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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닌다 미트라 BNY 아시아 매크로 투자전략 헤드] 최근 무디스가 미국의 신용등급을 Aaa에서 Aa1으로 한 단계 하향 조정했다. 이로써 미국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2011년), 피치(2023년)에 이어 글로벌 3대 신용평가사 모두로부터 AAA등급을 잃게 됐다. 특히 무디스는 1949년 이후 처음으로 최고 등급을 철회한 것이라는 점에서 이번 조정은 더욱 상징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다.
다만 신용등급 강등이 즉각적인 자산 매도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 대부분 기관들의 투자 지침은 신용등급이 아니라 미 국채 자체를 기준으로 삼는다. 따라서 은행의 내부 위험 기반(IRB) 접근이나 외환보유고를 운용하는 기관에도 기계적으로 영향을 받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사실 미국의 재정 및 부채 문제는 새롭지 않으며 시장은 이미 이를 인식하고 있었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최근 들어 미국 국채가 불확실성 국면에서의 전통적인 ’안전자산‘의 역할을 수행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현재와 같은 대규모 재정 적자와 불확실한 재정 정책 상황에서는, 당분간 장기 금리가 상승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난 수개월 간 시장금리는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무역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이 대두되며 성장 전망치는 악화되어 왔다. BNY 인베스트먼트의 정량 모델과 시나리오 분석에 따르면 2025년 이후 실질금리가 실질 성장률을 상회할 확률이 최대 50%에 이르는 상황이다. 만약 금리가 성장률을 초과하게 된다면 재정 및 통화정책은 제약을 받게 될 것이다. 부채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려면 적자 축소 신호가 필요하지만, 현실적인 재정 조정 경로가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차입 비용이 성장률보다 높아질 경우 미국 국채 수익률 곡선은 단기적으로 더 가팔라질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은 AAA등급 국채의 희소성을 다시 조명할 수 있는 계기다. 현재 독일, 네덜란드, 호주, 스위스, 스웨덴, 덴마크, 노르웨이, 싱가포르만이 3대 평가사로부터 AAA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그 규모나 유동성에 있어 미국과 비교하기는 어려운 수준이며, 영국과 프랑스, 일본은 이미 AAA등급을 상실하지 오래다. 중국만이 미국에 근접한 채권 시장 규모를 가지고 있긴 하나 디플레이션 심화와 준재정적 재정 상태 악화로 인해 신용등급이 싱글 A 중에서도 중상위 수준밖에 되지 않는 상황이다.
또한 국가 신용등급은 다른 채권 발행자들의 신용 상한선으로 작용한다. 미국의 지방정부, 기업, 금융기관 등도 영향을 받는다. 외화 순자산이 많거나 매우 현금흐름이 안정적인 기업은 예외적으로 이 상한선을 초과하는 등급을 받을 수 있지만, 일반적인 제약은 존재한다. 즉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이 단기금리 프리미엄(term premium) 상승뿐 아니라 전반적인 민간 자금조달에도 부담을 줄 수 있다는 뜻이다.
이런 신용등급 강등의 영향과 함께 재정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 금리 인하 지연 가능성 등은 장기금리에 상방 압력을 더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글로벌 자금은 미국 외의 다른 안전자산 통화 및 채권으로 더 분산될 가능성이 높으므로 미국 국채 비중을 축소하는 것이 현명할 수 있다.
이론적으로 어떤 발행자나 증권도 절대적으로 ’무위험‘ 자산은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AAA보다 높은 신용등급은 없고 이 등급은 궁극적인 신뢰의 상징이었다. 안전자산의 대명사로 꼽히던 미국 국채를 발행하는 미국이 3대 신용평가사 모두로부터 AAA 신용등급을 상실한 지금, 어쩌면 ’안전자산‘의 정의와 기준의 재조명이 필요한 시점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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