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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현지 시간) 독일 베를린 라이니켄도르프 소재에 위치한 청년고용청(Jugendberufsagentur)에서 만난 안드레아 프로이세 진로상담팀장과 카트야 뵐비어 전환관리 팀장은 Z세대에 대해 “대학 진학, 직업교육, 취업 등 수많은 선택지 속에서 미래와 생존을 고민하는 세대”라고 정의했다.
독일 청년고용청은 청년을 위한 ‘진로 네비게이션 센터’로 복잡한 독일 행정시스템을 하나의 창구로 통합해 7학년(만 12~13세) 이상의 모든 학생에게 진로 상담을 제공, 청년들이 노동시장으로 원활히 진입할 수 있도록 돕는 기관이다. 정부가 학교와 기관, 기업, 노동조합 간의 유기적이면서도 강력한 협력을 통해 실업률을 관리한 결과 독일의 청년실업률은 2005년 15.5%에서 지난해 6.8%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는 같은 기간 EU 평균 청년실업률 14.8% 대비로도 월등히 낮은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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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프로이세 팀장은 진로 현장에서 만나는 Z세대들에게 이 같은 수치는 무의미하다고 지적했다. 독일은 5~6세부터 초등교육이 시작되고 약 11~12년간 교육을 받은 후 16세 전후로 대학 진학 또는 직업교육의 길을 선택하게 되는데 젊은 세대들은 단순히 직업이 아니라 안전성과 유연성 등을 모두 갖춘 삶을 원하지만 기존 시스템은 ‘열심히 일하던 과거 세대’ 기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그는 대표적인 시스템으로 ‘아우스빌둥’을 꼽았다.
그는 “일반적으로 3년간 이론과 실무를 병행하며 청년들이 실무 기술을 익힐 수 있도록 돕고 일자리를 제공하는 아우스빌둥 시스템이 청년실업률을 획기적으로 낮추는 데 기여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정작 요즘 청년들 사이에선 ‘낡았다’,‘작은 회사에서 반복 업무만 시킨다’는 인식이 강하게 형성돼 있다”며 “실제로 소규모 기업들의 직업훈련 자리 상당수가 미충원 상태로 제도 전반의 이미지 전환이 과제로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독일상공회의소(DIHK)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지역상공회의소(IHK) 소속 훈련기업의 약 50%가 견습 자리를 채울 수 없었다. 이에 따라 약 7만개의 훈련 자리가 공석으로 남았다. 젊은 청년들이 소매업, 수공업, 접객업 등을 기피하면서 훈련생 수 감소 추세는 가속화하고 있다.
아우스빌둥이 제공하는 수많은 선택지가 청년들의 진로 선택을 오히려 어렵게 한다는 지적도 있다. 독일 직업훈련법에 따라 청년들의 훈련계약 등록, 훈련기업의 적합성 평가, 기업 내 훈련의 질 보장 등을 관리하는 지역상공회의소(IHK)는 매년 200개 이상의 공인 직업에서 약 30만건 이상의 시험을 관리한다.
뵐비어 팀장은 “하루가 다르게 격변하는 시대에 16세란 나이는 자신의 선택하기에는 그 시기 인생의 중요한 선택을 해야 한다는 게 아우스빌둥의 구조적 문제 중 하나”라며 “좋은 가정에서 자라서 인문계 고등학교인 ‘김나지움’에 진학하는 아이들의 경우 많은 도움이 필요하지 않지만 베를린 지역은 독일에서도 빈곤율과 이민 비율이 높은 도시로 조기교육, 부모의 노동 경험, 언어 격차 등은 청년의 자기효능감을 갉아먹는다”고 말했다.
성공한 시스템, 개별 맞춤형 지원으로 모든 인재 풀 활용
이에 독일은 노동시장과 밀접하게 연결된 아우스빌둥이 직면한 현실적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대안을 찾고 있다. DIHK는 젊은이들에게는 기대치를 높이고 훈련 프로그램의 중도 탈락률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되는 고품질의 개인화된 진로 안내가 제공하기 위한 대안 마련에 고심 중이다. 청년들 사이에서 육체 노동을 기피하는 현상이 심화하고 있지만 아우스빌둥 자체가 직업 세계에 대한 조기 통찰력을 높이고 실무 기술 습득을 통해 노동시장으로의 직접적인 전환을 이끈 성공한 모델이란 점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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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들에게 다양한 선택지에 대한 실질적 경험을 제공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키스 책임자는 “직업훈련에 진입하는 특히 효과적이고 검증된 방법 중 하나는 IHK에서 인증하는 ‘진입 자격(Einstiegsqualifizierung)’으로 전통적인 견습에 완전히 준비되지 않은 젊은이들이 공식적인 훈련 직업에서 경험을 쌓고 회사에서 4~12개월 동안 실제 업무 경험을 얻는데 이들 중 많은 수가 이후 해당 기업의 완전한 견습생으로 간다”며 “고성취 졸업생부터 초기 도전에 직면하거나 이민 배경을 가진 젊은이들까지 사용 가능한 모든 인재 풀을 활용할 수 있도록 전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인구 변화와 학문적 연구에 대한 선호도 증가로 충분한 지원자를 유치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도 적극적으로 조기 진로 안내 제공에 참여하고 있다. 가장 효과적인 도구 중 하나는 ‘훈련 홍보대사’ 프로그램으로, IHK에서 훈련받은 실제 견습생들은 전국적 네트워크를 통해 학교를 방문해 직업훈련에 대한 개인적인 경험과 성공적인 진로 전략을 공유한다.
키스 책임자는 “성공적인 직업훈련은 학교에서 시작되는 만큼 학교에서 의무적이고 균형 잡힌 진로교육 프로그램을 실시해야만 전국의 졸업생들이 확실한 정보에 입각한 개별적인 진로 선택을 할 수 있다”며 “김나지움도 학문적 경로에만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직업훈련이 제공하는 광범위한 기회를 강조하는 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국을 비롯해 전 세계가 독일의 아우스빌둥 모델을 벤치마킹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키스 책임자는 신중한 접근을 당부했다. 수 세기에 걸쳐 진화한 독일의 제도를 단순히 모방하기 보다 문화적, 경제적, 교육적 차이를 고려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독일의 성공 경험은 모든 이해관계자들 간의 긴밀한 협력이 주효했다”며 “정부는 고용주 협회와 노동조합의 구속력 있는 참여를 보장해야 하고 학교, 직업 기관, 기업들은 일정 조정, 프로젝트 협력, 인턴십 제공을 통해 긴밀하고 일관되게 협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직업훈련 프로그램이 시작되기 전에 일반교육 학교와 기업 간에 공식적인 파트너십이 구축이 중요한데 단기적인 인턴십을 넘어서 학교와 기업 간의 지속 가능한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장기적인 협력을 촉진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덧붙였다.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통역 도움=김주혜 통역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