와 임시 보호에 들어갔으며, 노랑이와 이별해야 했던 어르신에게도 구조 소식을 전달하여 안도감을 드렸다”고 전했다.

또한, SNS를 통해 알려졌던 또 다른 반려견 ‘곰칠이’의 안위 확인 요청을 접수하고, 즉시 해당 장소를 수색해 곰칠이가 무사히 보호 중인 것을 확인해 보호자에게 소식을 전달했으며, 현장 이동 중, 불길을 피해 떠돌던 ‘황구’를 발견해 사료 급여 후 병원으로 이송했습니다.

화마에 화상을 입고 방치된 개들이 구조된 모습(사진=동물자유연대)
◇재난시 반려견도 같이 대피해야 할까

몸이 묶이거나 갇혀 움직일 수 없는 반려동물들은 재난시 취약한 상태로 위험에 처할 수 밖에 없는 처지가 많습니다.

현행법상 반려동물과의 동반 대피는 명확한 근거가 없습니다.

동물자유연대는 재난동물구호협의체와 함께 현장에 국내법상 반려동물로 규정된 6종(동물보호법 시행규칙상 개, 고양이, 햄스터, 토끼, 패럿, 기니피그)을 대상으로 이재민 대피소 인근에 특화된 임시보호소를 구축하고, 반려동물 피해 사례 접수 및 긴급 지원 활동과 현장 구조 활동을 동시에 진행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이를 위해 지난해부터 LG U+, 더프라미스, 지자체 자원봉사센터 등과 함께 ‘재난시 동물구조 및 구호 협의체’를 구성하고, 국내 최초로 반려동물 동반 대피 훈련을 추진해 왔습니다.

동물자유연대 조희경 대표는 “자연재해는 사람뿐 아니라 동물에게도 생사의 갈림길이 된다”며, “동물자유연대는 재난 상황 속에서도 동물의 생명이 존중받을 수 있도록 제도 개선과 사회적 인식 변화에 앞장서고, 동물과 사람이 함께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현장과 정책, 두 축 모두에서 최선을 다하겠다”라며 재난 발생에 대비한 단체의 활동 방향을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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