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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의 집회 참여율은 탄핵 선고 전이던 지난 주말보다 크게 감소했다. 선고일 임박 전망이 나오면서 절정에 달했던 주말 집회는 파면 결정 이후 눈에 띄게 줄어든 모습이었다. 이날 오전 종로구 광화문 앞에서 시작된 대한민국바로세우기운동본부(대국본)의 집회엔 오후부터 참가자가 늘었지만 무대차에서 멀어질수록 전에 없던 빈 좌석이 눈에 띄었다. 그럼에도 지지자들은 자리를 지키면서 헌재의 판결을 철회시키기 위해 ‘혁명’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은 이하상 변호사를 통해 집회에서 공개한 옥중편지에서 “끝이 아닌 시작이다”며 “자유대한민국 수호를 위해 더 뭉쳐서 끝까지 싸우자”고 했다. 이에 대해 한 중년 남성 참가자는 기자에게 “아무리 우리가 내가 좋아하는 후보를 찍어서 대통령을 만들면 무엇하느냐”고 되물으면서 “국민을 농락하거나 법치를 저버린 자들을 국민의 이름으로 처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법부의 결정을 부정하는 발언은 이후 집회 연설에서도 나왔다. 연단에 오른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는 “헌재의 결정에 결코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전 목사는 “국민 저항권이 정확하게 적용된 사건이 4·19 혁명 때였다”며 “여러분과 저는 4·19 혁명과 5·16 혁명을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 목사는 집회 참석자들에게 각자 지인 10명에게 윤 전 대통령의 탄핵이 부당하다는 내용을 담은 문자를 보내자고 했다. 그는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사실 70%가 넘는다”며 “길을 지나는 사람에게 물어도 다 서명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도) 내란 선동, 집회시위법 위반, 선거법 위반, 명예훼손 혐의를 100% 무죄를 받고 나왔다”며 집회 참가자들을 안심시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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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날 윤 전 대통령의 파면을 요구해온 시민단체 촛불행동은 서울 중구 숭례문 인근 거리에서 134번째 촛불집회를 개최했다. 오후부터 굵어진 빗줄기 때문에 집회 후 예고된 행진은 취소됐지만, 집회 참가자들은 ‘민주정부 건설하자’, ‘내란세력 완전 청산’이라고 적힌 손 피켓을 흔들며 김건희 전 영부인의 구속수사와 내란에 가담한 이들의 처벌을 요구했다.
궂은 날씨에도 거리에 모인 집회 참가자들은 전날 이뤄진 대통령 파면을 자축했다. 이날 무대에 오른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직자의) 책임을 꾸준히 촉구하고 회피하지 못하게 묶은 8:0은 여러분이 만든 것이다”고 말하자 숭례문 인근 차로를 채운 참가자들은 환호했다.
추 의원은 12·3 비상계엄 수사와 차기 정부의 대선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추 의원은 “법무부장관으로서 윤 검찰총장을 징계할 당시부터 어제의 헌재 탄핵 인용이 있기까지 윤 전 대통령의 반헌법적이고 불법적인 비위에 대해 끊임없이 지적하고 발언해왔다”며 “온 국민이 이 실체를 알았기에 심판한 것은 다행이지만 온갖 범죄와 사익추구, 가면 뒤 실체는 아직 온전히 드러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파면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며 “완전한 내란종식과 철저한 개혁을 위해 이번 대선 승리해야 한다. 차기 민주 정부가 승리할 수 있도록 행진하자”고 덧붙였다. 추 의원의 연설이 끝나자 집회 참가자들은 “애국세력 총단결로 민주정부 건설하자”, “내란수괴 윤건희를 구속하라”는 구호를 반복해서 말했다.
헌재는 지난 4일 오전 11시 22분에 윤 전 대통령을 재판관 전원일치로 파면했다.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피청구인(윤 대통령)은 군경을 동원해 국회 등 헌법기관을 훼손하고 국민의 기본적 인권을 침해해 헌법 수호의 의무를 저버렸다”며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것으로 헌법수호의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는 중대한 법 위반행위”라고 탄핵 사유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