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방송 이후 시청률이 두 배 이상 상승한 화제의 드라마 ‘협상의 기술’에 등장한 게임 속 ‘이스터에그’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드라마 속에서 게임의 저작권 침해를 밝히는 중요한 단서로 등장한 이 이스터에그는 실제로도 존재한다.
이스터에그는 게임, 소프트웨어, 영화 등 다양한 콘텐츠에 숨겨진 메시지나 기능, 유머를 의미한다. 이는 프로그래머들이 의도적으로 숨겨놓은 요소로, 부활절 토끼가 계란을 숨겨놓는 전통적인 행위와 비슷하다는 점에서 ‘이스터에그’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게임 업계 최초의 이스터에그는 1977년 아타리가 출시한 아케이드 게임 ‘스타십 1’에서 시작됐다. 코인을 넣은 후 특정 명령어를 입력하면 ‘Hi Ron!’이라는 문구가 나타나는데, 이는 게임 개발자 론 밀너(Ron Milner)가 설계한 것으로, 최초의 이스터에그로 기네스 기록에도 올라있다.
|
|
드라마속 이스터에그, 불법 복제 해결
드라마 ‘협상의 기술’에서는 인디게임사 차차게임즈의 게임 ‘택배왕’과 이를 베낀 DC게임즈의 ‘하이스퀘어’ 간의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이스터에그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차차게임즈의 대표이자 개발자인 차호진이 게임 속에 숨겨놓은 첫사랑과 관련된 이스터에그를, DC게임즈가 그대로 베껴 제작했다는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스터에그는 불법 복제 대응책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아케이드 게임이 주를 이루던 초기 게임 산업에서는 게임의 내용이나 구성 등이 저작권으로 보호받지 못했다. 당시 큰 인기를 끌었던 남코의 세로 스크롤 슈팅 게임 ‘제비우스’도 불법 복제된 해적판에 대응하기 위해 여러 이스터에그를 숨겨두었다.
제비우스는 스테이지 1의 초반 화면 오른쪽 끝에서 폭탄을 발사하면 메시지가 표시되는 기능을 숨겨두었고, 두 번째로는 지역 7~8 사이의 숲 속에 회사의 로고를 숨겼다.
남코는 이 해적판 게임 ‘Xevios’와 ‘Battles’를 제작한 회사들에 대해 소송을 제기했으며, 두 회사는 숨겨진 메시지와 로고를 찾지 못해 결국 패소했다.
|
|
국내 게임들 속에도 이스터에그는 숨겨져있다. 넥슨 자회사 민트로켓에서 개발한 ‘데이브 더 다이버’가 대표적이다. 해양 탐사와 초밥집 운영 콘텐츠를 결합한 이 게임에 등장하는 비이용자 캐릭터(NPC) 중에는 실제 넥슨 임직원의 모습을 본따 만든 ‘주낙’이 있다.
이는 김준학 2D 픽셀 아티스트가 스스로를 모델로 작업해 만든 캐릭터다. 뿐만 아니라 앞서해보기(얼리액세스) 때부터 게임을 플레이한 유명 유튜버들을 본따 만든 NPC들도 존재한다.
엔씨소프트의 글로벌 흥행작 ‘쓰론앤리버티(TL)’에서도 개발자들이 숨겨놓은 소소한 이스터에그들이 발견됐다. 게임 맵에서 무작위로 ‘왜 안 좋은 코드는 빠르고 널리 퍼지는가?-프로그래머 Z’, ‘클라이언트 프로그래머가 좋아하는 음식 한국식 치킨은 정말 맛있어-프로그래머 G’ 등 소소한 내용이 적힌 쪽지가 발견됐다.
크래프톤 대표 게임 배틀그라운드에도 ‘P1911’ 권총 옆면에 ‘APR.4.2014.16.SEWOL.I WILL NOT FORGET TO REMEMBER VICTIMS’라는 세월호 추모문구가 새겨진 사실도 알려졌다.
국내 게임업계 관계자는 “이스터에그는 이용자와 게임사 간의 유대감을 강화시키기도 한다”며 “개발 과정에서 숨겨지는 것으로 회사에서도 모르고 있다가 이용자들에 의해 발견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