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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멱칼럼]김 부장은 있어도 김 사원은 없다

이 기사 AI가 핵심만 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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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영 기자I 2026.06.30 05:30:00

AI가 단순업무 대체 시대
업무 이해 높고 빠를수록
기회 더많이 잡을 수 있어
신입도 스펙 쌓기로는 부족
특정분야 ''작은 전문성'' 필요

[박용후 관점 디자이너]회사에는 오랫동안 익숙한 성장 공식이 있었다. 김 사원으로 입사해 일을 배우고 김 대리와 김 과장을 거쳐 김 부장이 되는 길이다. 신입은 선배의 일을 보조하며 조직의 언어를 익혔고 반복 업무는 성장의 과정으로 여겨졌다. 그런데 인공지능(AI)의 등장으로 이 공식이 흔들리고 있다. 이제 조직에는 “김 부장은 있어도 김 사원은 없다”는 말이 현실화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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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김 부장은 직급이 아니라 능력을 뜻한다. 자기 분야의 맥락을 알고 문제를 판단하며 AI를 활용해 결과를 만들어 내는 분야 전문가(도메인 엑스퍼트·Domain Expert)다. 반대로 김 사원은 아직 맥락을 모르고 지시를 기다리며 단순 업무를 통해 배우는 초급 인력을 상징한다.

변화의 이유는 분명하다. AI가 가장 먼저 대체하는 일이 신입사원의 일이기 때문이다. 과거 신입은 자료 조사, 회의록 작성, 경쟁사 분석, 보고서 초안, 데이터 정리, 고객응대 보조 같은 업무를 맡았다. 그러나 지금 생성형 AI는 이런 일을 빠르게 처리한다. 회의 내용을 넣으면 요약하고 시장 키워드를 주면 트렌드를 정리하며 긴 문서를 주면 핵심 쟁점을 뽑아낸다. AI가 모든 판단을 대신하는 것은 아니지만 초안 생산 능력만큼은 이미 사람의 일을 바꾸고 있다.

중요한 것은 AI가 사람 전체를 대체한다는 단순한 결론이 아니다. AI는 경험 없는 사람의 진입 업무를 먼저 대체한다. 예를 들어 마케팅 회사에서 신입은 경쟁 브랜드 캠페인을 모으고 소비자 반응을 정리한다. 하지만 숙련된 마케터는 AI에 “최근 3개월간 20대 여성 소비자를 겨냥한 뷰티 브랜드 캠페인을 구매 전환 관점에서 비교해달라”고 지시할 수 있다. 질문의 수준이 다르다. 같은 AI를 써도 결과가 달라지는 이유는 도구가 아니라 사용자의 맥락 이해에 있다.

그래서 앞으로 기업이 원하는 인재는 단순히 성실한 신입이 아니라 특정 분야의 언어를 아는 사람이다. 이것이 도메인 엑스퍼트다. 병원에서는 의료 현장을 아는 사람이, 금융회사에서는 리스크와 규제를 아는 사람이, 제조업에서는 공정과 품질을 아는 사람이 AI의 결과를 제대로 판단한다. 맥락을 모르는 사람은 AI가 만든 그럴듯한 오류에 속기 쉽지만 맥락을 아는 사람은 빠진 전제와 잘못된 결론을 걸러낸다. AI 시대에는 모르는 사람이 갑자기 똑똑해지는 것이 아니라 아는 사람이 훨씬 빨라진다.

이 변화는 조직 구조도 바꾼다. 과거 조직은 많은 신입과 실무자가 아래를 받치고 소수의 관리자가 위에서 판단하는 피라미드형이었다. 그러나 AI가 반복 업무와 초안 업무를 흡수하면 조직은 더 작고 강한 전문가 중심 구조로 이동한다. 한 명의 숙련자가 AI를 활용해 과거 여러 명이 하던 일을 처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의 경쟁력은 인원수보다 질문의 수준, 검증의 능력, 최종 판단의 책임에서 나온다.

그렇다면 신입의 시대는 끝나는가. 그렇지는 않다. 다만 신입의 정의가 바뀐다. 예전의 신입은 회사에 들어와 처음 배우는 사람이었다. 앞으로의 신입은 들어오기 전에 이미 작은 도메인을 가진 사람이어야 한다. 콘텐츠 분야에 가고 싶다면 숏폼 알고리즘, 팬덤 커뮤니티, 브랜드 협업, AI 편집 도구 중 하나라도 깊게 파고들어야 한다. 유통 분야에 가고 싶다면 쿠팡, 올리브영, 무신사, 편의점의 차이를 소비자 관점과 사업자 관점에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이제 공부도 달라져야 한다. 스펙을 쌓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한 분야를 집요하게 관찰하고 질문을 만들고 AI를 활용해 가설을 검증하는 능력이 중요하다. ‘이 회사는 무엇을 파는가’에서 멈추지 않고 ‘왜 이 방식으로 돈을 버는가’, ‘고객은 어디서 불편을 느끼는가’, ‘AI가 들어오면 어떤 일이 먼저 바뀌는가’를 물어야 한다.

“김 부장은 있어도 김 사원은 없다”는 말은 냉정하게 들린다. 그러나 본질은 사람을 줄이자는 뜻이 아니다. 준비되지 않은 사람에게 맡길 수 있는 단순 업무가 줄어든다는 뜻이다. 동시에 준비된 사람에게는 더 큰 기회가 열린다는 뜻이다. 미래의 조직에는 호칭만 김 사원인 김 부장이 필요하다. 직급은 낮아도 사고는 깊고 경험은 짧아도 질문이 날카로운 사람. AI 시대의 경쟁력은 바로 그런 사람에게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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