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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지 2명중 1명..결혼 안 해도 아이는 "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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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치영 기자I 2025.06.10 06:00:00

■특별기획 ''글로벌 젠지(GenZ) 리포트'' ⑤
이데일리 ''2025 젠지 인식조사를 위한 설문''
女 "결혼 좋다" 18%뿐..男 절반
저출생 대응책도 남녀시각차 커
女 "일·가정 양립" 男 "경제 지원"

[이데일리 안치영 기자] 인천에서 프로그래밍 학원에 다니는 김여정씨(22)는 결혼을 진지하게 고려할 시간적 여유가 없다. 패스트푸드점 아르바이트와 학원 수강을 병행하면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기 때문이다. 하루빨리 취업하겠다는 생각밖에 없는 그녀에게 결혼은 아직 먼 얘기고 크게 관심이 있지도 않다. 다만 길가에서 아이를 바라보면 문득 ‘나도 아이를 키우고 싶다’는 생각이 스쳐 지나간다. 결혼에 대한 낭만은 이미 접은 지 오래지만 아이를 키우고 싶다는 바람은 여전히 남아 있다. 물론 내 라이프스타일을 유지하면서 육아를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전제가 깔렸다.

(이미지=코파일럿)
단념하는 男 시큰둥한 女

9일 이데일리의 ‘2025 젠지 인식조사를 위한 설문’ 결과에 따르면 젊은 젠지세대 사이에선 결혼 이후 출산·육아로 이어지는 전통적인 관념이 점차 희미해졌다. 결혼이 더는 필수가 아니라는 인식은 이미 보편화했다. 젊은 젠지세대 2명 중 1명은 결혼하지 않아도 아이를 낳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법적으로 결혼하지 않고 아이를 낳은 것에 대해 54.2%가 ‘가능하다’고 답변했다. 결혼 여부는 아이를 낳는데 중요하다는 답변은 37.3%였으며 결혼하지 않은 사람은 절대 아이를 낳으면 안 된다는 경우는 8.5%에 불과했다. 특히 여성의 약 58.5%가 결혼 여부와 상관없이 아이를 낳을 수 있다고 응답했다. 같은 물음에 남성은 42%가 그렇다고 답변했으며 남성 중 46.8%는 ‘결혼 여부는 아이를 낳는데 중요한 변수’라고 답했다.

그간 국내 기성세대는 비혼 출산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실제로 통계청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 비혼 출산율은 2023년 4.7%다. 이마저도 2018년 2.2%에서 두 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그럼에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비혼 출산율(2022년 기준 41%)에 견주면 현저히 낮다. 비혼 출산율이 낮은 이유는 관련 제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점과 함께 부정적인 사회적 인식 때문이기도 하다.

수도권 대학교 인문학부에 재학 중인 고유리씨(24)는 주변에선 자꾸 취업과 결혼을 언급해 마음이 어지럽기만 하다. 특히 먹고 살기 위해 반드시 해야 하는 취업은 이해가 되는데 결혼 압박은 정말 이해가 안 간다고 한다. 고 씨는 “결혼·출산이 의무도 아닌데 저출산이라며 이를 적극적으로 조장하는 사회적 분위기에 반감을 느끼고 있다면서 사회가 나라는 존재를 인격체가 아닌 물건으로 보는 것 같아 불쾌하다”고 말했다.

(그래픽=이미나 기자)
그에게 있어 결혼과 육아는 강요받지 않고 자연스럽게 이뤄져야 하는 내 삶의 일부분이자 선택 사항 중 하나다. 흔히 독박 육아라고 불리는, 나 혼자서 애만 바라보며 사는 인생이 덜컥 겁이 난다. 아직 직장 생활을 못해본 그이지만, 애를 낳으면 내 삶을 선택할 수 없이 끌려가는 느낌이 싫다.

반면 고 모씨의 한 살 터울 오빠는 좀 다른 생각이다. 대전에서 미용학원에 다니고 있는 고근호 씨(25, 남, 가명)는 연애와 결혼을 남자의 능력이라고 판단한다. 실제로 그는 또래 남자들과 ‘연애 못하면 루저’라는 인식을 같이 한다. 이들은 연애든 결혼이든 육아든 결국 돈이 문제라고 보며 ‘경제력이 있다는 것은 곧 연애와 결혼, 육아를 선택할 수 있는 능력자’라고 생각한다.

다만 이는 여성들과 결이 다르다는 것도 공감한다. 그는 “결혼과 육아는 아직 여성에게 희생이라는 느낌이 강한데 또래 여성이 아직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는 점을 종종 느낀다”고 설명했다.

결혼·육아가 어려운 이유

젠지 세대의 남성과 여성은 결혼과 육아에 대해 갖는 생각이 조금씩 다르다. 여성은 ‘결혼과 육아를 반드시 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로 풀이되지만 남성은 ‘결혼과 육아를 하고 싶다고 다 할 수 있는 건 아닌 듯하다’는 분위기가 컸다.

남성의 33.8%는 결혼하는 것이 좋다고 답했지만 여성은 18%에 불과했다. 결혼을 의무로 생각하는 비율은 남성이 10%인데 반해 여성은 2.7%에 불과했다. 한국의 청년 세대가 결혼을 망설이거나 하지 않는 가장 중요한 이유에 대해서도 여성의 23.3%가 결혼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서라고 답했다. 같은 대답을 한 남성이 10.4%에 불과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두 배 이상 많은 비율이다.

이와 같은 흐름은 육아에 대한 생각으로 이어진다. 아이를 낳아 기를 때 가장 걱정되는 점은 46.1%가 경제적 부담을 들었다. 이를 성별로 나눠 보면 남성은 57%, 여성은 42.2%였다. 반면 육아와 경력 단절 문제를 꼽은 경우는 19%였는데 여성이 23%, 남성이 6.7%였다. 여성은 교육, 사회 경쟁 등 자녀의 미래 환경에 대한 걱정(19%)보다 경력 단절을 더욱 큰 문제로 보았다.

젠지 세대는 저출생 대응책에서도 남성과 여성의 관점이 조금씩 달랐다. 우리나라의 저출생 대응책에 대해 83.1%(전혀 49.9%+별로 33.2%) 효과적이지 못하다고 답변했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는 29.3%가 일·가정양립 제도개선을 꼽았다. 이는 성별로 차이를 보였는데 여성은 32.9%가 이같이 답했지만 남성은 19.4%가 이를 선택했다. 대신 남성은 경제적 지원확대(출산 장려금 확대 등)를 요구하는 비율이 24.9%로 가장 높았다. 이에 대해 윤자영 충남대 경제학과교수는 “청년 여성들은 과거와 다르게 가정생활이 아닌 ‘일’ 중심으로 삶을 설계한다”면서 “돌봄 보장을 위한 육아휴직과 가족휴가, 근로시간 단축 등의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025 젠지 인식조사를 위한 설문 조사는 이데일리와 청년재단, 설문 업체인 오픈서베이가 5월 7일부터 14일까지 7일간 2000~2007년생 1519명을 대상으로 젠지(Gen Z) 세대의 정치·경제·사회·문화 등에 대해 설문조사(80%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1.6%포인트)했다.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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