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로 美인플레 불가피…“가구당 年120만원 간접세”

[이데일리 김윤지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4일(현지시간)부터 캐나다·멕시코·중국을 상대로 보편 관세를 각각 부과하기로 한 가운데 그 여파로 미국인 또한 타격을 입을 것이란 연구가 나왔다. 미국 정부가 과한 관세 자체는 미국 내 수입업자가 지불하나 실질적인 부담은 소비자에게 전가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 美가계 부담 늘고 GDP도 뚝↓

1일 비영리 싱크탱크 택스파운데이션의 ‘트럼프 무역 전쟁의 경제적 영향 추적’ 연구에 따르면 미국이 캐나다와 멕시코에 25%, 중국에 10%의 관세를 각각 부과할 경우 2025년부터 2034년까지 10년 동안 미국의 생산량이 0.4% 줄어들고 세금은 1조 2000억달러(약 1750조원) 증가할 것으로 추산됐다. 이를 가구당으로 환산하면 2025년 한 해 동안 미국 가구당 증세 규모는 평균 830달러(약 121만원)에 달했다.

멕시코 한 시장에서 판매되는 아보카도.(사진=AFP)

해당 기관은 트럼프 집권 1기 시절인 2018~2019년 도입된 관세, 조 바이든 이전 행정부의 중국산 반도체 등에 대한 추가 관세 인상 등이 인플레이션을 초래하고 생산량을 축소시키며 고용을 감소시키는 등 미국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관세 정책이 미국 가계와 경제에 악영향을 줄 것이란 연구는 이뿐만이 아니다. 이는 관세 정책으로 인해 무역적자 해소, 재정수입 증가 등 긍정적인 효과를 장담하는 ‘관세맨’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과 상반된다.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는 최근 보고서에서 멕시코·캐나다에 25% 관세 부과 시 트럼프 2기 행정부 4년 동안 미국의 국내총생산(GDP)이 2000억달러(약 290조원) 감소하고, 미국의 성장률은 2026∼2029년 매년 0.2%포인트가량 쪼그라들 것으로 추산했다. 올해 인플레이션 또한 0.43%포인트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여기에 미국이 중국에 10% 추가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 또한 같은 방식으로 대응한다면 향후 4년 동안 미국 GDP는 550억달러(약 80조원) 감소하고, 올해 인플레이션은 0.2%포인트 높아질 것으로 예상됐다.

◇ 당장 식료품 값부터…美단체들 철회 촉구

이번 관세 부과로 미국 소비자가 가장 먼저 체감할 수 있는 인플레이션은 식료품이 될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짚었다. 캐나다와 멕시코는 미국에서 소비되는 농산물의 주요 공급국이다. 캐나다는 미국 국경 근처 거대한 온실에서 강낭콩, 방울 토마토 등을 재배해 미국으로 수출한다. 미국 내 아보카도의 80% 이상이 멕시코산이다.

에드 그레서 미국 진보정책연구소 국장은 “멕시코는 미국 신선 농산물 수입의 약 절반을 공급한다”면서 “겨울철에는 특히 중요한 공급처”라고 말했다.

일부 품목은 국내산 대체품이 존재하나 수입 가격 상승은 국내 공급자들도 가격을 인상하도록 부추길 수 있다고 WSJ는 내다봤다.

이에 미국 내에서도 관세 정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85만 노동자를 대변하는 전미철강노조(USW)는 이날 성명을 내고 “캐나다와 같은 주요 동맹국을 공격하는 것은 앞으로 나아가는 길이 아니”라면서 “이러한 관세는 캐나다에만 피해를 주는 게 아니라 양국의 산업 안정성을 위협한다”고 주장했다.

미국 석유화학업계 단체(AFPM) 또한 성명에서 “우리는 북미 이웃 국가들과 신속히 해결책을 마련해 소비자들이 그 영향을 느끼기 전에 원유, 정제 및 석유화학 제품이 관세 일정에서 제외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이밖에도 자동차, 식품산업 관련 단체들이 경쟁력 제고, 소비자 접근권 등을 이유로 관세 정책 철회를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