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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확대경]새 부동산 정책라인, '초고속 월세화' 먼저 살펴 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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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현 기자I 2026.10.06 05:3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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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주 오른 서울 아파트값 만큼 월세도 이상신호
임대차 거래 7할이 월세, 가계 주거비 구조도 변화
'목돈 마련'에서 '고정 지출'로…자산 형성 문제로
빠르게 변한 주거 환경, 집값만 보면 안돼

[이데일리 이정현 기자] 홍지선 국토교통부 장관에 이어 하준경 경제성장수석이 청와대 정책실장으로 승진 발탁되며 이재명 정부 부동산 정책라인이 새 진용을 짰다. 주택시장 불안이 이어지고 있기에 이들 앞에 놓인 과제는 어느 때보다 무겁다. 홍 장관은 취임 일성으로 ‘국민 주거 안정 집중’을 꼽았다.

지난 주(1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이 역대 최장 기간인 86주 연속 오른 만큼 ‘집값 안정’에 총력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새 정책라인이 유심히 봐야 할 숫자는 하나 더 있다. 68.5%. 올해 1~8월 전국 전월세 거래에서 보증부월세와 반전세를 포함한 월세 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62.2%보다 6.3%포인트 뛰었다. 아파트만 따져도 월세 비중은 52.7%로 절반을 넘어섰다. 서울은 69.9%로 임대차 계약 10건 가운데 7건 가까이가 월세인 시대다.

늘어난 월세 비중 만큼 금전 부담도 커지고 있다. 지난 8월 서울 아파트 평균 월세는 164만1000원으로 2년 전보다 24.3% 올랐다. 월세가 140만원에서 150만원으로 오르는 데 9개월이 걸렸지만 150만원에서 160만원을 넘어서기까지는 6개월밖에 걸리지 않았다.

월세 자체가 문제인 것은 아니다. 전세도 부담이 적지 않다. 수억원의 목돈을 마련해야 하고 대출이자와 기회비용, 보증금 반환과 역전세 위험까지 감수해야 한다. 그래도 계약이 끝나면 원칙적으로 보증금을 돌려받는다.

문제는 임대차 방식이 달라지면서 가계가 감당해야 하는 주거비의 성격도 바뀐다는 데 있다. 전세는 큰 돈이 한꺼번에 필요하지만 상당 부분이 보증금이라는 자산으로 묶인다. 반면 월세는 매달 소득에서 주거비가 빠져나간다. 월세화가 빨라질수록 주거비 부담은 ‘목돈을 마련하는 문제’에서 ‘매달 소득을 지출하는 문제’로 옮겨간다.

홍지선 신임 장관 본인도 지난달 인사청문회에서 “20년 동안 다섯 차례 전세로 거주지를 옮겼고 이사가 힘들어 대출을 받아 샀다”면서도 “(전세를 통해) 많은 자산을 축적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고 말해 주목받았다.

청년과 신혼부부에게는 더 예민한 문제다. 매달 내야 하는 주거비가 늘면 저축 여력은 줄어든다. 그만큼 내 집 마련을 위한 자산 축적에도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월세 상승을 단순한 임대료 문제가 아니라 미래의 자산 형성 문제로도 봐야 하는 이유다.

86주는 집값의 기록이나 68.5%는 집을 빌려 사는 사람들의 주거비 구조가 달라지고 있다는 신호다. 문제는 임대차 시장의 구조가 바뀌는데 정책이 그 속도를 따라가고 있느냐는 것이다. 그동안 주택정책은 집값과 공급, 거래량, 가계대출에 집중해 왔다. 모두 중요한 문제다. 서울의 공급 부족 우려가 여전한 만큼 공급 확대 역시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공급만 늘리면 주거 문제가 모두 해결될 것처럼 생각해서도 곤란하다.

집값이 안정돼도 월세가 계속 오른다면 세입자의 주거까지 안정됐다고 말할 수 없다. 주거정책을 다루는 책임자라면 공급량과 함께 국민이 매달 내는 주거비가 어떻게 변하는지도 살펴야 한다. 소득 대비 임대료 부담이 얼마나 커지고 있는지, 월세화가 세대별 자산 형성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도 주요 정책 지표로 관리해야 한다.

월세 우위 시대다. 부동산 시장의 온도를 재는 체온계가 여전히 집값 하나여서는 곤란하다. 홍 장관과 하 정책실장이 앞으로 받아볼 부동산 성적표에는 서울 아파트값 변동률만 기록돼선 안 된다. 집을 사는 사람뿐만 아니라 빌려 사는 사람의 주거비까지 챙기는 것도 새 부동산 정책라인이 풀어야 할 숙제다.

서울 송파구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붙은 매물 모집 안내문.(사진=연합뉴스)
서울 송파구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붙은 매물 모집 안내문.(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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