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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많은 기업에서 사원, 주임, 대리, 과장, 차장, 부장, 이사, 상무와 같이 서열에 따라 직급을 나눈다. 그리고 그에 따라 영어로 직역하다 보면 대리는 과장 바로 아래니까 어시스턴트 매니저(Assistant Manager)가 되고 부장이 제너럴 매니저(General Manager)라면 차장은 어시스턴트 제너럴 매니저(Assistant General Manager)가 되는 것이다. 이런 방식으로 표시하는 것이 틀린 것은 아니고 글로벌 기업 중에서도 종종 있다. 하지만 직급의 높이보다 책임의 범위와 정도를 보여주는 것이 더 많은 것을 전달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또 영어에서는 우리가 의미하는 직급과 딱 맞아떨어지지 않고 약간 뜻이 다르게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 매니저는 다른 사람을 지휘감독하는 사람을 말하고 제너럴 매니저는 한 사무소나 지점을 총괄하는 사람을 말하는 경우가 많다.
자기가 하는 일을 설명하는 방식으로 타이틀을 정한다면 마케팅 부서의 주임이나 대리급의 주니어라면 마케팅 어시스턴트(Marketing Assistant) 또는 마케팅 스페셜리스트(Marketing Specialist)로 표현할 수 있다. 상당히 경력이 있는 차장급 이상이라면 시니어 마케팅 매니저(Senior Marketing Manager)가 된다. 마케팅 부서 전체를 총괄한다면 헤드 오브 마케팅(Head of Marketing)이 될 것인데 그 사람의 직급은 부장일 수도 있고 이사일 수도 있다. 마케팅 조직이 아주 큰 본부 단위라서 헤드가 상무급이라면 임원이라는 뜻에서 뒤에 MD 또는 ED를 추가하기도 한다.물론 인사팀에서 급여나 승진을 관리하는 내부 직급은 별도로 숫자나 영어 알파벳으로 등급이 정해져 있지만, 대외적으로는 의미가 크지 않다.
흥미로운 것은 한 부서를 계속 쪼개서 ‘헤드’라는 타이틀을 붙이는 것이다. 마케팅 부서 안에서 디지털 마케팅을 담당하는 경우 헤드 오브 디지털 마케팅(Head of Digital Marketing)이 된다. 그런데 디지털 마케팅 안에 온라인 광고 담당과 소셜 미디어 담당이 각각 한 명씩 있는데도 각자 헤드 타이틀을 붙이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손발이 없는데 머리(헤드)만 있네요” 혹은 “모든 직원이 다 헤드가 되겠네요”라는 다소 냉소적인 반응도 있다.
직원들이 헤드라는 타이틀을 원하는 경우가 많아 사기진작 차원의 목적도 있지만 어떤 기업은 해당 직원이 책임감을 갖고 큰 그림으로 성장해 나갈 수 있도록 이런 방식을 장려하기도 한다. 주니어 직원이라는 이유로 맞물린 톱니바퀴의 일부처럼 주어진 좁은 일만 하지 말고 비록 한 명 뿐이지만 그 업무에 대해서는 시니어 팀장처럼 넓게 생각하고 당당하게 그 역할을 하라는 취지다. 조직에서도 그런 책임감을 가질 수 있도록 판단권을 주고 존중해 줄 필요가 있다. 그것이 실제 하나의 부서인지 아닌지는 조직 구조 형식의 문제이고 헤드는 개인에게 붙는 타이틀인 것이다.
내가 지금 일하고 있는 곳은 전체 직원이 열댓 명 남짓이다 보니 정말로 각자 헤드가 될 수밖에 없다. 기획, 상품개발, 마케팅, IT, 현장 행사 진행, 고객관리 같은 업무를 여러 명이 나눠서 할 처지가 안되고 오히려 한 명이 여러 기능을 담당해야 한다. 직장 경력이 불과 2, 3년 내외의 젊은 직원이 가을 시즌 프로모션을 기획하고 관련 입점 업체와 소통하고 광고 디자인 작업을 하고 캠페인을 집행하고 결과를 분석한다. 큰 직장에서 천천히 하나씩 배우는 것도 장점이 있지만 젊을 때부터 작은 기업에서 넓은 범위의 일을 하면서 성장하는 것도 매력이 있다.
■최기훈 이사 = 서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하나은행, 미래에셋증권, 피델리티자산운용,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SC제일은행 등 금융권에서 30여 년을 근무하고 지금은 국내 최대 체험학습 플랫폼 아자스쿨에서 최고전략책임자(CSO)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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