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이터는 이날 세 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행정부가 오는 5월 15일부터 발효될 ‘인공지능 확산에 대한 임시 최종규칙’(Framework for Artificial Intelligence Diffusion)에서 티어 기반 접근을 폐기하고 정부간 협정에 기반한 글로벌 라이선스 체제로 대체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1월 발표된 이 규정은 전세계 대부분 국가를 티어1, 티어2, 티어3으로 구분해 수출할 수 있는 AI칩 개수를 차등화했다. 미국과 한국, 일본 등 동맹국 등 17개국과 대만이 속한 티어1 그룹은 AI칩 수출에 제한이 없다. 반면 티어3에 속한 중국, 러시아, 마카오, 캄보디아, 벨라루스, 이란, 북한 등 20개국에는 기본적으로 AI칩 수출이 금지된다. 티어2 국가는 일련의 보안 및 인권 기준을 동의해야 수출제한을 풀어줬다. 티어2에 속한 국가는 인도 등 동남아시아국가와 스위스, 오스트리아 등 120개국이 포함된다.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상무장관을 윌버 로스는 “티어 구분을 없애야 한다는 목소리가 일부 있다”며 “아직 작업이 진행 중이며 정부간 협상은 대안 중 하나”라고 밝혔다. 한 소식통은 규정 변경이 향후 다른 나라와의 무역협상의 지렛대(레버리지)로 활용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지난 3월 한 컨퍼런스에서 수출 통제조항을 무역협상에 포함하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엔비디아 칩의 라이선스 예외 적용을 낮추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현행 규정 하에서는 엔비디아의 고성능 H100 칩 약 1700개에 해당하는 주문 이하의 경우, 국가별 칩 수량 제한에 포함되지 않으며, 주문에 대해 정부에 통보만 하면 되고 별도의 라이선스는 필요하지 않다. 한 소식통은 적용기준을 엔비디아 H100 500개 상당 이하의 주문으로 낮추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오라클의 부사장이나 현 규정에 비판적인 켄 그루엑은 이스라엘과 예멘이 둘 다 2티어에 속해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티어 구분이 합리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다시 검토하는 것은 놀랄만한 일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엔비디아와 오라클 등의 회사는 미국의 기술 산업에 치명적일 수 있다며 반발한 바 있다. 외국 고객이 미국 제품을 구매할 수 없거나 관련 보안 요구 사항이 너무 까다로울 경우, 다수의 국가들이 화웨이 등 중국 기업 제품으로 고객이 옮겨갈 것이란 주장이다. 일부 미국 의원들도 이에 동의해 최근 공화당 상원의원 7명을 러트닉 장관에게 서한을 보내 해당 규정 철회를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