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사 대표는 “2022년 ‘시리즈B’ 투자 유치당시 기업가치는 750억원이었다”며 “작년 하반기에 기업가치를 1500억원으로 평가하며 시리즈C 투자를 하겠다고 하더니 지금은 650억~750억원을 얘기한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지난 2~3년간 매출이 늘었는데 기업가치가 거꾸로 가는 게 말이 되느냐”며 “올해 해외진출을 위한 밑작업을 해놓은 터라 투자금이 시급한데 아사 직전까지 몰고 가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벤처·스타트업계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대내외 환경이 급변하면서 벤처기업의 체감경기는 역대 최저치로 떨어졌다. 지난해 반등했던 벤처투자액도 줄어들면서 업계에선 보릿고개가 길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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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벤처기업협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벤처기업 경기실사지수(BSI)는 78.6으로 전분기 대비 6.4포인트 낮아지면서 3분기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벤처기업 경기실적지수가 80 미만을 기록한 건 조사 이래 처음이다.
벤처기업 체감경기 악화는 경기 침체에 따른 자금흐름 경색으로 풀이된다. 지난 1분기 경기실적이 악화했다고 응답한 기업은 ‘내수판매 부진(81.1%)’을 주요 요인으로 지목했다. ‘자금 사정 어려움’ 응답도 전분기 대비 12.7%포인트 상승한 56.1%로 집계됐다.
올해 1분기 벤처투자 역시 부진했다.
벤처투자 플랫폼 ‘더브이씨’ 집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 스타트업·중소기업 대상 투자 건수는 총 243건으로 전년동기대비 24% 감소했다. 같은 기간 투자 금액 역시 4% 감소한 1조 2363억원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투자액이 급증했던 AI 기업들마저 올해는 고전하고 있다. 올해 1분기 국내 AI 스타트업·중소기업 대상 투자 건수는 41건, 투자 금액은 1949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각각 39%, 37% 감소했다.
◇전망도 안갯속…“코스닥 전용 펀드 필요”
지난해 벤처투자액이 반등했던 터라 올해 시장 위축에 대한 업계의 아쉬움은 더욱 크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지난해 벤처투자액은 11조 9457억원으로 전년 대비 9.5% 증가했다. 벤처투자액이 늘어난 건 2021년 이후 3년 만에 처음이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출범 등 각종 악재가 시장을 얼어붙게 만들었다. 올해 초 이데일리가 국내 주요 VC·액셀러레이터(AC) 및 벤처·스타트업 협회 및 단체 20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응답자의 75%가 ‘올해 벤처투자시장이 작년보다 안 좋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각에서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 인용으로 투자심리가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지만 전망은 안갯속이다. 증시가 반등해야 벤처투자 회수가 수월해지고 시장도 활성화될 수 있는데 미국의 관세 부과 등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이 증시를 짓누르고 있어서다.
김학균 한국벤처캐피탈협회장은 “미국에서 많은 변화를 꾀하는 등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이 짙어 올해를 잘 넘겨야 한다”며 “현재 벤처투자 시장은 회수가 안 되는 것이 가장 문제다. 차기 정부에서는 코스닥 전용 펀드를 만들어 유동성을 공급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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