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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둘기에 새총쏘고 목비틀어…“유해조수 논란”[댕냥구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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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애 기자I 2025.05.24 08:51:28

구일역 청소직원, 비둘기 2마리 목 비틀어 쓰레기통 투기
과거 ‘제기차기’하며 고통스러워 하는 비둘기 보고 웃기도
“엄연한 동물보호법 위반…동물학대 행위”
불임먹이 등 생명존중 가치 속에서 해결방안 찾아야

[이데일리 박지애 기자] 지난 7일 출근 인파가 몰리는 오전 8시 40분 구일역에 비둘기 2마리가 들어왔습니다.

비둘기를 향해 한 사람이 새총을 쐈고, 피를 흘리며 쓰러진 비둘기 2마리는 피를 흘리며 눈만 껌뻑인 채 쓰러져 있었습니다.

잠시 뒤 새총을 쏜 사람은 아직 숨통이 붙어 있던 비둘기의 목을 비틀어 생명줄을 끊고 쓰레기통에 투기했습니다.

구일역에서 새총을 맞고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는 비둘기 모습. 아직 살아 있는 상태지만 구일역 청소직원은 바로 목을 비틀어 쓰레기통에 투하했다.(사진=동물자유연대)
도심 속 비둘기는 이제 더이상 평화의 상징이 아닙니다. 공원과 골목거리, 주차장과 아파트 단지 곳곳에서 쉽게 마주치는 비둘기는 차량 오염, 위생 문제, 미관 훼손 등 다양한 민원을 야기하며 ‘유해조수’라는 낙인이 찍힌 지 오래입니다.

시민들의 부정적 인식이 확산하는 가운데, 최근에는 비둘기를 대상으로 한 잔혹한 학대와 살해 사건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구일역 비둘기 새총 살해 사건’의 목격자들은 “구일역 직원용 목걸이를 착용한 남성이 새총을 이용해 비둘기를 조준한 뒤 주저 없이 아직 살아 있는 비둘기의 목을 비틀어 죽인 뒤 사체를 쓰레기통에 유기했다”고 전했습니다.

이 모든 상황을 지하철을 이용하기 위해 기다리던 다수의 시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벌어졌으며, 학대범은 이후 수건을 들고 현장에 다시 나타나 바닥에 묻은 혈흔을 닦고 현장을 떠났다고 합니다.

구일역에서 새총을 맞고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는 비둘기 모습. 아직 살아 있는 상태지만 구일역 청소직원은 바로 목을 비틀어 쓰레기통에 투하했다.(사진=동물자유연대)
동물보호단체 동물자유연대는 이 사건과 관련해 지난 9일 관할 경찰서에 고발장을 제출했고 구일역을 찾아 역사무실과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역사무실 측은 “학대범은 용역업체를 통해 고용된 청소 직원으로, 사건 당일 역사 측에서도 CCTV를 통해 학대 행위를 인지하고 구두 경고 조치를 취했다”고 전했다고 합니다.

해당 사건은 서울지방철도특별사법경찰대로 이송될 예정입니다.

◇‘비둘기 제가차기’ 사건…용의자 특정했으나 ‘수사 중지’

비둘기 학대 사건은 처음이 아닙니다.

앞서 2022년 10월에는 비둘기를 발로 차고, 그 과정을 영상으로 촬영해 SNS에 업로드 한 또 다른 엽기적인 학대사건이 있었습니다.

관련해 제보를 받은 동물자유연대는 그 즉시 확보한 증거를 토대로 서울 성동 경찰서에 고발장을 접수했고, 사건은 영상 게시자의 거주 지역인 충북 진천 경찰서로 이송됐습니다.

그리고 지난해 9월, 동물자유연대는 담당 수사관을 통해 영상을 게시한 자가 특정되었고, 조사를 위해 출석을 요구하는 상황임을 공유 받았습니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충북 진천 경찰서로부터 ‘수사 중지’를 결정했다는 한 통의 통지서를 받았습니다. 전화와 우편을 이용해 피의자에게 출석을 요구했으나 불응하고 연락 두절이 되는 등 피의자의 소재가 불명해 수사중지를 결정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지난 2022년 10월 비둘기로 제기차기를 하는 남성의 모습. 해당 영상은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게재 됐다. (사진=동물자유연대)
동물자유연대는 “영상에서는 건장한 체격의 남성이 비둘기에게 거센 발길질을 가했고, ‘퍽’ 소리가 날 정도로 세게 차인 비둘기는 고통스러움에 버둥거렸다”며 “동시에 영상을 촬영하는 남성의 웃음소리가 들렸고, ‘제기차기’라는 자막까지 달려 있었다”고 말합니다.

◇‘유해조수’ 비둘기, 학대하면 처벌받나요?

작고 흔히 보이는 생명인 비둘기를 학대하는 것은 처벌대상이 될까요?

특정 동물이 야생생물법 상 ‘유해야생동물’로 지정되어 있을지라도, 별도의 허가를 받지 않은 자가 해당 동물에게 고통을 주거나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는 엄연한 불법 행위이며 처벌 대상입니다.

이형주 동물복지문제연구소 대표 “유해조수라도 죽이거나 상해를 입히는 등 동물학대를 하면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며 “또 포획도 야생생물법에 의거해 지자체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동물자유연대는 “해당 사건을 통해 유해야생동물에 대한 편견과 폭력적인 대응 방식에 경각심을 일으키고, 이들의 생명권 또한 존중받아야 함을 알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습니다”는 입장입니다.

◇생명존중 가치 하에 비둘기 문제 논의해야

1980년대 이후 스포츠 행사(아시안게임, 올림픽 등)에서 대량으로 비둘기를 방생한 이후 우리 도심내 비둘이 개체수는 급증하게 됐습니다. 특히 이때 유입된 집비둘기는 유럽 원산의 외래종으로, 우리나라 토종 비둘기(양비둘기)와 경쟁하며 도시 생태계에 자리 잡았습니다.

집비둘기는 연간 2~6회까지 번식할 수 있고, 한 번에 1~2개의 알을 낳아 약 18일 만에 부화합니다. 새끼는 4~6주 만에 독립할 수 있어 번식 주기가 매우 빠릅니다. 먹이가 풍부하면 번식 횟수와 성공률이 더욱 높아집니다.

이후 도심 속 비둘기 문제는 위생, 소음, 건물 훼손 등 다양한 사회적 불편을 유발하고 있습니다. 비둘기 문제와 관련해선 학대가 아닌 생명존중의 가치 아래 인도적이며 지속가능한 대안이 요구되는 상황입니다.

우선 전문가들은 도심 속 비둘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먹이주기’에 대한 조절이 필요하다고 조언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비둘기용 피임 사료(OvoControl 등)를 활용해 번식률을 조절하는 방법도 연구되고 있습니다.

해외의 경우 비둘기가 선호하지 않는 재질이나 구조로 건축물을 설계하고, 휴식 및 번식이 어려운 환경을 조성을 하기도 합니다.

이 대표는 “인간이 개입해서 먹이를 줘서 개체수가 과도하게 증가하고 서식밀도가 높아지는 것은 생태계뿐 아니라 비둘기에게도 좋지 않기 때문에 지양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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