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포커스]저소득층 '간이 채무구조 프로그램' 도입
청년·자영업자·창업자 위한 초단기 개인회생제도 제안
민주당 "변제기간 3년에서 1년 단축해 빠른 재기 지원"
은행권 "부담 크다" 주장에 사회적 책임 다해야 일침
[이데일리 이수빈 기자] 헌법재판소가 지난 4일 윤석열 대통령의 파면 선고 이후 ‘6월 대선’이 현실화하는 가운데 제1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발표한 ‘초단기 채무조정안’을 두고 금융권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최근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민생의제 20개를 발표한 가운데 경제·금융 분야의 최우선 과제로 초단기 채무조정안을 꼽았기 때문이다. 이는 대선공약으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커 추후 금융권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겠다고 우려한다.
 |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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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금융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최근 20대 민생의제를 발표하고 경제·금융 분야 최우선 해결과제로 ‘한계가구 등 과중 채무자 재기지원 제도 혁신’을 추진하기로 했다.
민주당은 저소득층을 위한 간이 채무구조조정 프로그램을 도입할 계획이다. 채무구조조정이란 기존 채무의 상환 조건을 변경하거나 조정해 채무자의 경제적 회생을 지원하는 과정이다. 이자율 인하, 상환 기간 연장, 원금 감면 등을 포함한다. 민주당은 비용이 많이 들고 복잡한 파산 절차 대신 ‘간이 채무구조조정’을 도입해 서민층의 신속한 채무조정을 지원할 방침이다.
신청자격은 총 채무액이 1억원 미만, 필수지출을 제외한 가용소득이 월 10만원 미만, 자동차를 뺀 보유자산은 300만원 미만·보유 자동차는 500만원 미만, 소유 주택 없음, 파산·개인회생·회생절차를 진행 중이지 않은 사람이다. 청년, 자영업자, 창업자를 위한 ‘초단기 개인회생제도’를 도입한다는 구상도 내놨다. 2030 청년층과 자영업 폐업자, 창업 실패자 등 신속한 회생과 재기가 필요한 계층에 대해 변제기간 1년 정도의 초단기 개인회생제도를 도입한다.
현행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개인회생 절차에서 변제계획 기본 기간은 3년(36개월)로 설정돼 있고 특정 경우에만 변제 기간을 조정할 수 있다. 이에 민주당은 청년층, 자영업자, 창업자를 대상으로 변제기간을 1년으로 설정하는 초단기 채무조정제도를 구상 중이다. 구체적인 연령 기준이나 채무액 수준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현재로선 만 35세 미만 또는 만 40세 미만을 고려 중이다. 채무 금액 역시 2000만원에서 5000만원 사이 수준을 논의하고 있다.
 | 지난 1월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의 한 법률사무소 앞에 파산 관련 문구가 안내되고 있다.(사진=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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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민생의제를 발표하면서 “(대선)공약으로 오해하시는 사람이 안 생기면 좋겠다”며 “이건 집행할 과제가 아니라 논의해서 해결해야 할 의제다”고 거듭 강조했다. 하지만 민주당 내부에서도 조기 대선이 확정된 만큼 이 의제를 바탕으로 대선공약을 마련할 것이라는 분위기다.
금융권에서는 민주당이 추진하는 채무조정제도가 금융권의 부담을 키울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채무조정을 확대하면 은행은 상환 능력이 낮은 채무자를 더 많이 수용해야 하고 이에 따라 부실채권이 증가해 은행의 건전성 저하가 불가피하다. 또 채무조정에 따른 연체이자와 추심으로 얻는 수익도 감소해 수익성 악화로 이어진다. 채무조정을 쉽게 허용하면 채무자가 이를 악용하는 ‘도덕적 해이’ 문제도 불거질 수 있다.
박현근 한국파산회생변호사회 회장은 “당연히 금융기관이나 채권자 입장에선 손실이고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며 “다만 서민경제의 어려움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매년 조 단위의 이자수익을 올리는 은행권도 사회적 책임을 감당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회장은 이어 “금융기관이 어떻게 사회적 책임을 다할 것인지 논의가 이어져 왔던 터라 초단기 개인회생제도 같이 개인 파산·회생 제도의 문을 넓혀서 (은행이) 간접적으로 채무자에 대한 사회적 책무를 다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