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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면이 바다' 해양범죄 최전선 부산지검…"전문 역량 강화"

송승현 기자I 2025.05.09 06:00:00

■대한민국 중점검찰청을 가다-⑨부산지검
전국 최다 해양범죄 기소로 수사 역량 입증
스텔라데이지호 침몰·러 선박 광안대교 충돌
해경 등 유관기관 협력·전문자문단 운영 등 전문화
"해양범죄 스터디·유관기관 세미나 등 노력"

[편집자 주] 산업·금융·IT·보건 등 개인과 국가에 지대한 영향을 주는 분야들에서 범죄가 진화하고 있다. 각 검찰청은 수사분야의 특성에 따라 특화한 전문 수사분야를 담당하며 주요 범죄 대응 역량을 획기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대검찰청이 지정한 ‘중점검찰청’을 총 10회에 걸쳐 만나본다. ①‘첨단산업보호’ 수원지검 ②‘사이버범죄’ 서울동부지검 ③‘국제범죄’ 인천지검 ④‘식품의약안전’ 서울서부지검 ⑤‘환경범죄’ 의정부지검 ⑥‘특허범죄’ 대전지검 ⑦‘금융범죄’ 서울남부지검 ⑧‘조세범죄’ 서울북부지검 ⑨‘해양범죄’ 부산지검 ⑩‘자연유산보호’ 제주지검
부산지검 해양·강력범죄전담부 소속 검사들. 왼쪽부터 유성윤 검사, 장지영 검사, 신정수 검사, 허지훈 부장검사, 김형섭 검사, 김경진 검사. (사진=부산지검)
[부산=이데일리 송승현 기자] 우리나라가 관할하는 전체 해역(영해, 접속수역, 배타적 경제수역 포함)의 총면적은 약 44만3838㎢. 이는 국토 면적(약 10만㎢)의 4배가 넘을 정도로 광활하다. 한 국가의 주권이 미치는 영역 중 우리가 발을 디디며 사는 육지보다 바다 면적이 훨씬 넓다는 뜻이다.

그중 부산은 해양 영역에서는 특별한 지역이다. 지난해 기준 부산항에서 이뤄진 교역량만 컨테이너 물동량 기준 약 2440만TEU(20피트 길이의 컨테이너 1개를 의미)이다. 특히 미국, 중국, 일본 등 주요 교역국과의 물동량이 전체의 약 56%를 차지하고 있다. 그만큼 다양한 해양범죄가 이뤄지기도 한다. 이에 대검찰청은 2017년 2월 부산지검을 해양범죄 중점검찰청으로 지정하고 관련 범죄에 엄중하게 대응하고 있다.

부산지검 해양·강력범죄전담부를 이끄는 허지훈(49·사법연수원 35기) 부장검사는 8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해양범죄 발생 시 광범위한 피해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고, 높은 사회적 관심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며 “증거 확보를 위해서는 높은 전문성과 국제적 협력의 필요성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해양 중심지 부산 …해양범죄 수사 스페셜리스트 모였다

해양범죄란 넓게 보면 해상에서 발생하는 모든 범죄를 말한다. 대표적으로 태안 기름 유출 사고가 해양범죄에 속한다. 더 나아가 마약, 살인 등 일반적인 범죄가 해상에서 일어나면 이 역시 해양범죄로 분류된다.

(그래픽=이미나 기자)
부산지검은 전국에서 가장 많은 해양범죄를 다루는 부서다. 대검찰청 통계에 따르면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전국청에서 해양범죄(선박안전법위반, 선원법위반, 항만법위반, 해양환경관리법위반, 수산업법위반 등 명확한 범죄로 한정)로 기소한 사건은 총 2만7084건이다. 이 중 부산지검이 1483명을 기소했다. 단일 검찰청으로 살펴보면 가장 많은 수준으로, 해양범죄가 많이 발생하는 인천지검(1103명)이나 울산지검(648명)과 비교해도 많은 수치다.

부산이 바다를 상징하는 도시란 것도 해양범죄 중점청으로 지정된 배경이다. 부산항은 우리나라 총 해상 수출입의 65%를 처리하는 국내 최대 항구다. 중요 항만·수산·조선기자재 산업도 부산을 중심으로 조성돼 있다. 부산지검은 해양범죄 중점청 선정 전부터 △삼호 주얼리호 납치로 알려진 ‘소말리아 해적 사건’(2011년 1월) △오룡호 침몰 사건(2014년 12월) △베트남 국적의 선원 2명이 한국인 선장과 기관장을 살해한 ‘광현 803호 선상 살인 사건’(2016년 6월) 등 굵직한 사건을 처리해 왔다. 2017년 해양범죄 중점청 지정 이후에도 활약을 이어오고 있다.

현재 부산지검 해양·강력범죄전담부는 허 부장검사를 필두로 김형섭(44·사법연수원 40기)·신정수(47·변호사시험 1회)·장지영(42·42기)·유성윤(31·변시 9회)·김경진(33·변시 13회) 등 검사 6명과 수사관 7명으로 구성돼 있다. 허 부장검사는 해양범죄 특성에 대해 “육상과 달리 해상이라는 공간의 특성상 관할이 방대하고 수사과정에서 증거 수집에 어려움이 있다”면서 “사건 발생 시부터 전문인력이 투입되지 않으면 사건 해결이 어려워져 수사 초기부터 해양경찰청 등 유관기관과 수사과정을 공유하며 긴밀한 협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해양·강력범죄전담부가 처리한 대표적인 사건으로는 △스텔라 데이지호 침몰 사건(2017년 3월) △러시아 선박 광안대교 추돌 사건(2019년 2월) 등을 꼽을 수 있다. 이 중 광안대교 충돌 사건의 경우 해양경찰로부터 사건을 송치받은 후 △학계 및 교량 전문가 등 전문가 자문단 구성 △선박 항적도 분석 △음주 관련 법의학 전문의 자문 △대검찰청 과학수사부의 항해기록 저장장치(VDR) 재감정 등 복잡하고도 전문적인 과정이 이어졌다.

김형섭 수석검사는 “단순 밀수나 불법조업, 무허가 선박개조 등 비교적 법리나 증거수집이 용이했던 범죄에서 최근 사건해결을 위해 전문적인 지식을 요구하는 등 기존의 수사 방식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복잡하고 다양한 문제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부산지검 해양·강력범죄전담부 소속 검사들. 왼쪽부터 장지영 검사, 신정수 검사, 허지훈 부장검사, 김형섭 검사, 김경진 검사, 유성윤 검사. (사진=부산지검)
고도화·복잡화…전문성 쌓기 위해 ‘협업·스터디’

해양범죄가 전문화·고도화·국제화하면서 유관기관과의 협업은 필수다. 부산지검은 해양경찰청은 물론 부산지방해양수산청 등의 특별사법경찰관 등과 수사 초기부터 협력하고 있다. 아울러 2011년부터 ‘해양범죄연구회’를 발족해, 해양경찰 등 유관기관, 법조계, 학계 관계자들과 매년 세미나를 개최하고 있다. 이밖에도 한국해사법학회, 부산지방해양안전심판원, 부산항만공사 소속 해양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해양범죄 수사자문단’도 운영 중에 있다.

신정수 검사는 “해양범죄는 범죄 현장에서의 임장 수사, 광범위한 용의자 탐문 및 증거물 수색 등이 필요한 경우가 많아 검사의 직접수사보다는 해양경찰과 협업해 사건을 처리하는 것이 보다 일반적”이라고 소개했다.

부산지검 해양·강력범죄전담부는 해양범죄 전문성을 쌓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허 부장검사는 “해양범죄의 특수성 관련 법리연구 등 부산지검 자체적으로 ‘해양범죄 수사 스터디’를 진행하고자 한다”며 “유관기관과 간담회 및 세미나 개최 등을 통해 해양범죄 대처에 대한 원만한 협력 관계를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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