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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르치기 두려운 학교, 무고·악성민원 부추기는 법 개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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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하영 기자I 2025.06.07 07:10:44

강주호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 인터뷰[교육in]
“현행법, 생활지도·훈육마저 정서 학대로 몰아가”
“변호사도 모르는 정서적 학대 기준 구체화해야”
“민원·무고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교사 보호를”

[이데일리 신하영 기자] “지금의 법은 교사의 지도와 훈육마저 정서적 학대로 몰아간다. 교사가 가르치기 두려운 학교가 돼 버렸다.”

강주호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사진=이영훈 기자)
강주호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회장은 6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토로했다. 학생을 가르쳐야 할 교사가 악성 민원·무고 탓에 훈육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는 호소다.

현행 아동복지법 17조 5항은 ‘아동의 정신건강 및 발달에 해를 끼치는 정서적 학대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문제는 무엇이 ‘정서적 학대’에 해당하는지 기준이 모호하다는 점이다. 강 회장은 “어디까지가 정서적 학대인지 변호사조차 알 수 없다고 한다”며 “그러니 무고성 아동학대 신고가 남발되며 교원들이 고통받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교총에 따르면 지난 4월에는 부산의 한 초등학교에서 학생에게 폭행당한 교사가 되려 아동학대로 신고당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강 회장은 이런 일이 정서적 학대 기준이 구체적이지 않은 점을 악용한 사례라고 지적했다. 그는 “아동학대처벌법, 아동복지법, 학교폭력예방법, 학생인권조례 등 법령이 악성 민원인들에게 오히려 무기가 됐지만 교사는 맨몸”이라고 강조했다.

교육부는 2023년 서초구 초등교사 사망 사건 이후 학생 생활지도 고시를 개정하고, 국회에선 교권 보호 5법이 통과됐지만 현장에선 이를 체감하지 못한다는 교사가 약 80%에 달한다. 교육부 조사 결과 작년 한 해에만 교권보호위원회 심의 건수가 4234건이나 됐다. 이런 이유로 교총이 지난 대선을 앞두고 유초중고 교사 5591명을 설문한 결과 차기 대통령이 우선 추진할 교육정책으로 ‘교권 보호’를 1순위로 꼽았다.

강 회장은 “먼저 아동복지법을 개정해 모호하고 포괄적인 정서학대 조항을 명료화해야 한다”며 “교사들은 무고성 아동학대 신고를 견디다 못해 죽음으로 내몰리고 있다”고 토로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아동학대 조사 시 교육감 의견 반영이 의무화된 2023년 9월 이후에도 올해 2월까지 교사 대상 아동학대 신고 건수는 1065건, 하루 2건 이상이나 된다. 강 회장은 “모호한 정서학대 조항을 고치지 않는다면 지금의 악몽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며 법 개정을 촉구했다.

이재명 대통령도 대선 공약으로 △교권 침해 관련 법령의 실효성 강화 및 학교 현장 안착 지원 △과도한 민원에 대한 교육활동 보호 강화 △교사 정치활동 보장 등을 제시했다. 하지만 강 회장은 “제주 교사 사망 사건 등 끝없이 추락한 교권을 회복하는 데는 부족하다”며 “교사를 지켜야 학교가 살고 그래야 학생을 제대로 가르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교사가 교실에서 소신을 갖고 열정으로 가르칠 수 없다면 그 어떤 원대한 공약도 공염불”이라고 덧붙였다.

교사를 악성 민원으로부터 보호해야 한다는 얘기다. 최근에는 제주 모 중학교 교사가 학생 가족으로부터 민원 전화에 시달리다 극단 선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강 회장은 “교사가 직접 악성 민원에 노출되지 않도록 제도를 마련하고 교육부가 약속한 학교 온라인 민원 시스템 구축을 서둘러야 한다”며 “지금처럼 학교 여건은 무시한 채 알아서 하라는 식으로 설치만 종용한 학교 민원 대응팀이 제대로 작동하는지도 살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무고성 아동학대 신고나 악성 민원 제기자에 대한 처벌 강화도 요청했다. 강 회장은 “교원은 악성 민원과 아동학대 신고를 받으면 일상이 무너진다”며 “반면 악성 민원 제기자는 실효성 없는 사과나 재발 방지 서약 처분만 받고 있어 아니면 말고 식의 민원이 지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교사와 행정업무를 분리해달라는 당부도 제기했다. 강 회장은 “한국교육개발원의 2022년 연구에 따르면 교사의 주당 행정업무 시간은 7.23시간이나 된다”며 “주5일 중 하루를 행정업무에 쓰면서 학생 수업, 생활지도, 상담 등에 할애할 시간을 빼앗기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인적 자원뿐인 우리의 국가경쟁력은 결국 교육이 바탕”이라며 “교사를 지키고 학교를 살리는 것이 국운을 좌우한다는 인식을 갖고 국정을 운영해 달라”고 새 정부에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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