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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유치 지연에 아사 직전”…벤처업계 체감경기도, 투자도 ‘꽁꽁’

김경은 기자I 2025.04.06 17:24:24

대내외 불확실성 심화…벤처 혹한기 길어지나
1분기 벤처기업 경기지수 역대 최저치 찍어
투자도 주춤…1분기 투자 전년비 24% 감소
작년 벤처투자 반등했지만 올들어 악재에 ‘흔들’
탄핵 인용에 심리 회복될까…업계 “안갯속”

[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인공지능(AI) 기반 의료 벤처기업 A사는 투자유치 지연으로 사업에 차질을 빚고 있다. 지난해 말 투자를 약속했던 벤처캐피털(VC)들이 시장 악화를 이유로 집행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어서다. 대내외 경제 불확실성 심화로 올해 전망도 밝지 않은 만큼 A사는 기업가치를 줄여 투자받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A사 대표는 “2022년 ‘시리즈B’ 투자 유치당시 기업가치는 750억원이었다”며 “작년 하반기에 기업가치를 1500억원으로 평가하며 시리즈C 투자를 하겠다고 하더니 지금은 650억~750억원을 얘기한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지난 2~3년간 매출이 늘었는데 기업가치가 거꾸로 가는 게 말이 되느냐”며 “올해 해외진출을 위한 밑작업을 해놓은 터라 투자금이 시급한데 아사 직전까지 몰고 가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벤처·스타트업계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대내외 환경이 급변하면서 벤처기업의 체감경기는 역대 최저치로 떨어졌다. 지난해 반등했던 벤처투자액도 줄어들면서 업계에선 보릿고개가 길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올해 1분기 벤처투자 동향. (자료=더브이씨)
◇1분기 벤처 경기지수·투자 모두 감소세

6일 벤처기업협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벤처기업 경기실사지수(BSI)는 78.6으로 전분기 대비 6.4포인트 낮아지면서 3분기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벤처기업 경기실적지수가 80 미만을 기록한 건 조사 이래 처음이다.

벤처기업 체감경기 악화는 경기 침체에 따른 자금흐름 경색으로 풀이된다. 지난 1분기 경기실적이 악화했다고 응답한 기업은 ‘내수판매 부진(81.1%)’을 주요 요인으로 지목했다. ‘자금 사정 어려움’ 응답도 전분기 대비 12.7%포인트 상승한 56.1%로 집계됐다.

올해 1분기 벤처투자 역시 부진했다.

벤처투자 플랫폼 ‘더브이씨’ 집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 스타트업·중소기업 대상 투자 건수는 총 243건으로 전년동기대비 24% 감소했다. 같은 기간 투자 금액 역시 4% 감소한 1조 2363억원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투자액이 급증했던 AI 기업들마저 올해는 고전하고 있다. 올해 1분기 국내 AI 스타트업·중소기업 대상 투자 건수는 41건, 투자 금액은 1949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각각 39%, 37% 감소했다.

◇전망도 안갯속…“코스닥 전용 펀드 필요”

지난해 벤처투자액이 반등했던 터라 올해 시장 위축에 대한 업계의 아쉬움은 더욱 크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지난해 벤처투자액은 11조 9457억원으로 전년 대비 9.5% 증가했다. 벤처투자액이 늘어난 건 2021년 이후 3년 만에 처음이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출범 등 각종 악재가 시장을 얼어붙게 만들었다. 올해 초 이데일리가 국내 주요 VC·액셀러레이터(AC) 및 벤처·스타트업 협회 및 단체 20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응답자의 75%가 ‘올해 벤처투자시장이 작년보다 안 좋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각에서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 인용으로 투자심리가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지만 전망은 안갯속이다. 증시가 반등해야 벤처투자 회수가 수월해지고 시장도 활성화될 수 있는데 미국의 관세 부과 등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이 증시를 짓누르고 있어서다.

김학균 한국벤처캐피탈협회장은 “미국에서 많은 변화를 꾀하는 등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이 짙어 올해를 잘 넘겨야 한다”며 “현재 벤처투자 시장은 회수가 안 되는 것이 가장 문제다. 차기 정부에서는 코스닥 전용 펀드를 만들어 유동성을 공급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벤처기업 경기실적지수(BSI) 추이. (사진=벤처기업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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